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세경할망 자청비(9)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주모할망이 노각성부줄을 탄 하늘 옥항 문도령신디 올라간, 비단을 문도령 앞더레 내여 놓으난, 문도령이 이레저레 펴봔

“이거 누게가 짠 비단이우까?”

“주년국땅 청비가 짠 거우다마는….”

“게난 어떵연 청비가 할마님 비단을 짜게 되엇수가?”

“청빈 원아방어멍 눈에 난 내조차부난, 나가 수양로 안 살암수다.”

“경 뒈우까? 경걸랑 강 늴 오시경에 만나켕 아줍서.”

주모할망이 집의 완, 뒷녁날 아적이부터 부산시럽게  잡아놓고 정심상을 리는디, 청빈 공단클에 앚안 찰각찰각 비단 차단 무신 소리가 나는 것 닮안

“거 누게우깡? 베꼇듸 누게 옵디강?”

“오, 나 옥항에서 온 문도령이여. 저 문 아보라.”

청빈 하도 지꺼젼

“경걸랑 창 고망으로 손가락이나 내밀아 봅서. 나가 알아볼 게 싯수다.”

난, 이거 무신 일인곤 연 문도령이 창곰으로 손가락을 쏙 내미난, 청빈 반가운 지망에 장난끼가 발동연 줴엿단 바농으로 콕 찔르난 피가 또록게 털어진다. 문도령이 쏘왁 연 보난 피 남시난 애안

“이거 무신 대접이 영냐? 비렷져. 부정 탄, 나가 실만 디가 못뒈는구나.”

영게, 확게 하늘 옥항더레 올라가분다. 뒤늦게 주모할망이 정심상을 들런 청비 방더레 들러다 놓으난

“우리 어멍은 어떵 노망염수가? 무사 상에 수제 둘을 놓읍디가?”

“아니, 쎄 문도령 아니 와서냐?”

“베꼇듸 와시쿠데, 장난으로 바농 끗뎅이로 콕 찔르난, 피  방올 또록 털어졍게 애안 가붑디다.”

“영 버련난 어멍아방이 내조찻주기. 꼴도 보기 실프다. 저 나가라.”

청빈  수 읏이 이녁 세간 설런 울멍 나산 정처 읏이 걷단, 강뚝에 사둠서 하늘님 전의 축수(祝手)는디

“하늘님아, 지하님아! 나 살리커건 살 질을 내어주고, 죽이커건 이 강물에 털어졍 죽게 옵소서.”

경연 꼼 시난, 하늘 옥항의서 굴송낙도 려오고, 굴장삼, 염주, 목탁…, 례로 려오난, 나나 줏어 입언 물에 비춘 이녁 서늉을 보난, 축읏이 스님이라. 월초파일 날엔 머리 박박 깎안 스님 옷 려 입언 이 거리 저 거리 권제 받으레 댕기단 보난, 삼도전거리에 궁녀시녜덜이 앚안 비새이 울엄시난,

“느네덜 무사 이디 앚안 영 울엄시냐?”

연 들으난,

“우린 하늘 옥항에 시녀덜인디, 문도령님이 인간싀상 주년국땅의 려강, 청비고 글공뷔 레 간 오단 몸 아난디 물을 떵 오문 물맛이나 보켄 여신디, 시 그걸 일 수가 읏언마씀.”

“설운 아기덜아, 나가 청빈디, 그 물 떠주커메 느네덜이영 이 노각성부줄로 옥항으로 올라가게만 여도라.”

경켄 연 물을 떠 아젼 이 옥항에 올르난, 날이 물안 동산에 은 보름이 터온다. 문도령집 올레에 간 폭낭 우희 올란 시를 읊으는디

“저 은 곱긴 다마는 계수나무 박엿구나.”

문국성 문도령이 글을 읽단 그 소리를 들언

“이 아명 곤들 주년국땅 청비만 랴.”

난, 청빈 씩 지꺼젼 낭에서 려완 울담에 아져둠서

“그 청비가 중이 뒈연 이디 왓수다.”

문도령이 말소릴 들어 보난 그리고 그리단 청비라. 갈라살 때 눈 삼동낭 얼레기 젼 간 맞추와보난 똑 맞아. 어멍 아방 몰르게 짝게 안 들어완 만단정횔 누는디, 낮읜 펭풍 뒤터레 곱지곡 밤읜 나오렌 영 그 동안에 누지 못 사랑을 실피 는고나.

느진덕정하님이 문도령 수발을 드는디, 아명여도 이상 거라. 전읜 밥상을 들이문 밥사발 우희 것만 걷어 먹엉 말아신디 밥방올도 하나 읏이 판찍게 비왕 나오곡, 세숫물이 들어가문 곱닥 채 나오는디 궂인 물 다 뒈영 나오난, 를은 창호지에 고망 란 짝게 베려보난, 문도령이 머리 박박 깎은 중고 만단정횔 누고 이서. (계속)

 

노각성부줄 : 제주 무속에 나오는 ‘하늘로 오르내리는 줄’

창곰 : 창문에 난 구멍

쏘왁 : 끝이 날카로운 것이 무른 것 속으로 쏙 들어가는 꼴

애다 : 마음으로 섭섭해 노여워하다. 삐치다

비리다 : 피가 나거나 시체 등을 보고 몸이 더러워지다

버련다 : 부산하고 장난이 심하다

굴송낙 : 고깔

축읏이 :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삼도전거리 : 세 갈래길

비새 : 제비 모양의 새로, 비가 올 때 잘 운다 함

느진덕정하님 : 제주 무속에 나오는 ‘여자 종’을 가리키는 말.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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