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남은 아이-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한종선·전규찬·박래군 지음)=형제복지원 사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과 인권유린으로 1987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복지원 자체 기록으로만 513명이 사망했고 다수의 시체가 의대에 팔려나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가히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할 수 있는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폭압과 87년 민주화 투쟁의 열기 속에 묻혀 버렸고 끝내는 국가에 의해 면죄부를 받았다. 하지만 복지원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속에 살고 있다. 복지원 피해자인 한종선이 증언하고 문화연구자 전규찬과 인권활동가 박래군이 함께한 「살아남은 아이」는 지옥에 관한 기록이다. 우리들의 공모로 빚어져 우리를 대신해 끌려간 이들로 채워진 지옥. 역사는 박복되며 인권이 끝나는 곳에서 지옥은 시작된다. 이 반복을 멈추기 위해 우리는 그의 기억과 마주해야 한다. 문주·1만4500원.

「푸른 밤」(존 디디온 지음·김재성 옮김)=상실이라는 주제를 매력적으로 펼쳐 보이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존 디디온(Joan Didion)이 5년만에 내놓은 죽음과 그것이 남기는 메아리들에 관한 자전적 에세이다. 2004년에 40년동안 인생의 동반자였던 존 디디온의 남편 존 그레고리 던은 저녁 식탁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그 직후, 외동딸 퀸타나는 폐렴으로 인해 기약 없는 뇌사에 빠진다. 남편과 딸 퀸타나 루와 함께 살았던 시절의 기억들로 풍성하게 직조된 존 디디온의 신작 「푸른밤」은 그녀의 생각들, 두려움들, 그리고 모성과 질병과 노화에 대한 의심들을 대상으로 한 격렬하도록 개인적이며 감동적인 이야기다. 이 책의 제목 '푸른 밤'은 사월이 지나고 오월이 올 무렵, 계절이 바뀌고 여름이 가깝게 느껴지는 그 무렵 처음 의식하게 되는 강렬한 푸른색으로 빛을 발하는 저녁시간을 가리킨다. 뮤진트리·1만3000원.

「돈 버는 선택 vs 돈 버리는 선택」(잭 오터 지음·이 건 옮김)=깨알같은 글씨로 '정보'만 나열하는 재테크 책은 그만. 화끈하고 심플하게 '정답'을 던져주는 책이 등장했다. 「돈 버는 선택 vs 돈 버리는 선택」은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경제적 딜레마를 44가지 대결 구도로 압축하고 '돈 버는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쉽고 간명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44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대출 받아가며 굳이 대학에 다녀야 할까. 차라리 일찍 취업해 돈을 버는 것이 낫지 않을까. 부동산은 바닥을 치는데 지금 내 집을 마련해야 할까. 마음 편히 세 들어 사는 게 나을까 등 평생에 걸쳐 한번쯤 등장하게 마련인 대표적인 돈 문제를 이 책과 함께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면 재테크는 물론 인생 설계에까지 보탬이 되는 합리적인 선택의 기준을 얻을 수 있다. 부키·1만2000원.

「주체의 각성」(로베르토 웅거 지음·이재승 옮김)=이 책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미국의 탁월한 법철학자이자 모국 브라질의 현실 정치가인 로베르토 웅거가 2006년에 펴낸 정치철학서이다. 우리 시대의 심오한 철학적 전망과 현실적 방안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지난 2006년 브라질공화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한 저자의 정치적 출사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의 구성을 보면 현실 정치를 뒷받침하는 기성 철학의 논리를 비판하고, 저자가 주장하는 대안인 새로운 실용주의 혹은 실용주의 본체를 철학적·정치적으로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은 책의 후반부, 8장부터 13장에 걸쳐 분야별로 제시된다. 우리 삶과 현실의 출발점이 되는 철학적 근거에서 출발해 미래와 사회를 영구히 창조하고 변혁하려면 어떻게 우리의 주체를 일깨우고 넘어서야 하는지를 예언적으로 웅변한다. 앨피·1만9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