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남에게 무상으로 물건을 빌려주는 것을 사용대차라고 한다. 이는 돈을 받고 토지나 건물을 빌려주는 임대차와 여러 가지 점에서 구별된다.

예컨대 땅 주인이 토지를 임대하면서 임차인으로 하여금 그 지상에 건물을 짓도록 허락한 경우 임대차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되면 임차인은 계약을 갱신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데, 이 때 임대인이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지상 건물을 시가로 매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반드시 매수를 할 의무가 생기는 데 반해, 사용대차의 경우에는 이러한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건물 신축을 위한 토지의 사용대차가 임대차보다 대주에게 더 불리한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용대차 계약의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 차주는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한 사용·수익이 종료한 때에 목적물을 반환할 의무가 생기고, 대주는 사용·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한 차주가 사망하거나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도 대주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런데 판례는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 사용대차에 있어서는, 당해 토지의 사용·수익의 필요는 그 지상건물의 사용·수익의 필요가 있는 한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고, 그런 필요는 차주 본인이 사망하더라도 당연히 상실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로 인해 곧바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판례는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경과했는지의 여부는 사용대차계약 당시의 사정, 차주의 사용기간 및 이용 상황, 대주가 반환을 필요로 하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평의 입장에서 대주에게 해지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여부에 의해 판단해야 하는데, 토지 사용대차의 경우 차주가 그 지상에 신축한 견고한 건물에 계속 거주하고 있다면 아직 사용·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니, 대주는 계약해지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섣불리 건물 신축을 위한 토지사용승낙서를 작성해 주었다가는 건물이 멸실되거나 폐가로 버려지지 않는 한 수십 년이 지나도 토지를 반환받지 못할 수 있으니, 반드시 계약
서에 기간을 명시해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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