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사업은 1999년 12월 4·3특별법 제정, 2003년에는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 확정, 같은 해 최초의 정부수반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 2006년 제58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 노무현 대통령 참석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4·3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금기의 세월을 견뎌오고 이겨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 정부 5년동안 4·3해결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4·3중앙위원회는 단 1번 개최에 그쳤으며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 역시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4·3 제65주기를 맞는 제주도민들의 기대감은 크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4·3위령제는 '4·3의 완전한 해결은 국가추념일 지정부터'를 슬로건으로 봉행된다. 4·3국가추념일 지정을 비롯한 제주4·3해결의 재도약을 위한 과제를 3회 걸쳐 살펴본다.
△ 4·3추념일 지정 염원, 어떻게 시작됐나
4월3일을 국가추모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03년 대정부 7대 건의안에 포함되면서다.
당시 고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4·3중앙위원회는 4·3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7대 정부 건의안을 채택했다.
7대 정부건의안은 ①제주도민, 4·3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사과 ②4·3사건 추모기념일 제정 ③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을 평화와 인권 교육 자료로 활용 ④4·3평화공원 조성에 대한 적극적 지원 ⑤생활이 어려운 유가족들에게 실질적인 생계비 지원 ⑥집단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 사업 지원 ⑦추가 진상규명 및 기념사업 지속적 지원 등이다.
정부에 건의된 7대 사안 중 일부 추진된 내용도 있지만 4·3국가추념일은 정부에 건의한지 10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창일 의원 등을 주축으로 4·3특별법 개정 작업이 추진되면서 국가추념일 지정도 개정안에 포함했으나 결국 2006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최종안에는 누락됐다.
정부는 당시 유사사건의 기념일 지정요구가 잇따를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후에도 4·3국가추념일 지정을 위한 시도는 계속됐다.
2010년에는 제주지역 국회의원 3명을 포함한 84명이 '제주4·3 국가추모일 제정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으나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채 결국 자동폐기 됐다.
2011년에도 강창일 의원 대표발의로 '4·3사건희생자추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제출됐으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제주도, 도의회 차원에서도 4·3국가추념일 제정 건의를 이어왔으며 선거 때마다 4·3국가추념일은 단골메뉴로 공약화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대선 예비후보들과 함께 내도,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해 분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4·3국가추념일 약속
그러나 65주기 4·3을 맞아 도민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주도민과의 약속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12월 제주유세에서 '제주도민의 아픔까지 모두 해소될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며 4·3추모기념일 지정, 제주4·3평화재단 국고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4·3국가추념일 지정 등 4·3문제 해결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이에 앞서 8월 박 대통령은 당내 경선 당시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로 제주유세를 시작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10월 제주방문에서는 "4·3은 현대사의 비극으로, 4·3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는 길에 저와 새누리당이 앞장 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새누리당도당도 제주공약을 최종 발표하며 4·3추모기념일 지정을 비롯해 제주4·3평화재단 국고지원 확대를 통한 피해자 생계비 지원, 유가족 의료복지 확대, 유적지 복원 정비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4·3국가추념일 지정 약속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부합하면서 도민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 4·3국가추념일 이제는 실현돼야
제주4·3특별법은 제1조 목적을 통해 '제주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줌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국민화합에 이바지하기 위함' 제정 취지를 밝히고 있다.
4·3국가추념일은 이처럼 국가 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국민에 대한 위로와 추모를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기림으로써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실천하는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는 유사사건의 기념일 지정요구가 잇따르고 기존 법정기념일도 많다는 이유로 4·3국가추념일 제정에 반대했으나 사실상 제주4·3은 진상규명과 정부차원에서 사과가 이뤄진 사건이다.
더욱이 제주4·3으로 인한 희생규모는 1만4032명으로, 5·18항쟁(228명), 거창사건(934명), 노근리 사건(163명) 등 유사사건과 비교했을 때도 그 규모가 크다.
현재 역사적 사건에 관한 기념일은 4·19혁명 기념일, 5·18민주화 운동 기념일, 6·10민주항쟁 기념일, 6·25사변일 등이며, 지난 2010년 3월 경상남도 마산시민과 학생들이 지난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하다 많은 희생자를 낳은 3월15일 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5개로 늘어났다.
이에 제주4·3실무위원회는 3·15의거 기념일 지정이 이뤄진 만큼 제주4·3국가추념일 지정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대정부 건의안을 다시 채택하기도 했다.
이제 지역사회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10여년을 끌어온 4·3국가추념일 지정 염원이 이번만큼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새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맞는 제65주년 4·3위령제의 대통령 참석은 제주도민과의 약속 의지를 확인시키는 첫 걸음이 될 전망이다.
지난 15일 도의회 행자위가 4·3위령제 참석 및 조속한 4·3추모일 지정을 촉구하는 '제주4·3문제 조속해결 대정부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는가 하면 새누리당 도당 역시 대통령의 4·3위령제 참석을 요청하는 등 대통령 참석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4·3국가추념일 지정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선거를 치렀으며, 제주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박 대통령이 제주도민들에게 화답할 차례이다. 박미라 기자
제주4·3사건 65주년을 맞는 올해 4·3희생자위령제 주제 슬로건은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은 국가추념일 지정부터'로 결정됐다.
이는 4·3사건국가추념일 지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공약에서 제주4·3사건은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가슴 아픈 역사이며, 그동안 정부차원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또 제주도민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추념일 지정', '4·3평화재단 국고지원 확대' 등을 약속하며 제주도민의 지지를 얻었다.
제주4·3사건은 지난 반세기 동안 입은 있으나 말을 할 수 없는 금기의 역사였다. 제주4·3이 국가추념일이 된다는 것은 당당히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는 역사로 자리매김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유족과 도민들도 더욱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제주인의 삶과 역사를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4·3의 국가추념일 지정은 지난 2003년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의 정부 확정과정에서 대정부 7대 건의안을 통해 제기됐다.
매년 4월 3일을 4·3추모기념일로 지정, 억울한 넋을 위무하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자는 것이 건의안의 취지였다.
그러나 당시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법정기념일이 45건에 이를 정도로 많을 뿐만 아니라 제주4·3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시 유사사건의 기념일 지정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여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박근혜 대통령의 진솔한 4·3해결 약속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4·3국가추념일 지정은 다시 활기를 얻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4·3의 완전한 해결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다. 이것은 정부 스스로 약속한 것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며, 평화의 섬 제주를 완성하는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제주4·3은 한국현대사에서 빚어진 최대의 민간인학살 사건이자, 냉전체제가 빚어낸 세계사적 사건이다.
4·3의 진실을 찾는 작업은 숨겨지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운동이며, 인권 회복을 위한 민주화 운동이다.
또한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유족과 관련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평화와 인권운동이다.
지난 2010년, 마산 3·15의거 기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4·19혁명 기념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제주4·3사건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더욱 당위성을 얻고 있다.
이제 정부는 제주도민의 고통의 눈물을 이해하고 한국 과거사 정리의 모범인 제주4·3사건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정신을 국민과 함께 나눠야 할 것이다. 박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