[말산업이 미래를 연다] <9>마필관리사
말의 건강부터 훈련까지 모두 관리
수개월 거쳐 경주마로 재탄생 ‘보람’
말산업 육성 따라 수요도 증가 예상

0.01초의 승부를 겨루는 프로의 세계 경마. 기수와 경주마들이 사력을 다해 결승점을 넘어서면 긴장됐던 순간이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마무리 된다. 이처럼 화려한 경주 뒤에는, 이를 준비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이들은 경주마들의 먹이는 일부터 마방 청소에 경주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 등 말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마필관리사다. 특히 어린 말들은 수개월 동안 마필관리사의 손을 거쳐야 경주마로 재탄생된다.

△자식만큼 소중한 말

제주경마공원 4조 조교보 김길홍씨(47). 김씨는 17년 경력의 베테랑급 마필관리사다.

김 조교보는 경주마들이 어디가 아픈 지, 어떤 컨디션인지를 한 눈에 파악할 정도다. 김 조교보는 자신의 관리하는 말들에 대해 자식만큼이나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 부모가 자녀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하듯이, 김 조교보는 말의 가치나 능력을 떠나 편견없이 사랑을 준다는 원칙 아래 말들과 생활하고 있다.

서귀농업고등학교(현재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축산과를 졸업한 김 조교보는 어릴 때부터 가축에 대한 관심이 컸다.

집에서 키우던 말과 소 등 가축들을 김 조교보가 도맡아 관리했고, 어릴 때부터 커서 목장을 경영하는 꿈을 키워왔다. 목장 경영은 지금도 김 조교보 인생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김 조교보는 군대를 제대한 후 지난 1995년 제주경마공원 마필관리사였던 친구의 권유로 마필관리사의 길에 들어섰다.

마필관리사로 입사한 후 4년만에 실시된 주로조교승인 자격증(경주로에서 말을 훈련시킬 수 있는 자격)을 취득, 본격적인 마필관리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김 조교보는 또 지난 2004년 마필관리사가 조교사가 될 수 있는 조교보 자격제도가 도입되자 도전했고, 첫 자격시험에서 합격해 조교사 응시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제주경마공원 소속 마필관리사 100여명 중 조교사 응시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은 김 조교보를 포함한 단 2명 뿐이다.

김 조교보를 포함해 마필관리사들의 동절기(11∼2월) 근무는 이른 아침인 오전 6시30분부터 시작되고, 나머지 하절기에는 이보다 한시간 앞당겨진다.

김 조교보가 출근해 처음 하는 일은 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 지나가면서 쑥 훑어보면서 말들을 관찰하면, 밤새 말의 상태을 확인할 수 있다. 17년간 말과 애정을 쌓아온 결과다.

말 상태를 점검한 후에는 말을 훈련시키는 아침 조교를 3시간 가량 진행한다. 말들의 경주 일정에 맞춰 훈련의 강도를 조절하고, 경주에 참가할 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토록 한다.

아침 조교가 끝나면 말들에게 먹이를 주고, 경주나 훈련 등에서 다친 말들을 치료하거나 발굽을 관리한다.

오후에는 아침 조교를 받은 말들을 가볍게 산책시키거나, 마방에 새로운 말들을 경주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적응훈련을 실시한다.

신마들을 경주마로 훈련시키는 과정은 쉽지 않다. 베테랑급인 김 조교보도 ‘제주의 별’이라는 거의 야생 수준의 말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3개월동안 150번 넘게 말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제주의 별’은 경주마로 재탄생해 경주에 나갔고, 우승을 8번이나 차지하는 등 예상외의 좋은 결과를 거뒀다. 김 조교보가 마필관리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 중 하나였다.

김 조교보는 “마필관리사가 갖춰야 할 제1의 항목은 무엇보다 말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말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높은 수준의 승마 능력을 갖춰야 어린 말들을 우수한 경주마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조교보는 “마필관리사는 신경이 예민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말들을 관리하기 것이기 때문에 업무강도가 세고 위험하지만 도전해 볼만한 직업”이라며 “말은 제 인생의 전부로, 마필관리사라는 직업에 매우 만족하고 조교사라는 인생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계속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인기직종 부상

마필관리사는 조교사나 기수를 보조해 경주용 또는 승마용말을 사육·관리하고 훈련시키는 직업이다. 대개 목장이나 승마장, 경마공원 등에서 근무하고, 말의 상태를 살펴 사료 등을 먹이는 ‘사양관리’부터 말이 쉬고 있는 마방을 청소하는 ‘구사관리’, 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목욕을 시키는 등의 ‘보건관리’, 말 발굽을 관리하는 ‘장제관리’ 등을 책임진다.

또 경마공원에서 근무할 경우에는 말을 훈련시키는 조련사의 역할인 ‘조교관리’ 업무가 추가돼 훈련과 순치(길들이기) 등을 통해 말들이 경주에 뛸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

마필관리사 가운데 일반 목장이나 승마장에 근무할 경우에는 별다른 자격증은 필요가 없다. 하지만 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는 마필관리사 후보생에 지원해 시험을 통과한 후 마사실습, 마학입문, 경마법규, 경마상식 등의 기초교육을 수료한 후 최종시험을 거쳐 입사할 수 있다.

경마학교나 축산고등학교의 양성과정 수료, 대학의 축산학과, 승마조련전공 등의 졸업자들은 교육과정 중 실습을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취업에 유리하다.

마필관리사는 승진제도와 시험제도를 통해 조교승인, 조교보, 조교사로 직급이 올라가며, 조교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은 후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후 최종적으로 조교사로 진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농촌지역에서 승마용을 비롯해 경주용 말을 생산하고 훈련시키는 목장이 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말산업 육성법 제정으로 말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좀 더 우수한 경주마와 승마용 말을 생산·공급하기 위해 전문기술과 이론을 갖춘 마필관리사들의 채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주5일제 시행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승마도 레저스포츠로서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재활승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일반 승마장과 재활승마장에서의 마필관리사 필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필관리사는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었지만, 향후 말산업 육성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모두 많아질 것으로 보여 새로운 인기 직종으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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