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세경할망 자청비(10)

문도령이 중을 곱졍 살멍 벨짓 다덴 소문이 나가난, 아명여도 안 뒈켄 청비가 부모님 앞의 강 이영저영여 봅센 난, 문도령이 부모님안티 간
“아바님, 어머님. 가지 들어볼 게 잇수다.”
“무신거 말고?”
“서수왕아기신디 장게가젱 문 새 탕 가는 것이 좋으쿠가? 묵은 탕가는 게 좋으쿠가?”
“새 타문 들러퀼 수 시난, 묵은 이 나시켜.”
“경문 새 옷이 좋읍니깡? 묵은 옷이 좋읍니깡?
“새 옷은 판찍영 좋주마는 묵은 옷이 펜다.”
“경문 새 장이 니깡? 묵은 장이 니깡?
“새 장은 깨껫긴 다마는 짚은 맛은 아명여도 묵은 장이 낫주.”
“경문 새 사름이 좋읍니깡? 묵은 사름이 좋읍니깡?”
“새 사름이 시집을 오문, 착 척젱 이레 호르륵 저레 호르륵 잰 체 멍 사발이나 깨주. 분히 일는 건 질든 사름이 낫나.”
“아바님, 어머님. 경문 나 서수왕아기신디 장게 아니 가쿠다.”
“이놈의 석아. 거 무신 말고? 어디 간 본디 읏인 간나이 아다 놘 경염나?”
“우리 집안의 사름들이젱 문 엿날부터 쉰 자 구뎅이 팡, 숫 쉰 섬을 묻엉 불살랑 칼릴 놓앙 왓다 갓다 여사 메누리 심이 뒌다.”
은 대로 칼릴 놓으난, 청비가 그 우터레 올라사젠 문 문도령이 아뎅겨 불곡, 문도령이 올라사젠 문 청비가 아뎅겨 불곡 단 버쳔, 문도령이 는 말이
“청비야. 오 죽어도 문칩 귀신이 뒐 거난 다 섭섭히 생각 말라.”
난, 청비가 눈물을 꿀깍 졍게, 보선을 훽게 벗어둰 칼리 우터레 올라산, 발안 앞더레 열 발짝 뒤터레 열 발짝 걸언, 리젠 단 오꼿 발뒤치길 선뜻게 비여지난, 알러레 려사멍 피를 치메깍으로 리 딲으난 피가 뻘겅케 대겨지는구나. 문도령 부모가 려들멍
“영 좋은 아기씨가 어디 시랴? 우리 메누리 심으로 넉넉다. 경디 치메깍은 무사 경 버물어시냐?”
청비가 대답뒈
“우리 인간 세계에 본메본장이나 마련쿠다. 여식은 열다섯이 넘어가문 이 몸엣거가 싯게 뒈는 법이 잇네다.”
그날로 둘이 살게 뒈여신디, 청비가 생각기를 ‘영당 문도령이 서수왕님아기신디 장게라도 가게 뒈문, 나가 첩의 신세가 뒐 건디 어떵리.’ 연 문도령신디
“낭군님! 이제랑 서수왕아기신디 강 허혼장(許婚狀) 아 와붑주기.”
난, 그날로 문도령이 수작남 시켠 간 대감신디 기를
“문도령님이 빙이 난 경(死境)이 뒈연, 경당 죽어불문 놈의 집 아기씨 팔를 그르치게 뒐 거난 막펜질 으레 왓심네다.”
난, 서수왕님아기는 부에난 막펜질 확 빼연게 복복 보비연 확 안 물에 타먹어둰 방더레 들어가멍,
“석 열흘 뒈건 문 앙 봅서.”
다. 수작남이 돌아완 본 대로 으난 문 도령이 그게 읏어져시난 뒈엿젱 멍, 청비고 살아간다. 백일이 뒈연 방문을 안 보난, 서수왕님아기 머리로는 두통새, 눈으로는 흘그새, 코으론 악심새, 입으론 헤말림새가 나온다. …그 때부터 의좋은 부부간에도 헤말림새가 끼카부뎅, 혼인 때 신부 밥상 받으문 숟가락 대기 전의 음식덜을 꼼썩 앙 가지껭이 은 디 담앙 상알러레 놓는 법이 생겻젠 다.
고만이 내불어시문 벨 일 읏이컬, 청비가 뚜럼이 지 꿰에 지가 넘어간 둘 사이에 궂인새가 끼어 가는구나. (계속)
들러퀴다 : 어지럽게 날뛰다
판찍다 : 흠 없이 깨끗하다
간나이 : 여자 아이
칼리 : 제주 무속에 신칼로 점을 칠 때 칼이 위로 향한 형상. 여기서는 ‘작두처럼 칼날이 위로 서게 걸쳐 놓은 상태’
심 : 감. 어떤 물건을 만드는 데에 바탕이 되는 재료
버물다 : 흙이나 먼지 같은 게 묻어 더러워지다
본메본장 : 제주 무속에서 ‘증거가 될 만한 사물 또는 징표’
막펜지 : 혼인하기 전에 신랑집에서 정식으로 신부집에 가져가는 문서
흘그새 : 흘깃흘깃하는 새(邪). ‘질투를 유발시키는 사악한 기운’인 듯
악심새 : 제주 무속에 나오는 ‘고통스러운 숨을 쉬게 하는 사악한 기운’
헤말림새 : 제주 무속에 나오는 ‘부부 살림 따위 결연을 분산시키는 사악한 기운’
궂인새 : 사람에게 재앙을 준다는 좋지 못한 사악한 기운들을 일컫는 말.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