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잠녀] 5부 '잠녀'에서 미래를 읽다-유네스코 등재 작업 어디까지

▲ 법환동 잠녀들이 물질 공연을 하고 있다.
제주도 늦어도 2015년 등재 목표 추진
문화 산업 중심 지자체 경쟁 등 치열
공감대 전제 보전·전승 방안 모색해야

'자연과의 공생을 전제한 지속가능한 발전'.제주 잠녀를 지칭하는 수식어가 바뀌었다. 억척스럽고 강인한 제주 여성을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에서 국가 브랜드를 견인할 아이템으로 지위도 격상됐다. 아직 과정이지만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은 분명한 변화다. 지역 외의 평가가 먼저 바뀌기 시작해 내부의 움직임마저 이제는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무엇이 먼저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더 공론이 필요하지만 결론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 특이성 아닌 지역 문화 상징에 주목

제주 잠녀·잠녀 문화는 처음 경제적 역할과 특이성으로 주목받았다. 다른 곳에는 없는, 제주 특유의 나잠 어업 형태로 1970년대 우리나라 수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기 까지 했다. 그런 것들에서 문화를 찾는 것은 사실 무의미했다.

예를 들어 유럽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K-pop을 듣는 것은 일종의 유행이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신선함에 대한 자극인 셈이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모여 싸이의 말춤을 추는 것은 문화다. 단순히 알아주는 몇몇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변하게 만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잠녀'역시 그렇게 바뀌었다. 처음에는 제주 여성성(性)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다면 지금은 잠녀를 통해 세상을 읽기 시작했다. 깊은 바다에 몸을 던져 전복이나 소라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은 자연에 순응하며 넘침이나 과욕 없이 바다 밭을 경작하는 경영 방식으로 해석됐다. 물때며 바람 방향에 따라 바다에 나서는 과정은 살아있는 민속지식으로 남았고, '불턱'은 공동체문화의 산실로 소통을 요구하는 요즘 시대의 모델이 되고 있다. 어느 잠녀의 우스개처럼 "오래살고 볼 일이다".

아직껏 잠녀와 해녀, 잠수어업인 등 호칭 하나 제대로 통일하지 못했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나서 제주잠녀문화의 세계화를 외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잠녀문화 세계화'를 기준으로 그간의 흐름을 짚어본다면 이런 평가가 쉽게 이해된다. 지난해 7월 잠녀문화 전승 및 보전 위원회가 구성됐고 9월에는 제주잠녀문화 세계화 5개년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같은 해 11월 문화재청에 한국무형유산 국가목록 선정 신청을 해 이듬해 1월 전국 61개 종목 안에 이름을 올렸는가 하면 '우선등재 추진 목록'에 포함되는 성과를 얻었다.

6월 구성된 제주 잠녀 세계화 테스크 포스팀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작업이 본격화됐다.

4개 국어로 제주잠녀 홍보자료가 만들어지고 잠녀생태박물관 조성 연구 용역이 착수(7월) 됐다. 8월에는 잠녀문화센터 실시 설계가 완료됐다.

9월 열린 WCC세계자연보전포럼 중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총회에서 제주잠녀는 제주형 의제 중 하나로 세계의 이목을 받았다.

IUCN 총회 채택은 사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적 차원의 논의를 이끌어내는 단초로 앞으로 제주 잠녀·잠녀문화의 가치를 입히는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때 붙여진 수식어가 다름 아닌 '독특한 해양 생태 지킴이'다.

당시 통과된 '제주 해녀의 지속가능성'발의안에는 제주 등 한반도에 분포한 잠녀의 실태를 조사하고 독특한 잠녀 문화의 학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등 회원국들이 잠녀 공동체 보존에 참여할 것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안에는 또 제주잠녀·잠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지정에 대한 지지와 참여도 포함돼 있다.

▲ 물질 작업을 마치고 탈의장으로 들어오는 한수리 잠녀들.
# 유네스코 등재 이유 신중한 검토

이후 조금은 잠잠한 듯 보였던 제주잠녀·잠녀문화 세계화 작업은 사실 소리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제주도는 10월 문화재청에 제주잠녀·잠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당위성을 설명하는 한편 등재신청서를 제작했다. 이달 들어서도 문화재위원 등을 대상으로 제주잠녀·잠녀문화의 가치와 함께 국가 브랜드 제고 측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들 움직임은 그러나 당장의 답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제주도는 현재 이르면 2014년, 그렇지 않으면 2014년 대상목력 선정 후 2015년 등재라는 두 가지 안을 추진 중이다. 그 어느 것도 쉽지는 않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목록이 한·중·일 등 동북아시아에 편중된데다 한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현재 국가별로 1개 종목만 등재할 수 있도록 제한이 걸려있는 상태다. 제주잠녀가 우선등재 추진 목록에 선정돼 있지만 현재 1순위인 '아리랑' 등재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각 지역마다 대표 문화유산을 앞세운 소리는 없지만 치열한 물밑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에 앞서 국가 문화재 지정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현재 추진중인 문화재보호법 개정작업이 마무리되면 '한국무형유산 국가목록'을 국가문화재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게 된다. 경쟁은 보다 치열해지겠지만 '지속가능한' 잠녀·잠녀문화 보존 장치가 생긴다는 점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 잠녀생태박물관 조성계획도
후속 작업도 계속해 진행된다. 어린이 체험 교육실과 공연장 등을 포함한 잠녀문화센터에 이어 내년 1월에는 잠녀생태박물관 연구 용역이 완료된다. 이들 작업은 다분히 내년 초 진행되는 2014년 등재 신청 종목 심의 결정을 염두에 둔 것들이다. 그 때 까지 국회와 문화재청, 중앙문화재위원 등을 상대로 한 지속적인 대중앙 절충 작업이 진행된다.

반가우면서도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다. 모든 작업이 제주잠녀에 맞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제주잠녀들은 어떤지, 그동안 논의했던 자연과의 공생이나 해양 중심의 여성 공동체 문화, 자연친화적 경영에 평가는 미뤄진 것 아니냐는 노파심 때문이다.

1년 365일 공연장을 채울 잠녀 관련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현재 분산 운영되고 있는 잠녀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정비니 '지붕 없는'생태박물관을 어느 시점, 어떤 기준에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쉽지 않을 거란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제주도가 공언했던 도내 전체 잠녀의 구심체 역할을 할 도 단위 잠수회 조직 구성은 아직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잠수 경력 78년의 소애순 할머니(92)와 이제 경력 6년차인 38살 박미야 잠녀(성산읍 삼달리) 사이는 반세기가 넘는다. 1962년 2만6248명이던 잠녀는 2011년 4881명으로 5분의 1만 남았다. 잠녀 특유의 공동체 문화는 보존과 함께 전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답을 함께 찾아야 하는 것이 숙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