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은 위엄과 멋을 가진 오름의 '황제'다. 스스로 왕관을 쓰고 있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제주 섬 동쪽 끝 바다에 우뚝 선 화산체 정상부를 돌아가며 서있는 수많은 첨봉들이 왕관을 만들었다. 성산일출봉은 멋도 많다. 깍아지른 듯한 외벽은 그 자체도 멋있을뿐만 아니라 수성화산의 내부를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이기도 하다. 특히 일출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워 '영주십경' 가운데 제1경이다. 스펙도 다양하다. 천연기념물 제420호에다 세계지질공원·세계자연유산과 세계7대자연경관 제주도 대표명소 등의 '타이틀'에 걸맙은 명품 오름이다.
성산일출봉은 제주 땅의 최동단에 위치하고 있다. 소재지는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번지다.
성산일출봉은 비교적 높은 오름이다. 비고가 174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13번째로 높다. 하지만 화산체 측면이 대부분 침식, 바다에 직립한 암벽의 형태를 이루면서 면적은 45만3030㎡(66번째)로 상대적으로 넓지 않다. 저경 693m에 둘레는 2927m다.
그런데 표고가 문제다. 1997년 제주특별자치도가 발간한 '제주의 오름'에는 179m로 기록된 반면 성산일출봉 정상에는 180m, '두산백과' 등 인터넷에선 '182m'로 소개되고 있다.
이름은 모습과 풍광에서 비롯됐다. 바다 위에 우뚝 솟은 화산체 정상부를 뾰족한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며 천연의 산성(山城)을 이룬다 하여 성산(城山)이라 했다가 일출이 '영주십경'의 첫 번째로 꼽히면서 성산일출봉이라 불렀다.
▲ 탐방로에 핀 동백(사진 왼쪽) 성산일출봉 서면의 진지동굴(오른쪽).
성산일출봉은 다양한 '타이틀'을 자랑한다. 2000년 천연기념물 지정에 이어 UNESCO 세계자연유산(2007년)·세계지질공원(2010년)·세계7대자연경관 대표명소(2011년)·대한민국 자연생태관광 으뜸명소(2011년)·한국관광기네스 12선(2012년) 등 6개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시(종합경기장)에서 성산일출봉 주차장(탐방로지도 A)까지 44.4㎞다. 번영로 대천동사거리에서 좌회전해 비자림로를 2.8㎞ 달린 뒤 우회전, 금백조로에 이어 서성일로를 타고 수산사거리와 고성교차로를 거쳐 성산리로 들어가면 된다.
탐방은 50분가량이다. 매표소(〃B)에서 정상까지 25분, 정상부에서 5분, 하산에 20분 정도다. 탐방로는 상·하행 복선 형태다. 매표소에서 200여m 지점(〃C)에서 갈린다. 갈림길에서 직진해 휴게소(〃D)·전망대(〃E)를 거쳐 오른다.
오를 때의 맛은 2가지다. 하나는 '등경돌' 등 탐방로를 따라 등장하는 거대한 바위 등 오름 자체의 모습이다. 바위들은 오름 표면의 화산재가 빗물에 침식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침식이 덜 돼 수직 형태로 남은 것들이다. 다른 맛 하나는 광치기해변과 그 뒤로 펼쳐지는 제주 동부지역 오름군이 만들어내는 풍경화다. 풍경화의 왼쪽 끝엔 섭지코지가, 오른쪽 끝에는 '섬 속의 섬 우도'가 자리하며 멋을 더한다.
정상부(〃F)로 들어서면 완전히 딴 세상이다. 가파른 외벽을 따라 설치된 돌계단을 올라왔어야 했는데 정상부 안쪽 분화구(〃H)에는 평평한 풀밭이 펼쳐져 있다. 대형 원형경기장을 방불케 한다. 분화구 직경이 대략 600m이고 최고점과의 표고차가 80여 m다.
정상부 입구(〃F) 약 20m 북쪽이 최정상(〃G)이다. 왜구의 침입을 알리던 성산봉(城山烽)이라는 봉수대가 설치돼 북서쪽으로 지미봉수, 남서의 수산봉수와 응했었다. 분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은 99개라고 한다. 정상에서의 풍광 역시 올라올 때와 비슷하지만 시야에 막힘이 없으니 스케일이 다르다.
하산길(〃I)은 탐방객이 급증에 따른 정체 현상 해소를 위해 2013년 옛길을 복원, 신설한 것이다. 내려오는 길의 볼거리는 주변 풍광과 함께 탐방로 자체다. 좌우로 꼬불꼬불 위·아래로 연결돼 있어 그 모습이 용트림을 하는 듯하다.
상행길이 돌계단인 반면 하산길은 전부 나무계단이다. 하산길에도 광치기해변과 동부지역 오름군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가 2군데(〃J·K) 있다. 갈림길(〃C)에서 직진, 우뭇개(〃N)와 우도전망점(〃M) 등을 거쳐 돌아오면 된다.
일출봉도 일본군의 '만행'을 겪었다. 화산체 서쪽의 '수마포(〃P)'라는 해안절벽에는 일제 당시 일본군이 폭약·어뢰정을 감추기 위해 파놓은 진지동굴이 21개에 달한다.
▲ 성산일출봉 분화구.
전용문 박사(지질학)는 "일출봉은 원래 분화구가 2개였으나 동쪽 분화구는 파도에 씻겨나가 지금은 서쪽 분화구만 남은 상태"라며 "파도에 씻겨나간 화산물질은 제주도 동쪽 연안에 쌓여 원래 섬이었던 일출봉이 연결된 육계사주(陸繫沙洲) 지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출봉의 식생은 해송림·관목림·초지·해안사구식물과 암벽식생 등 다양하다. 서쪽사면 중심의 관목림에는 상산나무가, 해안지역에는 우묵사스레피나무와 밀사초가 우점하고 있다. 분화구 내부는 참억새가 우점하고 있으며 이대 등도 보인다. 나출된 바위에는 송악·담쟁이덩굴·마삭줄·바위손 등이 자라고 있다.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일출봉에는 220종류 이상의 식물이 분포하는 가운데 착생식물의 발달이 특징적"이라며 "착생난류인 풍란 같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종이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성산일출봉은 위엄과 멋을 가진 오름의 '황제'다. 스스로 왕관을 쓰고 있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제주 섬 동쪽 끝 바다에 우뚝 선 화산체 정상부를 돌아가며 서있는 수많은 첨봉들이 왕관을 만들었다. 성산일출봉은 멋도 많다. 깎아지른 듯한 외벽은 그 자체도 멋있을뿐만 아니라 수성화산의 내부를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이기도 하다. 특히 일출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워 '영주십경' 가운데 제1경이다. 스펙도 다양하다. 천연기념물 제420호에다 세계지질공원·세계자연유산과 세계7대자연경관 제주도 대표명소 등의 '타이틀'에 걸맞은 명품 오름이다. 김철웅 기자
"성산일출봉은 세 번의 화산분출로 형성됐다"
전용문 박사(제주세계자연유산관리단·지질학)는 "성산일출봉은 약 5000년 전 얕은 바다 속에서 폭발한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화산재 오름"이라고 전제, "그러나 폭발은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에 걸쳐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전 박사는 "일출봉 동쪽의 '새끼청산' 일대에서 강력한 수성화산 분출로 분화구가 형성된 뒤 현재 일출봉 화산체의 하부에서 두 차례의 분출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이러한 사실은 해안변 연속적이지 않은 화산재 지층의 경사각 단절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성산일출봉이 1회성 화산분출로 형성됐다는 종전 연구를 뒤엎는 내용으로, 전 박사와 경상대 손영관 교수가 공동 집필한 관련 논문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국지질학회지' 2012년 3월호에 실린 바 있다.
그는 "일출봉의 생성은 얕은 바다 아래에 물을 매우 잘 통과시키는 두께 약 120m의 용암대지가 놓여 있었던 덕분"이라며 "마그마가 물을 흠뻑 머금은 용암대지와 격렬히 반응하면서 강력한 수성화산폭발을 일으키며 화산재 오름인 응회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일출봉은 분출 당시 제주 섬 동쪽에 떨어져 섬으로 존재했으나 화산재 지층들이 파도에 쉽게 깎여나가 해안에 퇴적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면서 "이때 쌓인 지층을 광치기 해안에서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 박사는 "성산일출봉은 탁월한 경관뿐만 아니라 화산의 내부구조와 분출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지질명소로서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의 가치를 동시에 지닌 곳"이라며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2007년 방문했던 IUCN 실사단도 이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김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