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화적이며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제주 음식'이 주목받고 있다. 지리적 특성상 섬과 그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바로 먹는다'는 특성은 투박하다는 외형적 선입견마저도 강점으로 바꾸고 있다. 문제는 지역이다. 관광산업과 연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제주음식'의 틀을 만들고 이를 산업화로 연계하는데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재료 수급 등 다각적인 접근, 발전방안에 대한 요구 역시 소화하지 못하는 등 가야할 길이 먼 상황이다.
# 제철 재료·신선도 '경쟁력'
제주 사람들의 밥상에 올라온 식재료만 살펴봐도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사계절이 보인다. 그리고 제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삶의 방식'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1970~80년대 활성화된 관광산업으로 '제주 향토 음식'은 '육지화'를 경험하며 본래의 맛을 잃었다. 이전에는 없던 고추장 문화가 생겼고, 제주산 재료가 아닌 '값이 싼 식재료'가 밥상을 차지하게 됐다.
이전 정부의 한식세계화 정책에 편승해 전국 지자체들이 새로운 지역 성장 동력으로 '향토음식산업화'를 내세우면서 제주도 역시 제주음식의 관광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지난 2009년 '제주도 향토음식 육성 및 지원 조례'를 통한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제주도의 고유한 향토음식의 관광 상품화를 통한 도민 이익 창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례에 나와 있는 '향토음식'의 정의마저도 모호한 상황에서 지역 대표 음식 개발 및 상품화만 추진, 산업화의 성격마저 흩트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두기에는 제주 향토 음식이 지닌 가능성이 크다.
제철 재료를 사용했으며 양념도 많이 쓰지 않아 '건강식'에 가깝다. '힐링', '치유'가 신개념으로 떠오른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 같은 자연친화적 음식에 대한 관심 역시도 높으면서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제주 청정 이미지에도 부합, 융·복합 산업의 연결고리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힘들다고는 하지만 나름의 체계를 잡아가고 있는 타 지자체의 향토 음식 산업화에 뒤쳐지지 않도록, 제주도가 현재를 기준으로 조례를 현실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유기적으로 결합할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 지역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전통음식을 만들고 있다.
# 융·복합 아이템 가능성
제주지역에서 향토 음식에 관심을 쏟고 있는 전문가들 역시도 제주 향토 음식에 대한 농업과 음식산업의 동반성장을 기대했다.
언뜻 봤을 때 초라하거나 대중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해 버릴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 이를 도민·관광객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산업화하는 융·복합을 통한 특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그 바탕에는 제주지역에서 새롭게 생산되는 신선한 제철 재료를 접목하면 된다는 전제를 깔았다.
▲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총회 참가자들이 빙떡과 오메기떡 등 제주 전통향토음식을 먹어보고 있다.(사진 위) 탐라차문화원은 '제주의 다과' 홍보부스를 마련, 국내·외 참가자들에게 제주의 맛을 선보였다.(사진 아래)
환경 변화와 함께 시대에 따라 변하는 음식문화에 맞춰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할 수 있는 '제주 음식·음식문화'에 대한 지속가능한 방식 또한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아직까지 '제주 향토 음식'에 대한 정해진 답이 없는 만큼 충분한 검토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제주 음식과 문화화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두마리 토끼 잡기'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제주 음식·음식 문화가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제주 관광산업에도 제주 음식이 접목돼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 제주 향토 음식·음식 문화에 대한 체계적 접근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했다. 관광객 대상 향토 음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안정적 산업 기반으로 정착시키는 방안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