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최열 「옛 그림 따라 걷는 제주길」

미술평론가 최열이 길을 나섰다.
그가 순력이라 이름한 제주길이다. 그림이란 창문을 통해 본 풍경을 따라 이뤄졌고 그 풍경에 담긴 역사와 문화와 자연과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 오랜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길에는 민요와 유배자의 시가 함께 따라온다.
제주를 만나는 물과 길, 그러니까 그리움과 두려움이 출렁이는 제주해협과 오름의 왕국에서 만나는 올레길 이야기에서 길을 시작한다.
첫 번째 길은 해안선 동쪽을 따라 화북, 조천부터 성산을 거쳐 정의, 성읍에 이르는 땅의 이야기이다. 그는 화북포구, 조천포구에서 잃어버린 나루터를 떠올리고, 김녕굴에서는 땅의 입술, 그 황홀한 지옥 풍경을 생각한다.
두 번째 길은 유구 왕국을 유혹하는 남해 그리고 그 남해를 마주하고 있는 서귀포시 이야기로 꾸렸고 세 번째 길은 안덕계곡을 거쳐 대정의 산방산에서 모슬포를 지나 명월, 애월의 항파두리에 이르는 땅에 잠긴 이야기를 담았다.
네 번째 길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일대를 순력한 기록이다.
저자는 '내왓당 열두 신위전'을 형상만이 아니라 색체나 동세, 구성 그리고 그 화폭이 내뿜는 기운 모두가 놀랍도록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 제주 심방 세계를 드러내는 최고의 예술품으로 꼽았다.
지은이 최열씨는 중앙대를 나와 가나아트센터를 다녔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현대미술운동사」「김복진」「한국근대미술의 역사」「한국현대미술비평사」를 비롯한 여러 저작으로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됐고 한국미술저작상, 간행물문화대상, 월간미술대상을 수상했다. 서해문집·1만5000원. <변지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