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훈 변호사

   
 
     
 
아들이 아버지 돈을 훔쳤다. 아들은 절도죄로 처벌될까. 남편이 보관하고 있던 처의 돈을 처 몰래 술값으로 써버렸다. 남편은 횡령죄로 처벌될까. 형과 동생이 따로 살고 있는데, 동생이 남에게 갚을 채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형에게 남에게 갚을 채무가 있다고 거짓말해 돈을 빌렸다. 동생은 사기죄로 처벌될까.

우리나라의 형법은 친족 사이에 저질러진 일정한 재산에 관한 죄(재산죄)에 대해 친족관계라는 특수사정을 고려해 처벌에서 특별 취급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한 특례규정을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형법은 친족상도례에 관해 ①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범죄는 그 형을 면제하고, ②위 이외의 친족간에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형법이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이유는 가능한 한 법은 가정 안에 침입해서는 아니 된다는 사상을 근거로 한 것인데, 그 성격은 이미 성립한 범죄를 행위자와 피해자 사이의 특별한 신분관계로 인해 형벌권의 발동을 저지시키는 인적 사정으로서 인적 처벌조각사유(人的 處罰阻却事由)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산죄로는 절도죄·강도죄·사기죄·공갈죄·횡령죄·배임죄·장물죄·손괴죄가 있다. 그 중 절도죄·사기죄·공갈죄·횡령죄·배임죄·장물죄에만 위와 같은 친족상도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강도죄와 손괴죄의 경우에는 그 행위의 강폭성으로 인해 친족상도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친족상도례에 관한 규정에서 '직계혈족'은 직계존속(부모와 조부모 등)과 직계비속(자녀와 손자녀 등)을 말한다. 그리고 '배우자'는 법률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만을 말하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동거'는 같은 주거에서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따라서 출가한 친족이나 가족 또는 일시적으로 함께 숙박하는 친족이나 가족은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친족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범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범죄는 성립하나 다만 친족관계라는 특수한 신분관계로 인해 처벌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아무리 친족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죄를 범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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