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우 변호사

   
 
     
 
부부강간죄라는 별도의 죄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거의 의무를 지고 있는 부부 사이에도 과연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논의가 돼 온 것이며 과거에는 혼인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한 부부 사이에서는 강간죄가 성립할 수 없으며 다만 혼인이 파탄난 경우에만 강간을 인정했으나 과연 혼인관계 지속중에도 강간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 것이다.

사안의 내용인 즉 2001년 결혼해 두자녀를 두고 정상적인 생활을 해 오던 부부가 부부싸움을 자주해 오던 중이었다. 평소 아내의 늦은 귀가에 의심을 하던 남편이 아내를 폭행해 강제로 성관계에 이른 사건이었고 1, 2심은 강간죄 성립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측에서 각 입장을 대변하는 교수들이 전문가 의견을 진술했다.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검찰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근거로는 우선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로 되어 있을 뿐 배우자를 제외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민법상 인정되는 동거의 의무 또한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성관계를 수인해야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할 수 없으며, 헌법상 인정되는 인간의 존엄성, 성적 자기 결정권은 보호 받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강간죄의 성립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강간이 인정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며 대부분의 이혼사건에서 아내가 강간을 주장하고 나설 경우 둘 간의 사생활에서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워질 것이며 본 사건의 경우에도 형사적인 처벌을 하기 보다는 치료의 대상으로 보아 가정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만일 강간을 인정할 경우 제3자가 강간한 것과 비교해 친족에 의한 강간죄가 성립돼 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은 결국 이와 관련해 강간죄의 객체에 부녀라 함은 성년·미성년·기혼·미혼을 불문하는 것으로 배우자라 하더라도 강간의 객체가 될 수 있어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우려할 만한 문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 판결에 비해 진일보 한 것이며 다만 문제점에 대해서는 법령의 개정, 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노력을 통해 해결이 더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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