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열전'] -세경할망 자청비(3)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문도령이 뒷녁날 아적이 마당에 나완 시수를 노렌 난, 하늘 옥황에서 붕조(鵬鳥)  리가 아오란 ‘툭’게 털으치는 걸 줏언 보난 아바님이 보낸 펜지라. 내용인 즉

‘문도령아. 삼년동안 글공비 여시매 이제랑 그만 영 저 올라왕 서수왕 아기신디 장게 가라.’ 여서.

문도령이 그 펜질 언 들어간 청비안터레

“청 도령아. 난 글공비 그만 영 집이 가사 켜. 아바님이 펜지 보내여신디, 그만 영 왕 서수왕 아기신디 장게 가렌 엿져.”

“기영민 나도 글공비 고만영 집이 가키여.”

둘은 삼천서당 하직고 익단 책광 하간 세간을 설런 집더레 가는디, 청비가 만이 생각여보난 문도령광 가당은 아바님 어머님이 알게 뒈문 큰일 날 거 닮안, 문도령을 떨어추와뒁 가젠 음을 먹엇다.

어떵문 문도령을 똘라불코 멍 가단 보난 우알로 찡 물통이 이시난 청비가 말을 뒈

“문도령아, 우리 삼년 동안 이 글공비 멍 몸에 테가 말만이 여실거난 몸이나 앙 가게.”

“그거 좋다.”

청비는 웃통으로 들어가고 문도령은 알통으로 들어간, 청비가 만이 보난 문도령이 우알로 맨들락이 벗어둰 물러레 풍당 뛰어 들언 동더레 갓닥 서러레 갓닥 당 숨들어도 보곡 염서, 우통만 벗언 아무케나 싯는 척 마는 척 물소리만 내단, 버드낭섭 나 단 글을 쓰뒈, ‘눈치 읏인 문도령아. 멍청 문도령아. 삼년동안  이불 소곱에 을 자도 남녀 구벨도 못는 문도령아.’ 연 알통더레 띄와둰 우통 입언 집으로 나.

문도령이 몸 단 버드낭섭 떠와가난 건전 페완 보난 그치록 쎠져시난 제게 옷을 입는 게 웃통은 둑지레 걸치곡 알옷은  가달에 두 다리 디물리완, 베꼇더레 나완 우당탕우당탕 뛰멍 앞을 보난 청비가 벌써 고갤 넘어간 머리만 메쪽메쪽 염선, 두 주먹을 불끈 줴연  닥닥 흘리멍 발 뒤치기 북무는 중도 몰르곡 좇아가 보난, 팡돌에 앚안 쉬엄서. 청비는 아명여도 삼년동안 정든 문도령을 그냥 보내는 것이 도리가 아닌 것 닮안 일어난 맞이멍

“문도령님! 내가 여의 몸으로 오장 도련님 눈을 쉑연 미안우다. 우리집 먼 올레에 상 이시문 아바님 어머님신디 글공비 뎅겨온 인사를 드려뒁 나오커메, 지드렷당 우리집이 를밤 쉬엉 늴랑 갑서.”

기영 으난 문도령이 고개를 끄닥끄닥 연, 청비가 집더레간 문안을 드리난 아버지 김진국 대감은

“삼년동안 어디 몸이나 아프지 아니여냐?”

“예. 몸 펜안히 지내단 왓수다마는 아바님 어머님신디 드릴 말씀이 싯수다. 나고 글청에서 삼년동안 글공비 던 선비 나가 저 올레에 산 이신디, 날은 저물고 발도 북물언 가기가 여려우난 나영 이 싯당 늴랑 보내문 어떵우까?”

“남가 여가?”

“남자마씀.”

“열다섯 우희건 나방더레 들여놓곡, 아래건 느 방으로 들여놓으라.”

“열다섯 아래우다.”

“기영건 느방더레 들여놓으라.”

김진국 대감의 허락을 받은 청비는 씩 지꺼젼 지 방에 들어간 남옷을 벗어둰 곱닥 치메 저고리로 아 입언 문도령 안 짝짝 방더레 들어간다.

문도령을 펭풍 앞의 앚져둰 냑 밥상을 잘 려단  상에 앚안 밥을 이 먹고, 이부자리를 페완 잘 주무십센 여둰 베꼇더레 나완 상다락 방더레 올라갓다. 청비가 오랜만에 공단클에 앚안 베를 짜단 보난 삼경이 뒈여간다. 문도령은 도 안들고 오랫도록 지드려도 청비가 안 들어와 가난, 째기 일어난 베꼇더레 나완 보난 상다락 창문에 불이 베롱게 비추와시난 소리 읏이 올라간 허우덩싹 웃이멍 공단클 더레 사난, 청비가

“아이고, 도련님. 어떵연 도 안 자고 나옵디가? 제게 들어강 잡서. 아버님 어머님이 알문 큰일 납니다. 강 이시문 나도  들어가쿠다.”

그 말을 들은 문도령이 아뭇소리 읏이 누웟단 방더레 돌아완 진 한숨을 쉬멍 누워시난, 청비가 들어완

“무사 경 진 한숨을 쉬엄수가?”

멍 이불 걷언 더레 쏙 들어간게 삼년동안 눈속임 여오단 랑을 찐게 누단 새벡 이 울어가난, 청비가

“도련님. 날이 아시니, 어서 행(行次) 십서.”

고 이벨는디, 문도령이 씨  방울을 내여주멍

“이 씨를 싱겅 이 앙 탈 때지 아니 오건 죽은 중 알라.”

멍 징표로 삼동낭 얼레기 뚝 꺾언 반착썩 갈란 하늘러레 잇어진 줄을 타고 문도령이 올라간다.

청비가 씨를 이녁 눕는 방 베꼇디 싱건, 싹이 나고 순이 올라완 줄 벋고 이 안 익어가도 기약 문도령은 돌아올 줄 몰른다. (계속)

 

뒷녁날 : 이튿날. 다음날

붕조(鵬鳥) : 날개의 길이가 삼천 리이며 하루에 9만 리를 날아간다는, 매우 큰 상상의 새

하간 : 여러 가지의. 모든

똘라불다 : 한 무리에서 따돌려버리다

찡다 : 크기나 길이가 같은 것끼리 가지런하고 고르다

테 : 때. 몸이나 물건에 묻은 더러운 것

맨들락이 : 알몸의 상태로. 껍질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숨들다 :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가다

우통 : 윗도리

북물다 : 입술이나 발바닥이 부르터 물집이 생기다

허우덩싹 : 매우 기뻐서 입을 크게 벌려 웃는 꼴

씨 : 박씨

얼레기 : 어레빗.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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