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겨울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2월에도 유채꽃이 피고 꿀벌도 활동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영춘화·개나리·유채꽃 제주에서 봄의 전령 옛말
겨울 및 최저기온 상승폭 높아지고 서리 사라져
여름 길어지고 폭염·열대야 등 고온극값 높아져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형적인 날씨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점차 계절과 절기가 뒤죽박죽되고 있다. 특히 제주는 우리나라 최남단이면서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계절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실생활에서도 점점 체감되고 있다.
제주 겨울에도 봄꽃 핀다
우리나라 자생식물 가운데 가장 일찍 꽃이 피면서 봄의 전령사로 알려진 영춘화는 보통 2월초부터 중순사이 꽃을 피우지만 제주지역에서는 한겨울인 1월초에도 꽃망울을 드러낸다.
3월에 피는 개나리가 제주 일부 지역에서는 1월에 노란 꽃을 피웠고, 4~5월께 만개하는 유채꽃도 2월초부터 활짝 피기 시작하는 등 제주지역은 한 겨울에도 봄꽃이 피는 지역이 되고 있다.
30년 단위로 제주도의 기후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30년(1981~2010년)의 평균기온은 15.9도로 1971~2000년보다 0.2도 상승했다. 또 최고기온은 0.2도 상승했고 특히 최저기온도이 0.5도 상승하는 등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다.
계절별로는 최근 30년이 겨울·가을·봄철이 각각 0.3도씩 상승했고, 여름은 0.2도 올랐다.
제주지역 계절변화 추이를 보면 1930년에 봄 111일·여름 95일·가을 110일·겨울 53일로 나타났지만 60년후인 1990년에는 봄 121일·여름125일·가을 106일·겨울은 17일로 여름은 한달정도 길어진 반면 겨울은 한달정도 짧아졌다.
2000년대 들어 계절변화는 더욱 빨라지면서 제주지역의 기상학적 겨울(9일간 평균기온 5도 이하인 경우)은 1924~1933년 연평균 36일이었지만 최근 10년(2000~2009년) 겨울일수는 0일로 분석됐다.
또한 봄(5도 이상)과 여름(20도 이상)은 각각 16일과 25일이 길어졌지만 가을(20도 이하)은 5일 짧아지는 등 제주가 빠르게 봄과 여름으로 2계절화하고 있다.
올해 1월 제주지방 평균기온은 7.5도로 평년값 6.3도보다 1.2도 높고, 2월 역시 6.9도로 평년 5.6도 보다 1.3도 높았다. 올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해지다 보니 해안지역은 아예 영하권 날씨가 나타나지 않았다.
제주는 폭염이나 아열대 등 고온극한기후현상이 증가하는 반면 서리나 한파 등 저온극한기후현상은 감소하고 있다. 제주지역 연평균 열대야 일수는 14~24일 정도 발생했지만 서리(최고기온 0도 이하)발생 일수는 0~7일로 드물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제주지역 열대야일수가 52.5일 기록했고, 폭염일수도 17일로 찜통더위가 극성을 부렸다. 올 겨울에는 1월 제주지방 평균기온은 7.5도로 평년보다 1.2도, 2월은 6.9도로 평년보다 1.3도 높은 등 상대적으로 따뜻했다.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제주
▲ 봄을 가장 빨리 알린다는 영춘화가 제주 지역에서는 1월초부터 만개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정책 성공여부에 따라 제주지역 기후변화 속도를 2배 가까이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제주지역 기온상승의 경우 일최저기온이 일최고기온보다 1.5배 이상 높아지면서 21세기 후반에는 겨울이 사라지고 봄과 가을이 합쳐져 4계절에서 2계절로 바뀔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이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상당히 실현됐을 경우(RCP 4.5)와 △온실가스배출이 현재추세로 유지될 경우(RCP 8.5)에 따른 제주지역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제주기온은 현재 평균기온이 14.4도에서 RCP4.5 경우에는 21세기 전반기(2011~2040년)에는 15.1도로, 21세기 중반기(2041~2070년) 16.1도,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 16.7도로 현재보다 2.3도가 상승한다.
RCP8.5는 21세기 전반 15.3도, 중반 17.0도, 후반 19.0도로 현재보다 4.6도가 높아진다. 계절별로는 RCP4.5에서 여름과 가을의 기온상승속도보다 크고, RCP8.5에서는 가을과 겨울의 기온 상승속도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RCP4.5은 봄·가을 226일과 여름 139일로 겨울이 완전히 사라지고, RCP 8.5 역시 봄·가을 202일과 여름 163일로 2계절이 뚜렷해지면서 여름철이 월등히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현 기자
"제주지역은 기상학적인 겨울이 이미 사라졌으며, 통상적인 겨울도 빠르게 짧아지면서 2계절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 제주도민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생활패턴이 바뀔 수밖에 없어 적응대책이 필요하다"
심재면 제주지방기상청 기후과장은 "앞으로 제주지역의 겨울은 예년보다 따뜻해지고 서리나 해안에 눈이 쌓이는 일수가 적어질 것"이라며 "겨울 중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강추위 역시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찬공기가 한반도까지 밀려 내려오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또 "제주의 계절이 가을과 겨울이 짧아지고, 봄과 여름이 길어지면서 계절의 시작과 끝의 시기가 매해 달라지고 있다"며 "특히 봄과 여름이 빨라지는 현상이 뚜렷해 봄꽃이 2월을 넘어 1월에 피는 것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일상적인 현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심 과장은 "기온이라는 것은 평년보다 일시적으로 높을 때도 낮을 때도 있지만 장기간의 추세를 보면 제주지역 평균기온은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기후변화가 무서운 것은 폭염·폭한·홍수·가뭄 등의 극한기후가 빈번히 나타나면서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수량'도 마찬가지다. 심 과장은 "기후변화로 제주지역의 강수량이 증가해 앞으로 물 걱정은 없을 것으로 낙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측결과는 정반대"라며 "강수일수는 적어지는 반면 강수량은 증가, 결국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피해는 커지는 반면 지하수량은 적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저감대책이 성공하느냐와 실패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연구되고 있으며 향후 100년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기후변화 적응과 대응은 현 세대 뿐만아니라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