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열전']-세경할망 자청비(8)

꼼 이시난 하늘에서 부엉새가 ‘부엉부엉’ 멍 아완 청비 젯가심 우터레 톡 앚이난, 확게 양다릴 모도와 줴연 화살 나 뽑안 콱 찔런 죽연 팡돌 알러레 털어치와 둰, 짝게 방더레 들어간 을 자신디, 뒷녁날 안 보난 청비가 그제지 쿠릉쿠릉 잠시난 황세곤간이 큰 소리로 왜울르는디
“저 방에 든 나그네 저 깨왕 내조치라.”
그 소리에 청비가 발딱 일어난 나오멍
“무사 경 요란이우까?”
“간밤의 부엉이 소리 난게, 무사 안 마쳥 만 잠이우까?”
“그거 무신 말이우까? 부엉새 소리가 나도 몸이 고단연 나오기 실프쿠데, 그냥 방안의서 화살 대 쏘와시난 어디 팡돌 알러레나 아봅서.”
간 보난 부엉새가 팡돌 아래 털어젼 죽어시난, 상당 실력을 진 도령이옌 연 말젯 사위로 삼게 뒈엿다.
혼약을 연 석 열흘 지나가도 청비는 홀목도 번 안 심젱 고, 합궁 생각도 아니여가난 말젯이 아방 어멍신디 간
“아바님, 어머님. 어떵연 경 지체 높은 사윌 십디가? 이거 백일이 지나가도 껏더레도 안 오젠 곡 부부간의 몸 허락도 아니 니, 이런 경우도 이십니까?”
그 말을 들은 황세곤간이 거 무신 일곤 연 청비를 불런 들으난
“장인, 장모님! 그건 그만 연이 싯수다. 미릿에 지 못영 미안긴 우다마는, 늴모리 서월 과거 보레 가젠 난, 몸 정성 음 정성으로 경 수배끼 읏엇수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도 그럴 듯연 음이 누그러졋다. 청비는 각시신디 게건 오이랑 서천꼿밧 구경이나 시켜도렌 난, 각시가 청빌 안 간
“요건 [肉] 오를 꼿이우다. 이건 피[血] 오를 꼿이우다. 저건 죽은 사름 살리는 도환생꼿이우다.”
여가난, 는 대로 짝게 하나썩 꺾언 주멩기예 담아젼, 뒷녁날은 장인장모 처신딘 서월로 과거 보레 가켄 여둰, 탄 베꼇더레 나산
“아! 느도 살커건 정수남이 죽은 듸나 앙 글라.”
난 은 그 말 알아들어신고라, 구짝게 굴미굴산 곶자왈 정수남이 죽은더레 간다. 이레저레 베려보단 아명여도 풀 덤방디 닮안, 은장도칼로 어떵어떵 그치단 보난 뻬가 그렝이 션, 오를 꼿 데껸 오르게 고, 피 오를 꼿 데껸 피 흘르게 여 둰, 도환생꼿을 훅 데끼난, 정수남이가 우둘렝이 일어난 머리를 박박 긁으멍
“아이고. 오래도 자져라. 상전님! 저 타십서. 집의 가게.”
멍 석을 줴영게 집더레 구짝게 이꺼들인다.
집의 들어산 청비가
“아바님, 어머님! 이레 나왕 봅서. 식보단 아까운 종놈 살련 왓수다.”
그 말을 들은 부모님은
“지집년이 도 염져. 사름을 죽이곡 살리곡 는 년, 그런 년 집의 놔둿당 언제 집안 망칠지 모르난, 아무 필요 읏다. 저 나가라.”
청빈 아무 대꾸도 못고 똥 은 눈물을 뚜룩뚜룩 흘려가멍 이녁 입성 제우 련, 부모님을 이별고 베꼇더레 나오란 정처 읏이 걸어간다. 가단 보난 일락서산의 해는 지고 날은 왁왁여간 아무케나 질 더레 앚안 비새이 울단 보난, 난디 읏인 공단클 소리가 난 그 소릴 아가난 주모땅 주모할망이 공단을 짬시난, 청비가 들어사멍
“질 넘어가단 사름, 날 물안 영 아왓수다.”
“어떵 연 영 곱닥 아기씨가 늦인 밤질에 나뎅겸시냐? 이레 들어왕 불초암시라. 밥이나 적 려주마.”
청비는 불초렌 아니가고, 주모할망 밥 리레 간 새에 공단클에 앚안 찰각찰각 비단 짬시난, 주모할망이 밥 련 오란
“아이고, 이런 재주 진 아기씨를 어찌 그냥 내보내리. 난 식이 읏이난, 수양 이 어떵냐?”
“갈 디 올 디 읏인 아이, 거두와줜 고맙수다.”
청빈 루이틀 지내멍 정체 련 졸바로 비단을 짜단, 할망신디 들어보는디
“어머님! 이거 영 부지런히 짱 무신거 거우까?”
“하늘 옥황 문왕성 문도령 서수왕이 장게를 가는디, 홍세비단으로 씰 거여.”
“경우까? 이 비단 정 올라강 누게 짜시녠 걸랑 주년국땅 청비 짯젠만 라줍서.” (계속)
홀목 : 손목. 손과 팔 사이의 목
도환생꼿 : 제주 무속 ‘서천꽃밭’에 나오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꽃’
그렝이 : 고스란히
우둘렝이 : 눕거나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꼴
불초다 : 불을 쬐다.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