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 -세경할망 자청비(2)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청비 아기씨가 이제지 입단 옷을 대구덕에 숨빡 담안 주천강(酒泉江) 방축에 젼 간 앚안 답마께로 와작착와작착 두드리멍 답을 노랜 난, 하늘 옥황에 문곡성(文曲星)의 아 문왕성(文王星) 문도령이 서월로 공비레 가멍, 붓  줌 들르고, 책 일만 장광 베리 삼천 장을 짊어젼 가단, 곱닥 아기씨가 답을 염시난 그냥 넘어갈 수가 읏언,

“저기 답는 아기씨. 질 가는 사름 목 란 죽어짐직 연, 물이나  박세기 청쿠다.”

“예. 그걸랑 경서.” 대답여둰, 물  박 떠아젼 버드낭 섶상구리 좍좍 훌터 놘 문도령안티 젼 가난

“어떵연 곱닥 아기씨가 고운 물에 읏인 티를 띠완 줌이우까?”

“아이고, 요 도련님아, 어떵연 난 알고 난 몰람수가. 급 질을 가단 중이라, 애가 타고 목른 짐에 물을 그냥 벌칵벌칵 드르씨당 기문 약도 읏입니다. 후후 불멍 히 드십센 경 거 아니우까.”

“들언 보난 경기도 우다.”

“경디 도련님은 어디 가는 질이우깡?”

“서월로 공비레 가는 질인디, 무사 기영 이 들엄수가?”

“도련님, 우리 집의도 나광  날  시에 난 오래비가 신디, 서월러레 공비레 가고졍 여도 누게 인도여 줄 사름이 읏언 못감시난, 벗영 디 아다 주쿠가?”

“경서. 나도 벗이 읏인 참이난.”

“게문 잘 뒈엿수다. 나 랑 왕 꼼 지드렴십서.”

청비 아기씨가 젖인 답 훌훌 걷언 문도령 집더레 안 간 먼 올레에 세와둰, 느진덕정하님 불런 답 널렌 라두고, 아바님 방으로 들어간

“아바님! 저도 삼천 선비님 고 이 글 공비 가문 어떵코마씀?”

김진국 대감이 대답길

“지집아의가 공빈 영 무시거 젠?”

“아이고, 요 아바님아. 느지막이  나 나신디, 늴이라도 당장 아바님이 이 싀상을 떠난뎅 문 누게 싯수강. 기일제 때 축지방이라도 질로 쎵 올려사  거 아니우깡.”

“들언 보난 그것도 맞인 말이여. 게건 강 글 공비영 오라.”

아바님안티 허락 받으난 지꺼젼 그 질로 어멍신디 간

“어머님! 여식(女息)도 글 공비여 두문 기일제에 축지방을 질로 쎵 올릴 거 아니우까? 서월로 공비레 가는 벗덜이 한, 나도 이 강 공비영 오쿠다.”

“게건 기영 라.”

청빈 이녁 심 먹은 대로 부모 허락 받아지난 좋안, 여옷 벗어 둰 남옷으로 갈아입언, 책이영 붓이영 싸젼 부모님께 절여둰, 먼 올레에 나간 보난 문도령이 지드렴시난

“저 누님신디 잘 들엇수다. 우리 통성멩이나 주.”

“나는 하늘 옥황의 문왕성 문도령이우다.”

“나는 주년국땅 청도령이우다. 어떵단 보난 우리 디 공비레 가게 뒈여신게마씀. 잘 부탁드리쿠다.”

“반갑수다. 좋은 인연인게마씀.”

문도령광 청도령이 성제이 질을 걸언 서월에 당도 여젼, 은 방을 빌언  솟듸 밥을 먹고,  이불 소곱에 자멍,  서당에 이 강 글 읽곡,  해 두 해 지나단 보난, 문도령이 청비가 여 몸인 걸 눈치 챌 때가 뒈여가난, 를은 청비가 꿰를 내연 은대양에 물을 떠단 은수제광 은봄 걸쳐 놘 는 말이

“나가 글 공비 올 때, 우리 부모가 는 말이, 밤의 을 잘 때 이치록 영 을 자뒈 그것이 오고셍이 시문 공비가 잘 뒈곡, 그것이 털어지문 글이 무충덴 영게.” 난,

문도령도 그치록 여보젠 기영 연 자는디, 수제가 털어지카부덴 걱정뒈연 맨날 을 못 자난 뒷날 아적 삼천서당에 강 앚기만 문 꾸박꾸박 졸멍 공비 못곡, 청빈 털어지고 뭐고 그자 펜안히 잘 자 놓으난, 듣는 족족 머리에 쏙쏙 들어오란 삼천서당의서 장원이 뒐 판이라. 를은 문도령이 약이 올른 생인고라

“ 날  시  고냥에서 먹곡 자곡, 이 왕 꼭 이 공비는디, 누겐 장원곡 누겐 낙제 판이난, 이런 분이 어디시리. 글재주는 느가 좋덴 인정주마는, 다른 건 나신디 안뒐 거여. 느 나고 제주를 심벡여 볼땨?”

“무신 제주 말이라. 아무것도 느신딘 지진 아니 거여.”

“경문 우리  번 오좀(尿) 멀리 길락 여 보카?”

청비는 문도령이 뭘 알안 는 소리 아도, 그걸 아니문 의심 거 닮안

“으. 아무거라도 좋아. 누게 지카부덴….”

문도령이 몬저 기뒈 섯 발 반을 기난, 청빈 지끔 오좀이 아니 려우난 잠시 어디 강 오켄 여둰, 왕대왓디 들어간 죽순(竹筍) 라단 바짓 강알에 담안  번 맥을 쓰난, 열두 발을 나가난, 문도령은 그거지 지는 름에 기십 팍 죽언 항복을 는구나. (계속)

 

숨빡 : 가득 찬 꼴

답마께 : 빨래방망이. 빨래할 때 두드려 빠는 방망이

베리 : 벼루

기다 : 물에 체하다. 물 따위를 마시다가 잘못하여 기관지에 들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게 되다

질로 : 자기대로, 저절로

게건 : 그러면. ‘기영 건’의 준말

지꺼지다 : 기뻐하다, 일이 잘 되어 만족하다

은대양 : 은으로 만든 세숫대야나 징

은봄 : 은으로 만든 젓가락

오고셍이 : 고스란히

무충다 : 총명하지 못하여 판단이 둔하다

고냥 : 구멍 → 고망

심벡다 : 실력이나 힘을 겨루다.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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