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뎐」

고전 「춘향뎐」이 판소리와 이미지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우리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임권택 감독의 97번째 작품 「춘향뎐」은 국창 인간문화재 조상현씨의 ‘춘향가’를 필두로 소리의 리듬 속에,세대를 초월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 영화.
이야기는 고전과 다를 바 없는 이팔청춘 춘향과 몽룡의 우연한 만남과 이별,그리고 눈물섞인 해후.전형적인 판소리의 이야기구조를 빌어와 소리꾼과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게 현장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임 감독의 입을 빌자면 “몸과 마음이 하나된 사랑,그리고 불평등한 계급구조 안에서 춘향이라는 한 여인이 인간으로서 거듭남을 보여주는 영화”다.
사료와 전문가의 조언 등 고증을 통해 정밀하게 재현된 세트도 볼 거리.

신인 이효정·조승우가 각각 춘향·몽룡역,마당놀이의 대명사 김성녀씨가 월매역으로 열연한다.연극무대에서 정평을 얻은 이정헌이 분한 현실감있고 이지적인 변학도역도 눈여겨볼 만하다.29일 개봉.피카디리(756-0092).



◆「철도원」

“그리움을 놓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러브레터」이후 다시 눈덮힌 설원 속으로 떠나는 아련한 추억여행이 감성을 자극한다.

「철도원」의 화두는 온통 스크린을 수놓은 ‘눈(雪)’과 그 위로 주체할수 없으리만치 쏟아지는 ‘눈물’.일본의 아사다 지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철도원」은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45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관객동원력을 과시한 영화다.


눈덮힌 시골 마을의 호로마이역을 지키는 철도원 오토.그는 쏟아지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추억 속에 잠겨있다.17년전 어느날 아내 시즈에와의 사이에 유키코가 태어나지만 두달만에 열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다.일로 딸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한 오토.아내 역시 낯선 병원에서 홀로 생을 마감한다.치유할수 없는 상처를 안고 역을 지켜온 오토 앞에 어느날 낯선 여자아이 하나가 낯익은 인사를 건넨다.

기타노 다케시와 함께 일본영화계의 흥행보증수표로 추앙받는 다카쿠라 켄의 절제된 연기를 비롯,흔적없는 그리움을 실현하는 ‘유키코’역의 히로스예 료코의 연기가 돋보인다.음악은 만능엔터테이너 사카모토 류이치가 담당,영화에 감칠맛을 더했다.29일 개봉.아카데미1관(751-2201∼3). <김지훈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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