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용 여행작가의 라오스 여행학교]<18> 자전거로 돈콘 섬 한 바퀴 돌기

"엄마야!"
"꺄악!"
자갈길에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경쾌하다. 우리들은 자전거를 타고 좁고 구불거리는 오솔길을 따라 열대 원시림 한 가운데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짧은 목재다리라도 나오면 그들의 비명 소리는 한 옥타브 정도 더 높이 올라간다. 그만큼 열대 원시림의 길은 상쾌하고 스릴 넘치는 재미를 주고 있었다.
오늘은 섬 한 바퀴를 자전거로 돌아보는 날이다. 4시간 정도가 예상되는 길이었다. 수경이와 도솔이는 배탈 설사로, 유진이는 감기몸살로, 희경이는 생리로 빠지고, 11명이 이른 아침 윤미네 게스트하우스에 모였다. 처음에는 강을 따라 숲길이 이어졌는데 드문드문 마을이 두세 번 나타났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동네 꼬마들이 놀고, 물소가 있고, 여행자의 타들어가는 목을 축일 수 있을 조그만 가게가 있었다. 그런 다음에 길이 섬 내륙으로 파고들며 급격히 좁아졌고, 지금과 같은 자갈길의 험한 코스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 두 번의 자전거 여행에서 사고가 있었던 관계로 걱정이 되긴 했으나, 아이들은 그 두 번의 사고 때문에 오히려 라오스에서의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혀가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무인도를 탐험하듯 열대 원시림의 소로를 비명을 질러대며 울퉁불퉁 달렸다. 그렇게 두 시간 쯤 달려 도착한 곳이 '반항콘'이라는 마을이었다. 그곳에 옛 프랑스 식민지 시절, 섬을 가로지르던 철길의 종착역이 있었다. 철로의 흔적은 강물과 만나기 직전까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우리들은 자전거를 세우고 옛 철도역이 있었을 난간 위에 섰다. 난간 아래로, 말 그대로, 눈이 부시도록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호수처럼 넓고 커진 강물 위로 푸른 햇살이 부서져 금모래를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거렸다. 그 금모래 밭 가장자리에서 작은 배 한 척이 흘러들었다. 아이들은 이번에는 비명 소리 대신에 탄성을 질렀다. 윤미와 하영이다.
"이모! 강이 바다처럼 예뻐요!"
"누가 그림을 그려 붙여놓은 것 같아요!"
그들은 섬과 강과 햇살의 아름다움을 그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나는 강을 보며 폴짝폴짝 뛰면서 그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그들을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이날의 나의 일기에 아이들의 탄성 소리가 영화 속의 효과음처럼 경쾌했다고만 적혀 있다. 그만큼 아이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윤미와 서희, 나운이 등 몇몇의 아이들은 강가로 내려섰다. 강물에 손을 담그고 모래를 만지작거리다가, 급히 나를 부른다.
"삼촌! 삼촌! 여기 진짜 금이에요!"
그랬다. 강물 위에서 반짝이던 금빛이 진짜 금이었다. 모래를 손바닥에 쥐고 물속에서 살랑살랑 움직여주면 금빛이 선명하게 빛났다. 사금이었다.
"삼촌, 사금 이거 캐가도 돼요?"
"어떻게?"
"음…힘들겠다, 히."
"손바닥에 두고 흔들어봐, 이렇게. 손에 묻었다."
"어? 진짜!"
"예쁘지?"
"네! 그래도 물에 있는 게 더 예뻐요."

"삼촌, 거기 내려가도 돼요?"
"조심해서 내려와!"
쿠르르르. 폭포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폭포 속으로 빠져들 것 같았다. 또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삼촌, 여기 진짜 좋아요!"
"뭐라고?"
"진짜 좋다고요!"
"폭포가?"
"그게 아니고요!"
"그럼 섬이?"
"아니 라오스가 좋아요! 여행도요!"
정호처럼 나도 라오스가 좋다. 여행도. 그런데 오늘은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 아침이면 우리는 스무 시간 동안 버스를 탈 것이고, 그 다음날 새벽이면 태국 방콕의 어느 거리에 서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내일이면 차도 적고 소음도 적고 사는 것도 단순한 이곳 라오스에서의 짧았던 우리들의 삶과 여행은 어느새 과거형이 되는 것이다.
그날 밤 아이들은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서 파티를 열기로 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것은 비엔티안에서부터 '발령'한 12시 이후 야간활동 금지 조항에 해당하지만, 아내와 나는 슬쩍 모른 체 하고 빠져주기로 했다.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그들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 그들이 큰 사고 없이 여기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많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행에 몰입하고, 현재의 시간을 맘껏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나의 욕심이란 걸 나 역시 배웠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진짜 예쁜 바다(강이 너무 넓고 파랗다보니 바다로 생각한 듯^^)였다!! 모래에는 금 같은 게 반짝거려서 너무 아름다웠고 예뻤다!! 바다 속에 금 같은 게 반짝거려서 뭐냐고 물어봤더니… '금'이라는 것이었다!! 1t짜리 트럭을 몰고 와서 담아가고 싶었다. 사진도 찍으며 조금 쉬었다가 다시 출발해서 간 곳은 폭포였다. 소리도 웅장하고 물 색깔도 너무 예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폭포였다. 그렇게 폭포를 감상하고 난 뒤 다시 숙소를 향해 가는데 자전거 시합도 하면서 진짜 재밌게 달렸다. 살이 좀 타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느새 나는 자전거의 무서움을 극복하고 있었다. 30㎞(?)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결국 우리는 '완주'했다♡. 뿌듯함이 너무 컸다!! 이제 자전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남서희)
글·사진 양학용 여행작가/0908ya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