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세경할망 자청비(4)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를은 청비가 다락 우틔 올란 보난 문도령은 아니 오고, 알동네 김정승 집안의 장남덜이 짚은 산 곶에 들어간 지들커로 삭다리 연 쉐질메, 질메에 잔뜩 실런 쉐 임댕이엔 신달리 뿔 뒤엔 아진베기 고장을 꼬주완 덜랑덜랑 오는 게 으로 볼만다.

올레 베꼇더레 구경레 나오단 보난, 정이 읏인 정수남인 비근다리이 먹언 눌굽에 앚안 입사우리 뒈우데기멍 작박 은 손으로 바지허리 뒈싼 훍은 늬 진 늬 리지 아니연 뚝뚝 잡아 죽염시난

“정이 읏인 정수남아. 는 일 읏이 맨날 놀고 먹엉 비근다리 이 만 찌우멍 늬 사농만 염시냐. 놈의 집안 장남덜은 곶에 간 지들커 연 질메에 잔뜩 실런 싹싹 오는 거 말로 보기 좋아라.”

그 말 끗듸 정수남이가 는 말이

“상전님아. 경걸랑 테에 강  아홉, 쉐테에 강 쉐 아홉 아당 질메 지왕 슨 도치 실강실강 아놓곡, 갈적삼광 갈뱅이 려 놉서. 늴 아적읜 나도 가쿠다.”

청비가 느진덕정하님 시켠 은 대로 려주난 뒷날 아적인 새벡 조반 먹고 정심은 멕에 담안 쉐질메예 줏어 시껀, 어려려 소리 멍 산더레 올라간 짚은 곶에 드난 다리도 아프고 지쳔, 쉐영 이영 낭에 매여둰 낭강알에 들어누언 동더레 돌아 누억 서러레 돌아 누억 멍 멧날 메칠을 자단보난, 메연 놔둔 쉐고 은 오뉴월 작벳듸 물 못 먹고 촐 못 먹언 딱 율언 죽어분다.

정이 읏인 정수남인 아명민 어떵리 연, 삭다리 거꺼단 제겨놓고 른 멩게낭 걷어단 고소웨 삼안 불을 활활 붙여놘, 죽은 쉐광  가죽 베껴둰 만 돌라단 잉겅에 짇어둠서 익어시냐  점 설어시냐  점 비어 먹단 보난 쉐 아홉,  아홉이 간 곳이 읏어진다.

다 먹어지난 정수남인 쉐가죽 아홉 장광 가죽 아홉 장을 지고 둑지에 도치 메연 털레털레 려오단 보난, 오리못에 오리  리 앚아시난 ‘우리집 상전님은 고운 것만 주민 좋아난 저 오리나 마쳐당 줭 달래영 냑밥이라도 얻어먹주기’ 연, 둑지에 메엿단 도칠 잘 발류완 씨게 데끼난, 오린 아가불고 도치만 풍당게 빠져분다.

도칠 건지젠 옷 맨들락이 벗언 도에 놔둰 못더레 뛰어들언 동더레 팡당팡당 서러레 팡당팡당 멍 숨들언 도치를 아도 도친 못 고, 나완 보난 도둑놈은 가죽광 옷을 딱 어가부난 눈만 클딱연 ‘어떵영 집이 가코?’멍 이레 주왁 저레 주악 단 보난, 개낭 섭이 번들번들 여시난, 아단 정동줄로 안 강알에 물건만 제우 곱쩐 놈 보문 웃이카부덴 좁은질로 려온다.

상전도 고 주연 볼 멘목도 읏고 연, 짝게 울담 튀여들어간 묵은 장항 뒤에 곱안 주젱이 쎤 앚아시난, 느진덕정하님이 냑밥멍 장 거리레 가단 보난 장항 주젱이가 숨 쉬는 대로 올락력 염시난

“아이고, 아기씨 상전님. 우리 장항 뒤에 무신 숭시가 싯수다.”

그 말을 들은 청빈

“이년이 벌써 노망을 염시냐? 숭시는 무신 숭시 말이라.”

멍, 문을 안 장항 뒤를 보난 아닐케 아니라 주젱이가 올락력 염시난, 청빈 얼른 경(經)을 익으멍

“귀신이냐, 생인이냐? 귀신이건 저 천당더레 올라가곡, 생인이건 가차이 오라.”

그제서야 정수남이 장항 뒤틔서

“귀신이 어떵 나올 수가 십니까. 나우다. 정수남이마씀.”

멍 나오는 걸 보난 우알로 벌겅케 벗어시난

“아이고, 추접고 더러운 놈아. 그게 무신 꼬라지냐?”

“상전님. 기영 궂이 굴지 맙서. 굴미굴산 짚은 곶에 올라간 보난 옥황에 문도령님이 시녀를 거느련 삼동막 쳐놓고 살장귀 치멍 미지게 놀암시쿠데 그걸 구경단 보난,  아홉 쉐 아홉이 간 곳이 읏어지고, 려오단 큰 못에 오리 나 앚아시데 그거나 마쳐 보젠 단 도치가 빠젼 옷 벗언 들어간 그거 단 보난 도둑놈이 옷을 다 져가부러십디다.” (계속)

 

장남 : 주로 그 집에 살면서 일을 거들어주던 남자

곶 : 숲. 산밑 숲이 우거진 곳

지들커 : 장작, 검불 따위의 땔감

삭다리 : 삭정이. 땔감으로 쓰기 위한 삭은 나뭇가지

임댕이 : 이마

신달리 : 진달래

아진베기 : 철쭉

비근다리 : 두툽상어나 수염상어를 가리키는 말. 보통 살진 것에 비유함

눌굽 : 곡식이나 짚, 꼴 등을 쌓아놓는 자리

입사우리 : ‘입술’의 낮은 말

뒈우데기다 : ‘비틀어 꼬다’의 힘줌 말

작박 : 나무토막을 길고 둥그스름하게 파서 만든 바가지

훍다 : 굵다

사농 : 사냥

테 : 말떼

슬다 : 칼이나 낫 같은 연장이 잘 들게 날이 서다

갈뱅이 : 감물을 들인 잠방이

낭강알 : 나무 밑

작벳 : 몹시 따가운 볕. 땡볕

율다 : 이울다. 시들다

아명다 : 아무려면

멩게낭 : 청미래덩굴

고소웨 : 불쏘시개

맨들락이 : 껍질 따위가 다 벗겨져 아무 것도 거칠 것 없는 꼴. 알몸의 상태로

눈만 클딱다 : 바라던 일이 허물어져 그 충격에 멍해지다

정동줄로 으다 : 댕댕이덩굴로 엮다

제우 곱지다 : 겨우 감추다

주젱이 : 주저리. 띠나 짚으로 둥글게 엮어 가리 꼭지 따위에 덧덮는 물건

숭시 :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징조나 단초.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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