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 -표류인 김비의(9)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어중간게 놀곡 먹곡 자기를 섯 . 내전(內戰)이 어느 정도 여지난, 이월에 싀 사름을 베에 태완 나삿다.  시오 리 가난 꼬메기 섬의 도착여신디, 일름은 식가(軾駕)옌 엿다. 그디서 루밤 잔 동새벡이 나산 초냑인 일기도(一岐島)에 렷다. 그딘 큰 동넨디 신이사랑은 주연집더레 싀 사름을 매끼고 졍 온 양석광 반찬으로 대접엿다.

그디서 사흘을 자난, 또 베 탄 바당으로 나완 냑지 베질연 대마도(大馬島) 초나포(草那浦)에 렷다. 신이사랑은 주연을 삼춘이엔 연게 또 싀 사름을 그 집의 재우난, 그 집의선 술지 권멍 뭇 귀빈처록 대접엿다.

대마도옌  딘 돌만 한한고 메라부난 밧이 벨로 읏언, 이제장 본 섬광은 영  판으로 백성덜은 느나읏이 굶음이 반이엇다. 도주(島主)가 가지 못 덴 멀리기도 고 름도 시원치 아니난, 두 을 지드련 월에 샛름이  불어가난 바당로 바짝 붙연 베질연 사포(沙浦)에 간 잣다. 그디서  이틀 싯단 름이 자난 또 으로 연 도이사지포(都伊沙只浦)로 갓다.

그디서  사흘을 살아신디, 를은 으남이 싹 가시난 눈앞의 땅이 끝 읏이 잇어지는디 조선 땅이렌 다. 질 몬저 화색이 돈 건 이정(李正) 령이다.

“아이고! 이젠 살앗져. 우리 새각시광 어멍은 어떵 살암신고?”

“오륙도에서 일본 대마도가 훤히 봐진덴 영게, 엎더지문 코 대어지큰게.”

강무(姜茂) 도공도 들은 건 잇언 반색멍 맞받아친다. 김비의는 씩 지쁘멍도 말은 안고 그 동안 세월이 얼매나 흘러신디 손가락을 구부렷닥 페왓닥 멍 세여본다. 정유년 이월 초를에 베를 탄, 이제 기해년 오월초난 이년 고도 석 , 스물일곱 째다. 죽은 사름은 죽어부난 몰르주마는 산 사름은 그 진진 날덜을 어떵 뎌져신고. 생각만여도 히어뜩다.

사흘을 잔 샛름이  불어와가난 아적 인칙 베 탄 나산 물아가난 도착 고단이 염포(鹽浦)옌 다. 오월 초사흘, 그리고 그리던 조선땅에 도착난 눈에 익은 사름덜이 모다 완 어떤 일이곤 다. 쎙판 몰르는 사름덜이주마는  동네 사름덜 으고, 궨당처록 보인다. 초지종을 다 듣은 후제, 울산군수(蔚山郡守)가 머리에 씬 감투가 이상여신고라, 갓광 베  필썩 주멍 옷 멩글안 입엉 서월로 가렌 다.

입국연  보름만이 대궐로 가난, 선위사 이칙(李則)이 보고서를 올려신디,

“지금 온 유구국 사신 상관인 신시라(新時羅)가 부관인, 선주 등 219멩광 제주 표류인 김비의·강무·이정을 안 베 싀 척에 누와 탄, 오월 초사흘날 염포에 도착햇십니다.” 상관인안티 들어 보난

“우리는 본래 하카다(博多) 사름덜인디, 지난 정유년 10월에 부관인이역 디 장차 유구국에 간 보난, 마침 귀국의 표류인이 션, 국왕이 서계(書契)를 주멍 우리신디 아다 주렌 엿십니다. 무술년 칠월 스무드렛날 베탄 나완 보난 우리 대내전(大內殿)광 소이전(小二殿)이 싸움 붙으는 름에 영 늦어졋십니다.” 엿고, 김비의네 싀 사름은

“우리는 제주 사름인디 정유년 이월 초를날 진상품 감자(柑子)를 받안 답 멩이 베를 탄 추자도지 가난 큰 름이 일언 서쪽으로 표류엿십니다. 일레만이 남쪽더레 흘럿고, 열를만이 김득산이 벵들언 죽고, 열나흘짼 섬에 정박젠 단 파선뒈연 늬 사름이 빠져 죽엇십니다.” 고, 스물일곱  동안 지낸 이약을 엿다.

그 말을 미나게 들은 임금(성종)은 싀 사름이 겪은 나라 풍속이 너미 기이덴 멍 홍문관에 그 말을 이 쎵 놔두렌 엿다. 또시 경차관신디 멩는디 “제주인 김비의·강무·이정 등이 정유년 2월에 진상 감자를 졍 오단 표류연 더런 죽고 더런 살아시난, 살안 돌아온 사름은 본가에 알려주고, 죽은 사름덜 집의랑 휼전을 시행라” 엿다.

싀 사름은   동안 조사를 받은 후젠 유월 스무날에 제주로 려오는디, 두 해 동안 부역(賦役)을 멘제시켜 주고, 반 년치 녹봉에다, 려가멍 먹을 거고, 판찍 새 관복을  불썩 입전 보내엿다. 김비의는 아무 벌도 안 받고 칙사이 대접 받으난 너미 기분이 좋안, 경 고생여시문 정다슬만 디도, 이녁 각시껀 요 얼레기 나 안 사곡, 잊에불지도 아니영 조천방이 부탁 옥가락지만 돈 쳐 줜 덜락게 산 려왓다. (끝)

동새벡이 : 이른 새벽에

초냑 : 초저녁

삼촌 : 숙부나 백부, 또는 그 아내를 가리키는 말. 아저씨(아주머니)뻘 되는 사람을 가깝게 부르는 말

메르다 : 땅이 기름지지 못하고 메마르다

멀리다 : 말리다. 못하게 하다

으남 : 안개[霧]

히어뜩다 : 잠깐 정신이 핑 돌아 어지럽고 몽롱하다

염포(鹽浦) : 조선 시대, 일본에 개방했던 삼포(三浦)의 하나로 지금의 방어진과 장생포 사이에 있었다

선위사(宣慰使) : 조선 시대, 외국의 사신이 입국했을 때 그 노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파견하던 임시 관직

경차관(敬差官) : 조선시대, 지방에 임시로 내려 보내는 벼슬

휼전(恤典) : 정부에서 이재민을 구제하는 은전

정다슬다 : 정다시다. 큰 낭패를 보아 다시는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혼나다.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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