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열전']-표류인 김비의(8)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강남으로 돌앙 가문 멧 년이 걸릴 지 몰르난 큰 일이옌 멍, 이레저레 아뎅기멍 알아보는디, 마침 일본 사름 패가대인(覇家臺人)광 신이사랑(新伊四郞)이 장레 왓단 국왕을 만난 청는디,

“우리나란 조선광 잘 통염시난 아무 걱정 말문, 이 사름덜 앙 안전게 돌려보내쿠다.” 난 국왕이 그거 잘 뒈엿젠 멍 허가엿다.

후 인심을 진 국왕은 ‘싀 사름이 갈 때랑 모지렌 게 읏이 잘 령 보내렌’ 멍, 돈 1만5000문(文)광 후추[胡椒] 150근, 청염포(靑染布)·당면포(唐綿布) 싀 필썩 고, 석  동안 먹을  560근, 소금장, 궤기젓, 왕골초석, 칠목기(漆木器), 밥상장 줫다.

7월 그믐날, 아명여도 그냥 강은 사름의 도리가 아니옌 생각 김비의는 두 사름을 안 대궐로 간 국왕 만나기를 간청엿다. 사름이렌  것이 ‘죽을 고비를 넹기문 다 살을 메 난뎅’ 주마는 이번 일을 당연 보난, 우리가 살 방도를 은 것이 아니라, 다 주위에서 도웨줜 이제장 딘 거엿다. 우리 제주목 으문, 웬방 사름덜이 조난(遭難) 당영 땅더레 올르자마자 적대시영 몬저 옥(獄)더레 담기 바쁜디. 그걸로 보문 이딧 사름덜은 으로 순박고 인간적이다. 싀 사름이 국왕신디 고맙수덴 멍 하직을 난, 어린 국왕은 뭇 지꺼젼 ‘거  예의 바른 나라 사름덜이로구만.’ 엿다.

8월 초루, 신이사랑이 거느린 100여 멩 상단광 싀 사름이 큰 배에 탄 나흘 동안 베질연 큐슈(九州) 남쪽 섬 살마주(薩摩州, 지금의 ‘사스마반도’인 듯)에 도착엿다. 배에서 리는디 절이 거칠기가 꼭 제주섬의 름 씰 때 코지레 리는 것 닮앗다. 김비의는 베에서 리멍사라 벤소에 아간  바탕 퍼질런 나사난, 머리가 아지멍 두통이 싹 읏어졌다. 베에선 아픈 머리 헤까닥 영 바당더레 털어지카부덴, 큰 거든 족은 거든 뭐 누젠 여가문 종놈을 붙여놓으난 나오단 것도 다 들어가부럿다.

신이사랑은 싀 사름을 단골 객주집더레 아단 술광 밥을 대접엿다. 뒷날부턴 유구국에서 준 양석광 반찬거리로 때를 마련영 접대게 엿다. 살마주의 태수가 멧 례 이녁네 집더레 신이사랑광 싀 사름을 아단 술광 밥, 떡광 안주를 잘 려줘신디, 반찬광 안주는 딱 바릇궤기엿다. 그 집은 낭으로 짓어신디 엄부랑게 크고 화려엿다. 태수는 노냥 그디 살멍 공(公事)를 보는디, 재산이 한고라 좋은 도 라 리고, 큰 활광 칼을 찬 무사 20멩이 집 주위를 직고 잇엇다.

그디서   동안 살멍 마름 부는 걸 지드렷단 9월이 뒈난 신이사랑이 베를 로 산, 싀 사름을 테완 해안선을 란 사흘밤 사흘낮을 베질연 타가서포(打家西浦)에 간 렷다. 그디서부턴 신이사랑광 김비의는 을 타고 둘은 꼬불꼬불 험 질을 걸언 이틀만의 패가대(覇家臺)에 도착엿다. 그디 간 보난 부관 좌미시(左未時) 등은 베로 몬저 완 잇엇다. 패가대는 우리 도성(都城)처록 집덜이 빈틈 읏이 들어사고, 시장도 조선광 앗다. 싀 사름을 신이사랑네 집더레 아단 밥광 반찬, 술광 안줄 읏인 게 읏이 려주고, 상관(上官)광 부관(副官)을 시켱 삼시 세끼 잘 멕여줫다. 대내전(大內殿)에서도 주장(主將)이 나완 신이사랑광 싀 사름을 칙사 대듯이 대멍 술광 안주를 대접엿다.

대내전은 지에집으로 대궐처록 웅장고, 주벤에 칼 찬 무사덜이  30멩 둘러산 왓닥 갓닥 다. 문 베꼇으로 군덜이 여막에 둔(屯)을 짓언 직염신디, 너미 한 셀 수가 읏다. 대접이 끝나난 주장덜은 소이전(小二殿)을 공격레 군대를 거느리고 떠낫다. 창·칼·소기(小旗)로 무장 군가 3~4만 멩이나 뒈엿다. 당시 일본은 전국시대가 뒈여서 이디저디 군를 거느린 주장(主將)덜이 주둔여둠서 피 이신 몰명 주장을 공격영 전쟁을 벌이고 잇엇다. 군덜은 나흘 동안 전승(全勝)고 적군의 야게길 진진 장대에 섯 개나 꿰연 왓다. 그딧 사름덜은 지그무찌 대가리만 남은 사름 늬빨 들런 신분을 알아보기도 다.

신이사랑은 안적 내전(內戰) 중이난, 섬더레 도망쳥 곱앗단 벵사덜이 나왕 공격영 노략질 카부덴 수완, 베를 불로 띄우지 못영 술광 안주만 죽이는 날덜이 계속뒈엿다. 김비의는 술만 먹으문 세상 돌아뎅기멍 벨 일도 다 싯고 벨 사름이 다 신 걸 몰르고, 그자 고망우럭 이 살멍 ‘맨 쉐 도곰 튿듯’ 뚜럼 노릇을 여져신고 멍, 이번에 집의 가문 대범게 살아사 켄 다짐엿다. (계속)

 

넹기다 : 물건을 다른 것 위로 넘기거나, 기회 따위를 넘기다

살을 메 : 살아갈 방도나 방법

지꺼지다 : 기뻐하다

코지 : 해안선이 길게 돌출된 곳

때 : 여기서는 ‘끼니’

바릇궤기 : 바다에서 나는 생선을 통틀어 일컫는 말

엄부랑다 : 어마어마하다

지에집 : 기와집

둔(屯) : 모아 놓은 떼나 무리

몰멩다 : 하는 일이 시원치 못하고, 미련하다

지그무찌 : 검질기게. 이유를 불문하고 응하지 않은 꼴

고망우럭 :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큰소리만 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 구석당장

도곰 : 겉언치. 소나 말의 안장 양쪽에 방석처럼 까는 도구.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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