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만근 전 제주대학교 총장

갈등, 공동체 결속 약화·사회통합 저해
도민의식 선진화위한 장기적 노력 필요

▲ 부만근 전 제주대학교 총장

제주지역에서는 1980년대부터 지역개발과 각종 선거를 둘러싼 갈등, 4·3 문제 해결, 해군기지 건설 등과 관련된 이념갈등 등 여러 형태 갈등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와 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의 목표·가치가 서로 다른데다 인적·물적 자원이 한정돼 어디에서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 중 건설적 갈등은 사회 내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성시키고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갈등이 심화되면 사회적 균형을 깨뜨리고 불안과 무질서를 초래해 결국 통합과 조화를 파괴시킨다.

현재 제주지역의 갈등은 지역공동체의 결속과 연대를 약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시킬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살맛나는 제주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갈등을 완화시켜 사회통합으로 나가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그러면 왜 제주사회에서 갈등이 심화됐는가. 첫째, 지역개발 과정에서 주민참여의 미흡, 개발이익 배분에 지역주민 배제, 지역 불균형 개발, 행정 형평성에 대한 불신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둘째, 지역개발 및 공공시설 설치 과정에서 자기 지역의 이익만을 위해 시설입지를 무조건 반대하는 과도한 지역이기주의가 지역 간 갈등·단절을 초래하고 있다.

셋째, 급속하게 진행된 도시화·산업화 속에서 공동체 의식이 크게 약화,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 귀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이웃과 지역사회의 문제에 무관심하며 내 집단의 이익에 집착하면서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넷째, 도지사 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선거 이후에도 파벌을 짓고 서로 대립하는 현상도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사회가 진정으로 발전하고 밝은 사회가 되려면 하루 속히 이런 갈등을 완화시켜 사회통합이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치, 행정, 교육, 시민사회 등 각계가 합심해 합리적·종합적 방안을 도출해야 하겠지만, 우선 도민의식의 선진화 방안에 한정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지역의 정신적 토대가 되는 공동체 의식이 함양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민들이 정신적·물질적으로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갖는 이웃사촌으로 생각하고 연대감과 지역에 대한 귀속감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무한경쟁의 개방화  시대에 도민들은 외지인과 외래문물을 적극 받아들이는 개방적 수용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의식이 약하면 지역의 토착자본과 문물이 빈약한 제주지역은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제주민들이 확고한 주체의식을 갖고 지역실정에 적합한 대상을 선별해 받아들여야 사회적 갈등의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도민들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이해관계를 주장함에 있어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이분법적인 의식에서 탈피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서로의 의견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할 때, 나와 우리 지역의 이익과 가치가 중요한 만큼 상대방의 이익과 가치도 존중하게 됨으로써 지역문제 해결에 있어 극심한 반대나 대립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도민의식 선진화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며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이를 위한 체계적인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이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지방언론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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