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회복 "공동체에서 답을 찾다"] 16. 에필로그

▲ 삼각산재미난 마을-장터 분위기를 만드는 청소년기획단 장돌뱅이. 사진=청소년문화공동체 품 제공
도시·농촌 등 지역 성격에 따라 과정 달라져
'사람'역할 중요, 만들어지는 작업 속 답 있어
'공동체 부활' 등 사회적 자본 연계 필요 시사
 
'마을'의 정의가 달라졌다. 아니 원래 의미로 돌아갔다. '행정구역'이란 낯선 금으로 나뉘며 보이지 않는 담을 만들었던 사정은 '함께'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들어진 '마을'은 분명 살맛이 나고 살고 싶다는 가능성으로 채워졌다. 다음은 '제주'라는 큰 그림을 채우는 일이다.
 
생명력 있는 마을의 귀환
 
마을 공동체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다 그렇듯 일정한 틀도 없고, 규칙도 없다. 이번 기획을 통해 둘러본 공동체들도 마찬가지다. 벌써 10년 넘게 공동체의 역할을 확대하고 자리를 잡은 곳이 있는가 하면 준비 없는 시도로 쓴맛만 다시는 곳도 있다. 도시의 생각이 다르고, 농촌의 요구도 다르다. 심지어 도시화 틈바구니에서 도시도 그렇다고 농촌도 아닌 지역들의 고민도 생겨났다. 각기 다른 필요와 요구를 해결하는 열쇳말은 '공동체 부활', 마을 만들기다.
 
▲ 삼각산재미난학교 학생들의 어린이 목공교실. 사진=㈔삼각산 재미난마을 제공
마을 만들기 사업의 모델로 꼽히는 마포구 성미산마을이나 삼각산 재미난마을 모두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마중물이 됐다. 서울이라는 몸집만 거대한 삭막한 공간에서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공동육아'를 시작한 것이 어린이집을 만들고 학교로 키웠다.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시간이 많아진 어른들이 끼리끼리 노는 공동체도 만들어지면서 마을이 커졌다.
 
시작점은 조금 다르지만 부산 금샘마을공동체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고민하던 어른들이 도서관을 만들고 지역아동센터로 연결해 청소년활동센터까지 꾸리는 등 아이들이 커가는 것에 맞춰 7년째 성장중이다.
 
역시 도서관에서 출발한 충남 아산 공세리 마을은 '평생학습마을'조성에 이어 협동조합형 마을기업을 시도 중이다. 지역에 초·중학교까지 밖에 없고 고령화가 진행중인 전형적인 도농복합형 마을이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다.
 
도시화로 인해 생태 공간을 잃게 된 '두꺼비'를 지키려는 마음들이 '마을신문 100호'로 결집되며 새로 만들어지는 '신도시'의 한계를 극복(청주시 원흥이 마을)했는가 하면, 1998년 담장 허물기로 시작된 대구 중구 삼덕동의 실험은 마을을 무대로 한 인형극 축제와 더불어 재개발의 광풍을 온몸으로 막았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서울의 마을공동체지원종합지원센터나 수원의 마을르네상스운동처럼 변화를 지원하는 시스템들이 유기적인 소통을 지원하는 가운데 지속성을 위한 '사람'의 역할은 마을 만들기의 성공을 좌우할 만큼 중요했다.
 
▲ 용인내동마을 겨울 체험 프로그램(사진 왼쪽), 감자캐기에 참여한 충남 아산 공세리 마을 아이들(오른쪽).
도시와 농촌, 복합형까지 고민해야
 
마을 만들기는 '사람이 살고 사는 재미가 있는'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예산을 투입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덕지덕지 옮겨 붙이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들 스스로 바뀌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바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생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관리 역시 필수 조건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구조 개편 등의 과정을 거치며 제주의 마을은 달라졌다. 마을을 테마로 한 사업이 한번 진행될 때 마다 적잖은 홍역을 겪으면서도 매번 예산 확보 여부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벤치마킹 등을 진행한 뒤 비슷비슷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으로 손을 턴다. 지역형 마을 만들기에는 답이 없다. 일자리나 교육 등 다양한 이유로 구성원들이 빠져나가면서 '공동화' 홍역을 앓고 있는 농어촌은 '사람'처방과 더불어 이를 받아들일 개방적 인식 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반대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이 들고 나고, 자고 나면 건물이 올라가는 도시에는 '관계'를 수혈하는 것이 사람에 앞선다. 가까운 지인들끼리 '하고 싶은' 또는 '하면 좋은' 거리를 구상하면 이를 지원할 프로그램이나 전문가를 연결해 실현시켜주는 것이 도시에는 없는 '인심'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이들 두 가지는 단순히 큰 가지일 뿐 곁가지는 만들고 싶은 대로 엮어내면 된다. 지역 특성상 필요와 요구를 접목한 '복합형'에 산남·북 상이한 발전과 인구 유동성, 정보폐쇄성, 지역 단위 협력 부족까지 풀어내야 사회적 자본으로 '마을'을 구축할 수 있다. 대정읍 무릉외갓집의 진화과정은 지역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가늠하는 좋은 예다.
 
몇 번이고 제주 '마을'을 살피고 강연을 했던 이근호 수원 마을르네상스지원센터장이나 자칭타칭 마을 전문가 이상훈 ㈔삼각산 재미난마을 사무국장, 담장 허물기의 산 증인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 등이 공통적으로 귀띔하는 것이 있다.
 
"마을을 만든다면서 먼저 만들어져 자리를 잡은 것을 보는 것은 틀린 예"라는 것이다. 마을을 만든 사람들을 보고, 마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봐야 실패할 확률을 줄이고, 지역에 맞는 마을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충고한다.
 
여기에 하나 더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의 말을 보태자면 "마을공동체란 결국 마을 사람들이 모여 수다 떨며 외로움을 더는 것이죠. '너도 힘드니, 나도 힘들다. 그래 우리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보자'로 시작하죠. 답은 늘 열려있습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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