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6> 용머리오름

저 안덕멘에 강 보문 큰큰 오름 산방산이 신디, 그 앞의 바당더레 삐죽게 나온 동산 은 오름이 용머리우다. 오름을 세히 보문 둥이광 꼴랑지가 로 몽탁몽탁 끊어진 것처록 뒈여신디, 그걸 보멍 사름덜은 고종달이가 완 지맥을 그챠분 거엔 읍니다.
엿날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멍 사름덜을 하도 하영 죽이단 보난, 펜으론 방에서 힘 씬 제왕이 나왕 원쉬 갚음으로 이녁을 죽여불카부덴 들아서 마씀. 경던 중 소문을 들으난, 중국 바당 넘엉 동남 펜더레 가문 제주옌 는 섬이 신디, 지세(地勢)가 뭇 좋안 제왕이 날만 땅이엔 는 거라마씀. 경난 그걸 그냥 놔둼직우까? 용덴 는 풍수사 고종달이를 보내멍 제왕이 못 나게 혈맥을 딱 그챠뒁 오랜 멩령을 려십주. 어떤 사름은 그 고종달일 호종단(胡宗旦)이옌도 아마씀.
경난 고종달이는 종달리로 들어완 근근 제주섬의 혈맥을 그치멍 산남더레 돌아가십주. 를은 홍로을(서홍리)에서 농봐니가 밭을 가노렌 난, 머리가 헤양고 쉬염이 진진 하르방이 급게 완 는 말이
“소문에 진시황의 멩령으로 고종달이 완, 날 죽이젠 아댕겸젱 난 꼼 곱져줍서. 경곡 아무가 아왕 들어도 몰른덴만 서.”
난, 농봐닌 급지멍에 그 하르방을 눅젼 쉐질메로 더껀 곱져십주. 꼼 시난 고종달이가 큰큰 개 리 안 완게, 밭가는 농봐니신디 들어봐서마씀.
“이 시 꼬부랑 낭 강알에 헹기물이 싯젱 영게 어디우까?”
연 들으난, 생전 보도 듣도 못 사름이라 하르방이 부탁 대로 몰른덴 아십주. 경디 고종달이 앙 온 개가 콧내 맞추멍 쉐질메 시에서 킁킁대여가난, 혹시나 연
“이놈의 개, 정심 내우살 맡안 레에 늬치름 흘렴시냐.”
멍 몽둥이로 내조차부러서마씀.
고종달인 아명 아봐도 꼬부랑 낭 아래 헹기물이 읏이난,
“에이, 이놈의 책 맞지 아니 거네.”

멍 부엣절에 술서(術書)를 박박 찢어둰, 다음 을로 넘어가부러십주. 고종달이 가부런 참만이 농봐니가 쉐질메 들런 보난 하르방은 간 곳 읏고, 헹기물만 그릇이 남아 이선, 무신 물인고 연 그 자리에 비우난 곱닥 물이 콸콸 솟아난 지장샘이 뒈엿젱 여마씀.
홍로을을 지난 고종달이가 멧날멧칠 허꺼댕기단 안덕으로 간 산방산에 올란 보난, 바로 앞의 용머리오름이 움찍움찍 바당더레 나가는 용대가리 형치로 붼 거라마씀. ‘아, 이것이 바로 사름덜이 는 왕후가 날 지세로구나.’ 멍, 려가자마자 려들언 칼로 꼴랑지를 대번에 끊어 둰, 둥일 두어 번 리치고 대가릴 후려기젠 난, 둥이로 피가 콸콸 아지는 거라마씀.경연 보난 그 하르방은 다름이 아니라 지장샘 수신(水神)이어십주. 경고 꼬부랑 낭 강알은 쉐질메, 즉 낭이 꾸부러진 걸 말 건디, 고종달은 그거진 몰라부난, 지 못연 수맥을 못 그찬 살아나게 뒌 겁주. 이제 왕 제주 땅 홍로을 동펜더레 생수 터지는 디가 벨로 읏인 건 고종달이 수맥을 다 그챠분 따문이고, 서펜더렌 술서를 찢어둰 그냥 가부난 생수 나오는 디가 하영 남은 거렌 읍주. 홍로을은 지장샘이 시난 을이 번성고 농가 잘 뒈영 살기 존 을이 뒈엿젠 여마씀. 경난 산남의서 질 오래된 을이 뒈연 정의현 이전인 현청이 들어사 나십주. 그 후제론 을 사름덜이 해마다 정초가 뒈민 이 지장샘에 제를 지내멍 을이 잘 뒈게 음덕을 기리게 뒈여서마씀.
경여부난 오름은 이제도 몸뚱이가 벌겅케 뒈였고, 성디 읏이 하간디가 라져나간 형체라마씀. 그적의 산방산은 그걸 보멍 우렁우렁 동안 울엇젠 디다. 고종달인 제왕이 날 용머리 혈을 그챠지난 의기양양게 자구내 포구로 간, 배 탕 돌아가젠 여가난, 산꼭대기에서 이제지 는 행패를 보멍, 단단 한라산신이 부에 난, 고종달이 탄 배가 포구를 막 벗어나난, 큰 름 일루완 섬 앞의서 죽여부럿젠 아마씀. 그로후젠 고종달이 돌아가는 걸 막앗젱 연, 주위 사름덜이 섬 일름을 ‘차귀섬[遮歸島]’이옌 게 뒈여십주.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들다 : 걱정하다. 근심하다
농봐니 : 농부. 농사꾼
곱지다 : 눈에 띄지 않게 감추다. 숨기다
강알 : 사타구니, 또는 나무 밑이나 솥 밑을 말할 때 씀
헹기물 : 놋그릇에 담긴 물
늬치름 : 질질 흘리는 침
부엣절에 : 홧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