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평화연구소 1일 '4·3과 여성' 학술세미나
허영선 연구원 등 트라우마 치유·심층연구 주문

▲ 허영선 연구원
"살암시난 살아졌주"
 
제주4·3 시기 '여성'이라는 이유로, 도피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남편을 잃고 자식들을 홀로 보듬어야 했던 제주여성들이 던지는 한마디는 짧지만 고된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허영선 제주대학교 재일제주인센터 특별연구원이 1일 제주대박물관에서 제주대 평화연구소(소장 고성준) 주최로 열린 '제주 4·3과 여성에 관한 학문적 체계 수립' 학술세미나에서 밝힌 조사내용에 따르면 4·3은 특히 여성들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지난 2년간 도내 4·3피해여성 13명을 개별적으로 심층면접한 결과, 4·3 초토화 시기 가족이 희생되는 경험을 한 이들은 이후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학살과 행방불명 등 남편의 부재로 인한 두려움을 비롯해 재혼에 대한 거부감, 환청·환영 등 모든 피해여성들이 한 가지 이상의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특히 4·3당시 공권력에 의한 '고문'은 여성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구술 사례를 보면 구타·물고문·전기고문, 심지어 성고문으로 여성성이 파괴되는 등 극심한 고문을 당한 여성들은 지금까지 악몽·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불안, 피해의식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허 연구원은 "현재 유족 복지카드 등 지원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4·3을 몸으로 겪은 이들의 박탈감과 일상속에 내재된 트라우마는 고령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을 보인다"며 "최근 거론되고 있는 트라우마 치유센터는 물론, 그에 앞서 피해자들에 대한 전수조사 및 심층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권귀숙 박사와 유철인·김동윤 제주대 교수, 고성만 일본 고베대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서 4·3과 관련한 여성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특히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제외된 여성의 인권유린문제와 사례수집을 넘어서는 체계적인 조사 필요성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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