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열전']-표류인 김비의(8)

강남으로 돌앙 가문 멧 년이 걸릴 지 몰르난 큰 일이옌 멍, 이레저레 아뎅기멍 알아보는디, 마침 일본 사름 패가대인(覇家臺人)광 신이사랑(新伊四郞)이 장레 왓단 국왕을 만난 청는디,
“우리나란 조선광 잘 통염시난 아무 걱정 말문, 이 사름덜 앙 안전게 돌려보내쿠다.” 난 국왕이 그거 잘 뒈엿젠 멍 허가엿다.
후 인심을 진 국왕은 ‘싀 사름이 갈 때랑 모지렌 게 읏이 잘 령 보내렌’ 멍, 돈 1만5000문(文)광 후추[胡椒] 150근, 청염포(靑染布)·당면포(唐綿布) 싀 필썩 고, 석 동안 먹을 560근, 소금장, 궤기젓, 왕골초석, 칠목기(漆木器), 밥상장 줫다.
7월 그믐날, 아명여도 그냥 강은 사름의 도리가 아니옌 생각 김비의는 두 사름을 안 대궐로 간 국왕 만나기를 간청엿다. 사름이렌 것이 ‘죽을 고비를 넹기문 다 살을 메 난뎅’ 주마는 이번 일을 당연 보난, 우리가 살 방도를 은 것이 아니라, 다 주위에서 도웨줜 이제장 딘 거엿다. 우리 제주목 으문, 웬방 사름덜이 조난(遭難) 당영 땅더레 올르자마자 적대시영 몬저 옥(獄)더레 담기 바쁜디. 그걸로 보문 이딧 사름덜은 으로 순박고 인간적이다. 싀 사름이 국왕신디 고맙수덴 멍 하직을 난, 어린 국왕은 뭇 지꺼젼 ‘거 예의 바른 나라 사름덜이로구만.’ 엿다.
8월 초루, 신이사랑이 거느린 100여 멩 상단광 싀 사름이 큰 배에 탄 나흘 동안 베질연 큐슈(九州) 남쪽 섬 살마주(薩摩州, 지금의 ‘사스마반도’인 듯)에 도착엿다. 배에서 리는디 절이 거칠기가 꼭 제주섬의 름 씰 때 코지레 리는 것 닮앗다. 김비의는 베에서 리멍사라 벤소에 아간 바탕 퍼질런 나사난, 머리가 아지멍 두통이 싹 읏어졌다. 베에선 아픈 머리 헤까닥 영 바당더레 털어지카부덴, 큰 거든 족은 거든 뭐 누젠 여가문 종놈을 붙여놓으난 나오단 것도 다 들어가부럿다.
신이사랑은 싀 사름을 단골 객주집더레 아단 술광 밥을 대접엿다. 뒷날부턴 유구국에서 준 양석광 반찬거리로 때를 마련영 접대게 엿다. 살마주의 태수가 멧 례 이녁네 집더레 신이사랑광 싀 사름을 아단 술광 밥, 떡광 안주를 잘 려줘신디, 반찬광 안주는 딱 바릇궤기엿다. 그 집은 낭으로 짓어신디 엄부랑게 크고 화려엿다. 태수는 노냥 그디 살멍 공(公事)를 보는디, 재산이 한고라 좋은 도 라 리고, 큰 활광 칼을 찬 무사 20멩이 집 주위를 직고 잇엇다.
그디서 동안 살멍 마름 부는 걸 지드렷단 9월이 뒈난 신이사랑이 베를 로 산, 싀 사름을 테완 해안선을 란 사흘밤 사흘낮을 베질연 타가서포(打家西浦)에 간 렷다. 그디서부턴 신이사랑광 김비의는 을 타고 둘은 꼬불꼬불 험 질을 걸언 이틀만의 패가대(覇家臺)에 도착엿다. 그디 간 보난 부관 좌미시(左未時) 등은 베로 몬저 완 잇엇다. 패가대는 우리 도성(都城)처록 집덜이 빈틈 읏이 들어사고, 시장도 조선광 앗다. 싀 사름을 신이사랑네 집더레 아단 밥광 반찬, 술광 안줄 읏인 게 읏이 려주고, 상관(上官)광 부관(副官)을 시켱 삼시 세끼 잘 멕여줫다. 대내전(大內殿)에서도 주장(主將)이 나완 신이사랑광 싀 사름을 칙사 대듯이 대멍 술광 안주를 대접엿다.
대내전은 지에집으로 대궐처록 웅장고, 주벤에 칼 찬 무사덜이 30멩 둘러산 왓닥 갓닥 다. 문 베꼇으로 군덜이 여막에 둔(屯)을 짓언 직염신디, 너미 한 셀 수가 읏다. 대접이 끝나난 주장덜은 소이전(小二殿)을 공격레 군대를 거느리고 떠낫다. 창·칼·소기(小旗)로 무장 군가 3~4만 멩이나 뒈엿다. 당시 일본은 전국시대가 뒈여서 이디저디 군를 거느린 주장(主將)덜이 주둔여둠서 피 이신 몰명 주장을 공격영 전쟁을 벌이고 잇엇다. 군덜은 나흘 동안 전승(全勝)고 적군의 야게길 진진 장대에 섯 개나 꿰연 왓다. 그딧 사름덜은 지그무찌 대가리만 남은 사름 늬빨 들런 신분을 알아보기도 다.
신이사랑은 안적 내전(內戰) 중이난, 섬더레 도망쳥 곱앗단 벵사덜이 나왕 공격영 노략질 카부덴 수완, 베를 불로 띄우지 못영 술광 안주만 죽이는 날덜이 계속뒈엿다. 김비의는 술만 먹으문 세상 돌아뎅기멍 벨 일도 다 싯고 벨 사름이 다 신 걸 몰르고, 그자 고망우럭 이 살멍 ‘맨 쉐 도곰 튿듯’ 뚜럼 노릇을 여져신고 멍, 이번에 집의 가문 대범게 살아사 켄 다짐엿다. (계속)
넹기다 : 물건을 다른 것 위로 넘기거나, 기회 따위를 넘기다
살을 메 : 살아갈 방도나 방법
지꺼지다 : 기뻐하다
코지 : 해안선이 길게 돌출된 곳
때 : 여기서는 ‘끼니’
바릇궤기 : 바다에서 나는 생선을 통틀어 일컫는 말
엄부랑다 : 어마어마하다
지에집 : 기와집
둔(屯) : 모아 놓은 떼나 무리
몰멩다 : 하는 일이 시원치 못하고, 미련하다
지그무찌 : 검질기게. 이유를 불문하고 응하지 않은 꼴
고망우럭 :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큰소리만 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 구석당장
도곰 : 겉언치. 소나 말의 안장 양쪽에 방석처럼 까는 도구.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