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주사회 이래도 좋은가]1)허물어지는 공동체

높은 무고비율·각종 선거 갈등 심화, 지역사회 분열
지역현안 결정참여 부정적…마을 공동체 신뢰도 낮아

제주인은 오랜기간 크고 작은 도전과 시련을 삼무(三無)·수눌음 정신, 척박한 땅을 일궈온 개척정신으로 이겨내며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다. '1% 변방'이 아닌 동북아시아 중심 도시, 세계환경수도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하지만 도시화·산업화가 진전되고 4·3 상흔, 선거 휴유증, 일방통행식 개발사업 등을 겪으면서 갈등과 반목이 도를 넘었고 강한 동질성과 결속력을 보여온 제주사회는 분열됐다. 또  사람을 키울 줄 모르고 남을 깎아내리는 풍토가 만연, 지역 공동체를 찢어놓고 있다.제주 발전의 에너지이자 원동력인 도민대통합이 표류, 지역 발전은 물론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제민일보는 '긍정의 힘, 제주를 바꿉니다'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주사회 문제점을 진단,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제주문화의 정체성은 삼무(三無)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도둑(범죄), 거지(빈곤), 대문(차별)이 없는 삼무문화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부지런하고 검소한 생활태도로 상부상조하면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삶을 추구했다. 여기에 수눌음·조냥 정신이 어우러지면서 제주의 정체성을 형성·유지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삼무 정신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면서 제주의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헐뜯기, 고소고발, 무고사건의 비율이 전국에서 높아 불신의 벽을 키우고 있고 성공한 인사들을 시기의 대상으로 보면서 끌어내리려는 부끄러운 풍토가 만연해 인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선거판,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으로 온갖 갈등이 표출되고 있지만 논쟁만 치열할 뿐 도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고 소수에 의한 결정으로 지역 공동체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민일보가 지난해 12월 10∼20일 도내 각계각층 인사 315명(일반도민 110명, 전문가 105명, 공무원 100명)을 대상으로 지역현안 결정 참여와 마을공동체 신뢰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역 문제를 결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묻는 질문에 대해 부정적 인식(30.5%)이 긍정적 인식(24.4%)보다 높게 조사됐다. 보통은 45.1%로 나왔다. 100점 만점으로 측정한 결과, 47.8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마을 공동체 신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37.3%), 보통(46.2%), 부정적(16.6%)으로 조사됐고 100점 만점으로 측정한 결과, 56.4점에 그쳤다.

제주시 동지역이 53.4점, 서귀포시 동지역이 59.3점으로 도시지역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다세대 주택을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 복원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을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소수에 의한 마을현안 결정(40.7%) △마을현안 논의 참여 기회 부족(29.6%) △시기와 질시 풍토(14.8%) △무관심(7.4%) 등의 순으로 나왔다.<이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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