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바꾸는 힘, 공공미술] 8.강원도 철원군 쉬리마을 'Forever…'프로젝트-JSA조형연구소

지역 소통 통한 3년 연속사업 진행, 완성·만족도 제고
강원도 철원이 목적지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군부대'와 '면회'를 먼저 떠올렸다. 소통 부족이다. 그 곳은 분명 '특별'했다. 사라지는 것들, 그러나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 유도 방안을 찾겠다는 의도 때문만은 아니다. '아·나·바·다'와 개발이란 이름으로 용도를 잃었던 것에 문화 숨결을 불어넣는 현장은 제주에서 철원까지 힘들었던 여정을 '만족'으로 바꿔 놓았다.
# 특별한 거리 '지역문화'
"마을은 한 지역 삶의 총체적 모습이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없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한국화가 현석 이호신 화백이 '그리운 이웃은 마을에 산다'에서 읊조린 말이 마을길을 타고 흐른다.
'쉬리마을'은 지난 2007년 지도에 이름을 올린 공간이다. 강원 철원군 김화읍 학사리∼청양4리 일대 300가구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본격적인 마을 조성 사업은 2008년부터 추진됐다. '살기 좋은'의 의미는 마을 이름만큼 충분히 중의적이다.
테마 마을로 조성되면서 '쉬리'라는 이름을 앞세운 것은 그 단어가 함축한 사회적 의미 때문이다. '쉬리'의 뜻은 두 가지다. 1급수에만 서식하는 쉬리, 즉 청정함을 말한다. 또 하나는 남북 대치 속에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다. 영화 '쉬리'를 보면 안다.
하지만 마을을 만드는 데는 대도시만큼 편리하고 세련된 생활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도보다는 '사람이 드는 곳'을 만들겠다는 바람이 보다 강하게 깔려있다. 그러다보니 커뮤니티센터 건립 사업을 비롯해 북한전통음식점 건립, '쉬리거리'만들기, 각종 테마골목 만들기, 어린이 정보화사업 등이 추진됐다.
하지만 사람들을 끌기에는 뭔가가 부족했다. '지역 문화'라는 특별한 '거리'다. 쉬리마을이 선택한 것은 '마을미술'이었다.

그렇게 철원군 쉬리마을에 40m짜리 거대 쉬리가 태어났다.
한 번도 느슨해진 적 없는 남북 긴장감 속을 자유롭게 오가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 과정에서 새로 교각을 세우며 쓰임을 잃은 화강교(구 김화교)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새 생명을 얻었다.
쉬리마을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다슬기 축제'와 '얼음마당' 등 자체 축제를 개발해 수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왔다. 하지만 그 뿐이라는 아쉬움이 늘 남았다. 마을로 사람들을 이끌 흡인력 있는 무엇에 대한 고민은 마을미술프로젝트 첫 사업부터 꾸준히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올해로 3년째 '생활공간 공공미술 가꾸기 사업'을 꾸려오는 것으로 이어졌다.

철원군과 JSA조형연구소(대표 정선미)는 2010년 'Forever Fish Project'로 명명한 쉬리 물고기 조형물로 다리의 이름을 문화로 바꿨다. 다슬기 축제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역의 바람을 담아 2011년에는 'Forever Festival'이란 이름의 다슬기 조형물이 제작됐다. 그리고 지난해 'Forever River'란 주제 아래 화강 수변녹색 휴양공간과 연계한 '다시 걷고 싶은 화강길'이 조성됐다.
앞서 두 번의 사업이 랜드마크에 집중됐다면 지난해 진행된 '기쁨 두배 프로젝트'는 즐김에 초점을 맞췄다.

매년 비슷한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하더라도 '문화예술'과 '지역 소통'이란 연결고리 없이는 짜임새라는 것이 만들어질리 없다.
조형물 내부에는 지역주민들의 손을 보태 만든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적 정원과 아트벤치 등을 설치됐다. 지금은 인근 부대를 찾은 면회객들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만큼 인지도도 높아졌다.
얼마가 투입됐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활용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화강교의 변신은 마을미술프로젝트의 한 축을 대변한다. 행여 설치물에 문제가 생기면 마을 주민센터에서 대표작가에게 바로 연결된다.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예술문화의 혜택을 받는 만족감을, 지역을 찾는 이들에겐 잊을 수 없는 문화 추억을 남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단순히 금전적인 것만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 "지역과의 한 호흡으로 성장 효과"
![]() '마을미술'에 대한 관심은 순간 재활용 개념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많은 작가들이 생활 주변에서 쓰임을 잃은 것들을 찾았다. JSA조형연구소 등 강원도 철원군 쉬리 마을과 인연을 맺은 작가들(앞서 사업은 KFB조형연구소 등 작가 구성을 일부 바꿔가며 진행됐다)이 화강교를 주목하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선미 대표 작가는 "우연히 새 다리가 생기면서 쓰이지 않는 다리에 대해 알게 됐다"며 "그 다리에 쓰임을 주는 것이 '재활용'이라는 생각에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처음은 마을 이름에 맞춰 대형 쉬리 조형물을 만들었다. 다슬기 축제를 염두에 둔 마을의 요구에 다슬기 조형물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밟게 하기 위한 고민은 낮과 밤, 남녀노소의 구분을 허무는 것으로 이어졌다. 정 작가는 "추웠던 기억만큼 만족감도 크다"고 말했다. 강원도 특유의 추위와 강바람까지 작업을 막아서는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작품의 규모와 높이, 가파른 경사는 작가들로 하여금 알아서 안전장비를 갖추게 했다. 없던 고소공포증까지 생길 만큼 작업은 쉽지 않았다. 정 작가는 "처음 작업을 할 때만 해도 뭔가 하고 멀리서 쳐다보던 주민들도 완성된 작품과 사람들의 관심을 보고 후속 문화작업을 고민하게 됐다"며 "타 지역에 비해 문화체험 기회가 적었던 탓인지 인근 주민과 군부대 등의 활용도가 높다는 것 역시 이 사업이 성과"라고 평가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