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어업문화유산 '도대불'을 찾아서] 7. 귀덕리 도대불

▲ 1930년대 축조된 귀덕2리 도대불은 1966년 전기가 공급될 때까지 사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별취재팀
귀덕2리 도대불 1930년경 축조 원형 유지
원통모양 형태 전기공급 전까지 등대 역할
귀덕1리 복덕개포구서도 도대불 흔적 확인
일제강점기 건립 이후 1960년대 훼손 추정
 
현재 도내에 남아 있는 여러 도대불 가운데 원형을 잃지 않은 것으로는 귀덕2리 도대불을 꼽을 수 있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는 1430년대 촌락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귀덕2리는 예부터 어족과 해산물이 풍부해 어업이 발달했다. 그렇기에 주민들에게는 야간에 어선들의 항로를 밝혀줄 도대불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웃마을인 귀덕1리에도 도대불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그동안 기록이 없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마을주민들에 의해 도대불 복원이 이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 귀덕2리 도대불 원형 유지
 
귀덕2리 도대불에 대한 기록은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림읍이 1999년 2월 발간한「한림읍지」와 재제주시귀덕2리친목회가 2000년 1월 발간한「귀덕2리지」에 따르면 귀덕2리 도대불은 '진질개'로 불리는 선창가에 위치하고 있다.
 
이 도대불은 1930년경 마을사람들에 의해 축조됐는데, 외벽은 크기가 다른 현무암을 이용해 불규칙적으로 쌓고, 내부는 잡석으로 채웠다.
 
상단부에는 호롱불을 놓기 위한 도구가 있었고, 불을 켜거나 끌 때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시각적으로는 원통형태를 이루는데, 상단부 일부가 훼손된 것으로 전해진다.
 
등화 담당자는 '불칙'이라 하여 선창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 중 나이가 들어 생업에 종사할 수 없는 사람을 선정했다고 한다.
 
이 도대불은 1966년경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다.
 
도대불 상단부에 있었던 등화 도구는 긴 나무를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른 키 정도의 등화 도구에 불을 밝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대불의 규모는 높이 256㎝, 하단 지름 449㎝, 상단 지름 368㎝로 기록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같이「한림읍지」와「귀덕2리지」에 기록된 도대불의 규모는 최근 실측한 결과와 유사했다.
 
최근 귀덕2리 도대불을 실측한 결과 하부 둘레는 1412㎝로, 지름으로 환산하면 449㎝ 정도다. 상부 둘레도 1160㎝로 측정, 지름으로 환산하면 369㎝로 기록과 거의 흡사했다.
 
다만 도대불의 높이는 194∼290㎝로 정면과 뒷면, 우측, 좌측에서 측정한 결과가 모두 달랐으며, 편차가 컸다.
 
1945년생인 김방태씨는 "어릴 적부터 귀덕2리에 살았는데, 지금 있는 도대불의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1960년대까지 도대불이 사용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예전 도대불에 불을 놓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임금 대신 고기를 받았다"며 "밤에 불을 켰다가 새벽에 불을 끄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 귀덕1리 도대불 복원 관심
 
▲ 일제강점기 때 축조됐다가 1960년대 훼손된 것으로 추정되는 귀덕1리 도대불이 최근 복원됐다. 특별취재팀
귀덕2리 도대불 취재과정에 귀덕1리에도 도대불이 있었던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귀덕1리 도대불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아 지금까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림읍이 지난 6월20일부터 8월18일까지 진행한 귀덕1리 복덕개포구 정비공사과정에 도대불이 복원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대불의 형태와 규모, 위치 등은 원형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주민들의 증언을 최대한 반영, 복원작업이 이뤄졌다.
 
최근 복원된 도대불의 규모는 하단 폭 280∼316㎝, 상단 폭 205∼236㎝, 지붕을 제외한 높이 342㎝로, 원형보다 다소 크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귀덕1리 도대불의 원형은 애월리 도대불, 고산리 도대불 등과 유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44년생인 홍두봉 전 귀덕1리 어촌계장은 "어릴 적 포구에 도대불이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1960년대 초에 허물어졌는데, 마을주민들이 돌을 하나씩 들고 가면서 도대불 흔적이 남아 있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홍두봉 전 어촌계장의 증언대로라면 귀덕1리 도대불은 일제강점기 때 축조됐을 가능성이 크며, 20∼30년간 사용하다 허물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귀덕1리에 도대불이 있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정확한 규모와 축조시기, 용도 등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특별취재팀=사회부 김경필 차장 대우, 한 권·김하나 기자 / 자문=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건축전문가에게 듣는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이번에 소개하는 도대불은 귀덕1리와 귀덕2리의 도대불이다. 귀덕1리 도대불은 사다리꼴형에 가깝고 귀덕2리 도대불은 방사탑형에 가까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귀덕리 도대불은 귀덕2리의 도대불이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귀덕2리의 도대불은 마을주민에 의해 1930년대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진질개 포구에 자리 잡고 있다. 귀덕2리 도대불은 단순한 원통형식의 기하학적 형태에 몸체 상부로 이어지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가진 도대불로 평가된다. 이는 축조방식과의 관련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해본다. 즉 외벽은 현무암을 이용해 막쌓기 형식으로 축조돼 있고 내부는 잡석을 채워 넣었는데 이러한 축조방식이 현무암만을 다듬어 축조된 고산리, 보목리, 대포동 도대불과는 다른 느낌의 곡선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포구개발로 인해 귀덕2리 도대불 주변지형이 변화돼 높이가 달라지기는 했으나 개략적인 높이는 250㎝, 하단둘레는 1412㎝, 상단둘레는 1160㎝의 크기를 갖는 도대불로서 몸체내부에 계단이 설치돼 있는 독특한 형식을 하고 있다. 하부는 넓고 상부는 좁아짐으로서 시각적으로 안정된 형태를 취하면서도 좀 더 높은 도대불을 축조해 멀리 바다 상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축조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실제로 귀덕2리 도대불 상부는 다른 지역의 도대불과 달리 비교적 넓고 평탄하게 돼있다. 상부에 특별한 설치 흔적이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긴 나무를 설치해 호롱불을 달아두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만큼 상부공간이 넓어 바다를 관망하기 용이하도록 축조돼 있기도 하다.
 
반면 귀덕1리 도대불은 사다리꼴형 형태로 점화를 위한 계단이 설치돼 있다. 높이는 342㎝, 몸체 하단 240~316㎝, 몸체 상단 205~236㎝의 크기로 다른 지역의 도대불과 비교할 때 다소 큰 규모라 생각되는데 바닷가에 상당히 근접한 위치에 축조돼 있는 점도 큰 특징이다. 그만큼 귀덕1리 도대불은 위치와 규모에 있어서 구별되는 점이 있다. 귀덕1리 도대불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소실됐다가 최근 복원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귀덕리 도대불의 형태적 아름다움도 흥미 있는 이야기이지만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귀덕1리와 귀덕2리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전혀 다른 형태의 도대불이기에 흥미로운 의문을 갖게 한다. 교통편이 용이하지 못했던 당시의 상황으로는 지역간의 왕래가 빈번하지 못했을 것이고 포구의 형성과 지형적 조건 등에 있어서 축조양식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기에 도대불의 형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그만큼 지역·설치 장소·목적에 따라 축조하는 해안마을 사람들의 손맛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제주 도대불의 독특한 형태와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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