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급물살 타는 한·중FTA, 제주도 대응방안

도, 검역규정 국가단위 적용 방안 등 정부에 건의
범도민특별위 운영·10년간 분야별 5조5883억 투자
정부가 전세계 주요 국가들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국내 1차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의 경우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추정, 제주도의 적극적인 대응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시장개방 가속화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현재 싱가포르·유럽자유무역연합(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테슈타인 등 4개국)·미국·콜롬비아·EU(유럽연합 28개국)·아세안(10개국) 등 10건·47개국과FTA를 체결, 발효됐다.
또 최근 한·호주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일본·뉴질랜드 등 10개국·22개국과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또 남미공동시장 5개국(MERCOSUR) 등 7건·19개국과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등 정부는 총 28건·77개국(중복 국가 제외)과 FTA 협상을 체결했거나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주를 비롯한 국내 1차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한·중FTA는 최근 2단계 협상에 돌입하는 등 급물살을 타면서 농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중 FTA는 지난 2012년 5월14일부터 올해 9월까지 1단계 협상(1~7차 협상)을 진행한 결과 초민감품목(양허제외 포함) 범위를 품목 수 기준 10%·수입액 기준 15%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전체 품목수 1만2232개 가운데 1223개 내외가 초민감품목으로 선정될 전망이다.
한·중 양국은 지난 11월 인천에서 열린 2단계 첫 협상(8차 협상)에서 양허초안(일반·민감품목)을 교환한데 이어 내년 1월 중국에서 예정된 제9차 협상에서 초민감품목(양허제외 포함)을 교환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농산물 분야 초민감품목으로 47개 품목(HS 10단위 기준 450개)을 잠정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서 양허제외 포함을 건의한 8개 품목 중 브로콜리는 제외한 감귤류·월동무·당근·양배추·마늘·감자·양파 등 7개 품목이 초민감품목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는 또한 브로콜리에 대해서는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도내 농산물 수입 순위 7위의 지역특화 작목임을 감안해 초민감 품목으로 포함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한·중FTA 피해규모 막대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중FTA 협상 감귤 대응방향'에 따르면 감귤이 양허제외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채 현행 144%의 관세를 없애는 협정이 발효될 경우 10년간 국내 감귤 누적 피해액이 1조624억~1조5969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같은 피해 규모는 국내 감귤의 10년간 누적 피해액은 정부가 한·미FTA 발효 후 분석한 15년간 누적 피해액 9589억원에 비해서도 10.8%(1035억원)~66.5%(6380억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행도 10년간 1조4000억원, 제주대 고성보 교수도 15년간 1조8277억~2조4924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산 감귤의 10a(300평)당 생산비가 29만1000원으로 국내산 131만7000원의 22%에 불과,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소비시장을 잠식함으로써 제주 재배농가 및 지역경제의 극심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늘과 감자, 양파, 채소류 등 밭작물도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귤 등 농산물 뿐만 아니라 제주수산업 분야도 적잖은 타격이 전망된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한·중FTA 발효에 따른 제주 수산업 분야 연간 피해액을 넙치(양식광어) 335억~494억원·갈치 301억~444억원·조기 85억~125억원 등 최소 851억원에서 최대 1254억원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1차산업의 직접적인 피해 뿐 아니라 연관 산업 등 지역경제 미치는 피해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0년간 최소 2조683억원·최대 3조1087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주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한·중FTA가 발효될 경우 지리적 인접성과 농업생산구조의 유사성, 광대한 국토와 다양한 기후대로 인해 중국산 농산물 수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축산물과 일부 과일류에 피해가 집중된 한·EU, 한·미FTA에 비해 농업부문에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된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 내에서 특정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경우 수출이 가능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대응방안 마련 시급
농·수·축산업 등 1차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지역은 한·중FTA가 타결될 경우 피해규모도 타 지역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의 산업구조에서 1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6%로 전국 평균 2.5%를 훨씬 웃돌고 있다. 지난해 기준 1차산업 조수입도 농산물 1조5735억원·수산물 8286억원·축산물 7515억원 등 3조1536억원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대응전략이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제주도는 한·중FTA 협상시 감귤 품목인 경우 양허대상 제외를 원칙으로 정부 절충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생계형 일반 밭작물 중 당근·무·양배추·브로콜리·양파·감자·마늘 등을 초민감(민감)품목에 포함시키고 양허제외 품목으로 최종 선정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일정기간 경과 후 수입증가에 따른 국내 생산과 가격영향을 심사한 후 이행계획을 수정·보완하는 '중간심사제도 도입' 검토를 요청했다.
도는 이와 함께 한국은 중국을 구제역·과실파리 등 동식물 검역상의 이유로 국가단위 수입제한 지역으로 간주해왔지만 이번 협상에서 중국 정부가 지역화 개념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제기한 것에 대비, 동식물 검역규정(SPS)을 국가단위로 지속 적용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또 감귤·양배추·마늘·감자 등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농산물에 대한 피해보전직불제 도입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안전하고 고품질이 보장되는 제주산 신선·가공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중국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품목별 경쟁력 강화

또 축산분야에서는 말산업 특화단지 조성 및 국민공감 웰빙산업 육성, 가축분뇨 복합처리단지 인프라 구축 및 이력추적 시스템 장착, 구제역·AI 등 가축전염병 청정지역 유지 등을 추진한다.
밭작물은 유통·마케팅·친환경농업 표준화·밭작물 직불제 확대 등 가격보장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고복수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초민감품목에 선정되더라도 '양허제외'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저율관세할당(TQR) 등으로 정해진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함에 따라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제주도에서 건의한 농산물 8개 품목과 수산물 3개 품목이 반드시 양허제외 품목에 선정될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 등과의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정부 절충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 국장은 "한·중 FTA 대응을 위해 지난해 4월 전국에서 가장 먼저 23개 품목별 분과·499명으로 구성된 FTA범도민 특별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한·중 FTA에 대비한 제주 1차산업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년간 5조5883억원을 투자하는 농축산업종합대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