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열전']-세경할망 자청비(1)

‘자, 이제 씨를 부쩌살 건디, 무신 씰 삐코? 느조 나조 광덕조 쉐뿔조여, 흐린조여, 모인조여, 강돌아리여, 대국조여. 야, 삐자. 동경으로 세경데레 삐카? 세경으로 동경더레 삐카?’ (현용준 저 「제주도무속자료사전」‘세경본풀이’에서)
엿날 엿적 김진국(金鎭國) 대감광 조진국(趙鎭國) 부인이 셔신디, 종덜 부리멍 읏인 거 읏이 큰 부제로 살앗주마는, 마은이 넘고 쉰이 다 뒈여가도 식 나 읏엉 걱정이라.
를은 김진국 대감이 심심연 싀거리 폭낭 그늘에 간 바둑 장기 두멍 놀단 보난, 어디서 베창지 끊어지게 웃음벨탁 는 소리가 난 고만이 아간 보난, 다 씨러져가는 막사리 거적문 소곱에서 나는 소리라. 짝게 걷언 보난, 동녕바치가 베 우틔서 아읠 놀리멍 웃엄시난, 집이 완
“돈을 문 무신거 멍, 밧을 문 무신거 거라. 아명 부제로 살아도 식 읏인게 원통다.” 다. 부부간 마주 앚안 한숨 쉬멍 탄식 노렌 난 동개남(東觀音) 상저절(上住寺)의 소(小師) 시님이 권제 받으레 뎅기단 대감집의 들련
“소승 절이 벱네다.” 난, 느진덕정하님이 나오란
“어느 절의서 옵디강?” 들으난
“동개남 상저절에서 왓수다마는, 우리 당광 절이 헐어부난, 권제삼문 받아당 당 수리곡 절 잘 고찌문, 식 읏인 사름은 식 점지여 주곡, 멩(命) 른 사름은 멩 질게 여주곡, 복(福) 읏인 사름은 복을 주젠 연 영 돌아뎅기는 거 아니우까.”
느진덕정하님이 권제삼문 받아갑센 난, 소 시님이 는 말이
“높이 들렁 이 시르르시르르 비웁서. 방올 털어지문 멩(命)이 그만큼 라지고, 복이 털어지는 벱이우다.” 멍, 권제를 받안 나가젠 여 가난, 김진국 대감이
“소 시님아, 시님은 놈의 공이 먹젠 염시냐? 단수육갑(單數六甲)이나 오행팔궤(五行八卦) 져시냐? 원천강(袁天綱)이나 걷어보라. 우리 부부간의 쉰이 다 뒈여가는디, 어디 식이나 셤직냐?”
소 시님이 원천강 내여 놘 초장, 이장, 삼장을 걷어본 끗듸
“대감님아. 우리 당이 영험(靈驗)이 좋으난 송낙지 구만 장, 가사지 구만 장, 상벡미 일천 석, 중벡미 일천 석, 하벡미 일천 석, 벡근썩 똑 맞게 저울영 우리 법당에 졍 왕 석 열흘 벡일 동안 원불수륙(願佛水陸) 드렴시문, 남녀 식 생불이 셤직네다.”
그 말을 들은 김진국 대감은 은 대로 준비연 원불수륙 들어간다. 아적읜 아적 수륙, 낮읜 낮 수륙, 냑인 냑 수륙, 를에 삼싀 번썩 원불수륙 들이멍 석 열흘 뒈난 대 스님이
“대감님. 벡근 걸량을 법당에 왕 저울여 봅서.”
간 대추남 꼬까마귀저울로 저울이난, 벡 근에 근이 부작연 아흔아홉 근이 뒈엿다. 대 스님이 말을 뒈
“대감님. 벡 근이 차시문 남생불이 탄싕 듯디, 근이 모지레연 여식 탄셍시켬시메, 어서 김진국 땅 들어강 합궁일(合宮日) 받아그네 부부간의 천상배필 무읍소서.”
집의 돌아완 합궁일을 받아단 천상배필 무으난, 그 날부떠 태기가 셔간다. 아방 몸에 흰 피, 어멍 몸에 검은 피, (肉) 설어 뻬(骨) 설어, 오장육부 설어, 열 준삭(準朔) 체완 난 보난 여식인디, 앞 임댕이에 햇님, 뒷 임댕이에 님, 양 둑지에 새벨을 오송송 벡인 듯 곱다.
아기 얼루는 미로 날 가고 가는 중 몰르단 아기가 혼(魂)의 싀 설 뒈는 해엔 일름을 지와신디, 청(自請) 연 나시난 ‘청비(自請妃)’로 엿다. 아기씨가 아바님 랑을 뿍 받으멍 커 놓으난 갈수록 고와지는디, 열 이 뒈난 아방은 정수남(鄭壽男)이옌 남 종을, 어멍은 정술댁(鄭述宅)이옌 여 종을 내어준다.
경고 열다섯이 뒈는 해엔 삼칭 집을 짓언 방마다 비단클광 공단클을 걸어주난, 봄름을저을 심냥 돌아댕기멍 놀아박 짜박엿다.
를은 청비 아기씨가 비단클에 앚안 노는디, 느진덕정하님이 답간 완 이 사난, 여도 손이 고와 베연
“는 어떵난 영 손이 희양게 고와져시냐?” 연 들으난 정술댁은
“상전님아, 일은 알곡 일은 몰람수다예. 주천강 연못의 강 답을 하영 당 보문 손발이 희양케 고와집니다.”
“게건 나도 주천강 연못듸 강 답커메 갈 때랑 앙 글라.” 다. (계속)
세경 : 제주 무속에서 ‘농업을 관장하는 신’을 가리키는 말
베창지 : 소화기관인 대장과 소장, 그리고 창자를 함께 일컫는 말
웃음벨탁 : 유쾌하게 깔깔 지껄이며 즐김
동녕바치 : 거지. 돌아다니며 얻어먹는 사람
느진덕정하님 : 제주 무속에 나오는 여자종 이름
원천강 : ‘원천강’은 중국 당대의 유명한 점쟁이인데, 그의 점서(占書)를 말함
셤직냐 : 있음직하냐?
송낙지 : ‘송낙’은 제주 무속에서 무당이 쓰는 고깔모자인데, 그걸 만드는 재료인 종이
원불수륙 : 부처님께 자신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길 빌며 불공을 드리는 일
무읍소서 : 맺으십시오
설다 : 애가 들어서다
준삭 : 일정한 달수가 참
둑지 : 어깨. 팔과 어깨가 잇닿은 관절 부분
비단클광 공단클 : 비단 짜는 베틀과 공단 짜는 베틀
답 : 빨래, 세탁.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