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의 일생의례와 언어'
문순덕 제발연 책임연구원 발간
여성 전통 의례 참여·전승 조명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중요한 순간에 치르는 의식을 '일생의례'(一生儀禮)라 한다. 돌, 결혼식, 장례식, 제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의례의 주관자는 대부분 '남성'으로 여겨지고 있다. 양성평등이란 사회적 분위기 변화 모색에도 불구, 여전히 '남성'중심은 변함이 없다.
이 같은 흐름에 반기를 드는 한 권의 책이 관심을 끈다. 집안의 대소사에 큰 획을 긋는 것은 아버지의 역할이지만 그 획에 살을 붙이고 집행하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가족공동체, 마을 공동체의 유지와 결속에 관여하며 '일생의례'를 이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이 '제주 섬'이라는 점에 관심을 끈다.

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주여성의 일생의례와 언어' 발간을 통해 일제강점기 이후 2000년대인 최근까지 제주여성들의 일생을 통해 제주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실제 제주의 일생의례를 직접 관찰해 온 제주 여성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물이나 마찬가지다.
문 연구원은 전통 의례에 참여, 전승해 온 이들을 '문화전승자'라 명명했다. 사료와 자료의 한계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부분들을 기억의 재현으로 확인시켜줬을 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사실을 말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내에 흩어져있는 문화전승자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이 책의 주요 역할을 맡게 됐다.
'아들을 낳지 못한 여성은 시장이 새로 서는 날(오일장이 장소를 이동해 새로 시작하는 날) 옷 벗고 돌아다녀야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신랑이 신부집에 도착해 마당에 들어설 때면 '새시방이 들어갈 때, 가시어멍(장모) 얼굴 보지 말라'는 금기어와 관련된 이야기도 이들 입에서 기록된 것이다.
문화전승자들의 경험과 기억을 정리해보면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의례와 의례 음식 등은 광복 후 제주4·3을 거치면서도 전승되고 있었다. 즉 일생의례는 각 의례별 생명과 행불행이 겹쳐 있어서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규약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제주 여성들은 결혼 후 1~2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시가의 풍속을 익히고 또 자신들의 의무와 역할을 정확하게 인지할 뿐만 아니라 일생의례를 통해 가족공동체, 혈연공동체, 마을공동체가 유지되고 결속토록 돕고 있었다. 의례 수행과 의례 참여를 통해 통일성과 동질성 확인하고 아울러 집안과 지역의 문화공유, 의식의 공유, 풍속의 공유라는 집단 의식을 얻어내는 데 제주 여성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북스·1만8000원. 고혜아 기자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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