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기로에 선 제주] 3. 위기의 한라산 식물

▲ 제주지역의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한라산 수직생태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구상나무 등 아고산대의 서식지가 정상부근으로 갈수록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한라산 난대·아열대 등 고도 따라 다양한 생태계 분포
최근 고산식물 빠르게 감소 소나무 등 온대식물 잠식
수직 식물생태계 혼동 심화…토종식물 복원 대책 시급
 
해발 1950m의 한라산은 높이에 따라 온대부터 아한대까지 다양한 생태계가 분포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식물종의 보고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세계최대의 구상나무 군락은 제주와 한라산을 대표하는 식물자원이다. 그러나 작고 고립된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한라산생태계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구상나무는 기후변화에 따른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이 됐다.
 
한라산 자생식물 145종 멸종 위기
 
제주지역은 난대의 끝점과 온대기후의 시작점에 위치했다. 해발 1950m 높이의 한라산으로 인해 다양한 식물대가 서식하고 있다. 해안부터 600m까지는 난대 상록활엽수림대, 600~1400m는 온대활엽수림대, 1400m~정상은 아고산대(아한대)가 분포하고 있다.
 
제주지역의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한라산의 수직생태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구상나무 등 아고산대의 서식지가 정상부근으로 갈수록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제주도는 1924년과 비교해 매년마다 0.02도씩 올라가 90년간 연평균 기온이 1.6도 상승했다. 식물학자들이 기온 1도 상승시 143m의 고도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히는 만큼 4도까지 상승하면 한라산에서 아고산대식물은 절멸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지속돼 100년사이에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이 멸종될 뿐만아니라 시로미 한라산고들빼기, 산철쭉, 한라구절초, 섬매발톱나무 등 한라산 자생식물 145종도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라산 식물생태계는 기후변화로 난대와 온대산림의 서식지가 고지대로 빠르게 확산되고 구상나무를 비롯한 고산식물대는 급격히 쇠퇴해 결국 절멸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상나무 고산식물 위기 현실로
 
난대산림연구소가 연구한 한라산 구상나무숲(2009년 기준)은 전체 795.2㏊로 해발 1300m에서 정상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500m∼1700m 사이에는 전체 69.6%가 집중자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근 전체 구상나무의 18.8%가 고사한 것으로 조사돼 정상적인 숲의 고사율 10% 이하 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다.
 
구상나무의 고사원인으로는 온도상승에 의한 생리적 장애가 34.8%이며, 강한 바람과 폭설 등 기후 극한값의 변동이 65.2%로 분석되는 등 기후변화가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라산 관련 연구기관들은 최근 고사하는 구상나무가 예년보다 2~3배 많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한라산 등에 분포한 구상나무를 1998년 위기근접종으로 분류한 이후 2012년에 멸종위기종으로 상향시켰다.
 
한라산의 구상나무와 고산·특산식물들은 50~100년 사이에 기후변화로 정산부근까지 밀려나지만 마땅한 피난처를 찾지 못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 한라산 상공에서 찍은 구상나무 고사목 모습.
소나무·시로미 정상까지 확산
 
구상나무와 고산식물대의 서식지가 정상부근으로 밀려나는 자리에 소나무와 조릿대 등 온대식물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난대산림연구소가 지난 42년간 한라산 소나무숲의 이동 결과를 분석한 결과, 돈내코 등산로 '평지궤 대피소' 부근의 해발 1490m지대 소나무는 이 기간의 기후변화로 해발 90m정도가 저지대에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현재 해발 1520m 탐라계곡 부근 소나무숲의 분포지역 역시 같은 기간에 30m정도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내 소나무분포지가 1967년과 2009년을 비교할때 사제비동산(해발 1330~1450m)에서는 11.6㏊에서 19.9㏊로 증가했으며, 돈내코등산코스 해발 1080~1500m일대도 23.9㏊에서 56.4㏊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주조릿대는 20여년전에는 해발고도 600~1400m에 주로 분포했지만 현재 1800m까지 확산되면서 시로미, 한라산고들빼기, 한라구절초 등 고산식물의 서식지를 잠식하고 있다.
 
더구나 제주도는 한라산 고지대 뿐만아니라 해안부터 중산간 지역도 기후변화로 식물생태계의 천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해안지역에 집중됐던 난대식물대의 서식고도가 중산간지역으로 상승하는 대신 아열대와 열대식물대가 해발 300m까지 자라고 있다. 중산간지역이 주서식지인 온대식물대는 난대식물대에 밀리면서 결국 한라산 정상까지 후퇴, '터줏대감'인 고산식물대를 위협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현재 한라산 생태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고 깊숙하게 나타나고 있다. 토종식물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는 "현재 한라산에 자생하는 구상나무와 소나무 숲의 변화를 보면 앞으로 기후변화가 식물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1967년부터 2009년까지 항공촬영 및 현지조사를 통해 한라산 숲 생태계를 분석한 결과, 소나무가 정상을 향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며 "돈내코 지역은 1300m에서 1390m까지 90m 올라갔고, 개미등과 만세동산 일대도 30m~90m만큼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 "소나무숲의 서식고도가 1년마다 0.7~2.1m씩 올라가고 있다"며 "그만큼 구상나무의 서식지는 후퇴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구상나무 군락의 20~30% 나무가 고사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이는 정상적인 숲의 고사율 10%를 훨씬 넘는다"며 "특히 똑바로 서서 죽은 나무 비율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이다"고 말했다.

또 "태풍과 폭설 등으로 쓰러져 죽은 나무 역시 풍속과 적설량의 극한값 영향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고사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3~4도 기온이 상승하면 구상나무는 멸종하고 대신 소나무숲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구상나무 뿐만 아니라 시로미, 들쭉나무 등 한라산에 자생하는 특산식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현재도 온대기후식물인 제주조릿대가 1800m까지 확산하면서 제주고산·특산식물의 서식지를 잠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현재 상황에서 구상나무와 한라산 토종식물에 대한 보호 및 보전대책이 절실하다"며 "한라산 식물이 세계적인 자연자원이라는 인식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유관기관간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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