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열전']-허당 김중기 선셍(4)

“아이고, 고장도 곱닥기도. 던덕인게.”
김선셍은 얼른 딴청을 피우멍 아래에 신 고장을 손가락으로 리치멍 쭈그려 앚앗다. 마농여사도 이 앚이멍,
“이거, 그거 아니우까? 층층잔대?”
“게메. 잘 알암신게. 요디 신 요 고장은 ‘섬잔대’옌 는디, 그건 잘 몰란 는 소리고, 저 할락산 고지대에 신 거곤 나부난 그냥 ‘당잔대’옌 니다. 교배(交配)뒈단 보난 모냥덜이 꼼 바꾸와져십주. 경고, 이 잔대고 층층잔대도 이딧말론 ‘던덕’이엔 는디, 구별이 어려와마씀.”
“이거 뿔리가 암에 경 좋덴 멍양?”
“어떵연 경 보는 것마다 암, 암 이우까? 집의 누게 암환자 싯수가?”
그 말 끗덴 마농여사가 꼼 당황연게, 얼른 삣을 바꾸멍,
“예. 우리 친정어머님 연세가 싯단 보난, 이디저디 안 아픈 디 읏수다.”
“이거나 도라지나 은 과난 사포닌이렌 성분이 셩, 항암 해독 작용을 덴 나오긴 여십주.”
“경디도 이디 영 핫수다예. 이거 꼼 케영 가문 안 뒈는가마씀.”
“좋덴 는 대로 낫이문 누게 아플 사름 십니깡. 그자 엿날 하도 약 읏일 때난 수 읏이 그런 거 저런 거 쎠본 소리주. 이걸랑 사름덜 구경게 놔두곡, 동문시장에 강 도라지 곱게 벳긴 거 사당 씨문 더 좋곡, 약제 필요문 한약방에 가문 먹기 좋게 영 나옵니다.”
“에구 선셍님도, 나만 착 척영 안 파간덴 오고셍이 남읍니까? 어떤 사름은 이런 거 파단 효소 담앗젠 릅니다.”
난 김선셍이 마농여사를 얼른 일려 세우멍,
“그 놈의 효소효소 멍 벨벨 걸 다 담앙 만벵통치약처록 는디, 설탕 덩어리우다. 설탕에 저리는 거베끼 안 뒈는 겁주기. 경문 성분은 오래 보존뒈주마는 효소가 뒈영 새 약효가 생기는 건 아니난, 벨레 경 튈 것도 아니우다. 경고 설탕 먹엉 안뒈는 사름신딘 독이라마씀.”
말이 끝나기가 습게 마농여사가 확 돌아사멍 손으로 김선셍의 입을 막안게,
“그만 그만 릅서. 나가 단단 버쳔 마주막으로 거는 희망이 그 건디….”
여둰 미안고라 확게 손을 뗀다. 김선셍은 멀뚱히 사둠서 어떵문 좋을 지 몰랑 멍여졋다. 교에서 아의덜신디 일름 따문에 받은 벨멩 ‘어중기’가 로 읏엇다. 특히 정년퇴임 시, 가끔 을 말이 생각 안 나문 꼭 뚜럼처록 행동멍, 허당(虛堂)이렌 는 아호도 얻어시난에.
는 수 읏이 알러레 려가멍 봐지는 대로
“이건 메역곤 아무 상관도 읏이 메역취, 이건 진해 거담이나 해독제로 씨는 쑥부쟁이, 이건 이질이나 설사에 좋은 이질풀, 이건 어욱광 양에에만 기생는 야곤디 독이 싯고…. 나가 처얌 이 오름에 와실 땐 어욱이 휘얏고 고장이 득연, 어느 여류시인이 고장 라지카부덴 발뿌리로만 걸어뎅겻고렌 디다.”
경여도 아뭇소리 읏이 려가단 알오름으로 향는디, 말을 또시 내치게 뒌 건 물매화 따문이엿다. 마농여사는 아예 희양게 핀 물매화 더레 멜싹 앚아부럿다. 앚아둠서 그것만 베려봐가난, 김선셍은 꼼 떨어진 디 신 고장더레 아젼 열심히 사진을 박는디, 마농여사가 입을 앗다.
“선셍님, 이 물매환 어떤 디 좋읍니까?”
어허 , 김선셍은 난감엿다. 어떤 벨 사름이 셩 이치록 곱닥 고장을 약(藥)으로 씨젠 줄은 꿈에도 몰랏다. 경주마는 고만이 따주와 보문 개똥도 약에 씬뎅 는디, 이 세상에 약 안 뒐 게 뭐 이서. 또 오죽 아팡 죽어가사 영 곱닥 고장을 보멍 약 씰 생각을 여신가 싶엉, 휴대폰 내여 놘 돋보기 걸치멍 검색을 엿다.
‘물매화 : 쌍떡잎식물 범의귀과에 속하는 식물.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매화초(梅花草)라는 약제로 쓰는데, 종기․급성간염․맥관염에 효과가 있다.’
김선셍은 도시리는 것도 경고, 을 내밀안 휴대폰을 붸와줫다. 마농여사는 휴대폰은 안 받고 그냥 러레 아젼 그걸 봔게, 그 자세로 김선셍을 올려다본다. 숨소리가 가차이 느껴지고, 베려보난 물매화 송이 귓바위 우터레 꼬준 채 포시 눈을 는다. (계속)
던덕 : 도라지과의 여러해살이 풀. 잔대
어중기 : 정신이 분명하지 못하고 두루뭉실한 사람이나 좀 모자란 사람
휘얏다 : 풀이나 덤불 따위가 무성하다
도시리다 : 남이 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되풀이하여 말하다.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