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허당 김중기 선셍(3)

색깔도 보고 내우살도 맡으멍 차를 꼼썩 맛보단 김선생이 호로록기 다 들으싸 둰,
“이거, 그건게. 비수리차? 야관문(夜關門)….”
“역시, 약초옌 도사(道士)우다예.”
“약초 도산 무신. 그냥 넹겨 짚은 걸 졍.”
“게문 특벨 향기도 읏곡, 차로도 잘 안 먹는 걸 아무나 맞춥니깡?”
“경디 어떵 연, 이 찰 먹으멘. 누게 당뇨 걸린 사름 이서?”
이 말에 꼼 주물락는 거 닮안게, 얼른 삣을 바꾸완
“그게 아니고, 신경쉐약으로 이 잘 안 완, 나가 딸려 먹엄수다.”
“는 거 들으난, 당뇨벵 이신 사름덜도 이걸로 차 딸영 먹으문 좋덴 연게?”
“경곡, 또시 기력이 부작 사름덜도 먹넹 영게마씀.”
“비수리영 꿀이영 놩 푹 딸려 먹으문 좋덴 는디, 아명여도 양기(陽氣)가 부작 사름은 술을 담앙 먹어사 주.”
“경문, 그거 아줍서. 야관문 술은 어떵 담읍니깡?”
김선생은 당돌 아주망의 질문에 몸이 불끈 는 기분광 묘 생각이 들언,
“아니, 술은 담앙 누게 먹을 거라마씀. 여인네덜은 벨로 소용 읏일 건디마씀.”
“아. 나 먹젱 는 게 아니고, 좋덴 난 참고로 알앙 놔두젠마씀.”
“경문 아 안네는디, 담아지문 나도 펭 줘사 니다양. 우선 비수릴 비어 오는디, 9월 것이 좋덴 디다. 비어당 잘 싯엉 레 널 듯 거꿀로 아메영 그늘에 이틀 류왕, 그걸 치 정도로 근근 아 놓읍니다. 술은 35도 이상 뒈는 소주로 당그는디, 담을 그릇에 술 5분의 4정도로 비왕, 벵이 찰 때지 비수릴 들이쳥 다겔 꽉 막으문 끝나는 겁주.”
“무사, 35도짜리 술을 쎠사 니까? 그냥 소준 안 뒈여마씀.”
“사름덜 말이 35도 이상 뒈여사 양기에 좋덴 는 성분이 우러난덴 영게. 슈퍼에 가문 니다. 그 펭에서 술 고뿌 덜어뒁 득 체우문 뒙주. 석 정도 뒈문 색깔도 양주색이 뒈곡 향도 좋아졍 먹게 뒙니다.”
“그거 효과가 시카마씀?”
“게메. 책엔 사흘만 먹으문 좋아진덴 엿주마는, 아명여도 양약(洋藥)이 아니난 서넉 꾸준히 먹엄서사 효과가 나도 날 텝주. 루이틀에 난 빙은 양약으로 확 고쪄도, 오래 져뎅기멍 서서히 아진 빙은 한약 모냥으로 오래 먹어사 낫는 거 아니카?”
“나 아는 사름은 잔 먹어도 좋앗젠 디다.”
“에이구. 좋앗젠 문 요즘 말로 플라시보(placebo) 효과주기게. 일종의 췌멘(催眠). 무사 진통제 대신 증류수 주사 놓앙 환잘 쒝영 진통 효괄 본덴 는 거 읏어.”
“경여도 원 읏인 말을 지와내는 건 아니난….”
뭣산디 석연치 아니 대답을 들은 듯, 아주망이 김선셍을 일려세와 둰, 자릴 톡톡 털언 혹기 안 집더레 담안게, 일어산 서쪽 능선더레 리치멍
“미안여도 저디 강, 무신거 하나 아줍서.”
영게 뒤도 돌아보지 아니영 걸어간다. 몸집도 족지만 태양만 붙은 모 베꼇더레 묶은 머리 모냥이 마농또로기 닮앗다. 메일광 카페 닉네임도 ‘마농6’이다. ‘경문 육쪽마농인게.’ 번은 댓글을 안 들어본 적이 잇다. ‘마농엿, 마농지, 흑마농…. 마농을 너미 좋아해서 마농마씀. ㅠㅠ’옌 답글을 앗다. 경주마는 오은 마농대가리 보단 축읏이 마농쫑 으다. 김선셍은 갑자기 장난끼가 발동엿다.
“마농여사님! 히 그릅서. 푸더집니다이.”
그 소리가 유난히 컷던지, 훽하고 돌리는 얼굴광 정멘으로 마주치자 서로 양지가 벌겅여진다. 얼핏 대낫에 민으로 본 양지가 꼭 푸치니의 오페라 ‘마농레스코’에 나오는 여주인공을 닮앗다. 김선셍의 가심 속에서 ‘어떠불라’ 어떤 기운이 솟는다. 젊은 시절에 봣던 마농레스코의 강렬 인상에서도 그런 느낌이엇덴 생각이 든다. 그걸 떠올리멍 걷는디, 갑자기 울럿이 산 돌아보는 아주망의 양지광 함마여시문 부닥칠 뻔 엿다. 순간 훅 마농 내우살이 나는 것 으멍, 정신이 바짝 들엇다.
“에구. 선생님! 무신 생각을 경염수가?” (계속)
호로록기 :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거나 마시는 꼴
주물락다 : 뜻밖에 일에 깜짝 놀라다
딸이다 : 달이다. 고다. 푹 끓이다
다 : (가위로) 자르다
다겔 : 마게를
고뿌 : ‘컵(cup)’의 일본식 발음
마농또로기 : 마늘 구근(球根) 부분
축읏이 :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울럿이 : 우두커니
함마여시문 : 하마터면.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