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전설]<10> 매오름

엿날, 제주섬 모냥이 이제 으지 아니 때에도 이 땅엔 사름덜이 하영 살아낫젠 여마씀. 이번읜 그치록 오래 전 이왁을 젱 염십주.
에, 엿날 엿적 호렝이 담배 먹던 시절에, 남해 용궁에 용왕 아 시 성제가 셔신디, 워낙 버르장머리가 읏고 제엽이 쎠난 생인고라, 용궁 법을 어견 제주섬더레 귀양살이 오게 뒈여서마씀. 경디 섬 사름덜이 워낙 가난게 살아서 왕자덜신디 밥 적을 지대로 못 줘부난 굶음이 반이고, 옷 불 얻어 입지 못 난 저을엔 닥닥 털멍 고생께나 여십주.
용왕은 해가 건줌 지난 아덜을 생각여 보난 아명 잘못은 엿주마는 철 엇인 것덜이라 꼼은 들아젼, 조용히 사자(使者) 노릇는 거북일 불런, ‘귀양간 아덜이 어떵 살암시냐’ 강 봥 오랜 여서마씀.
거북이 남해 용궁에서 히염쳐 나완 제주섬의 오란 보난, 아명 법을 어견 벌로 귀양온 왕덜이주마는 험 꼴을 꼼도 안 당연 살아난 사름덜이라, 그 고생은 말로 다 지 못 정도라십주. 섬 사름덜이 워낙 못 살아 놓으난 밥 적 못 얻어먹곡, 입단 옷 불 빌어 입지 못연 고생염시난, 거북 사잔 용궁으로 돌아간 실대로 도시려서마씀. 경난 용왕은

“경뎅 지끔 당장 가네덜을 아와불문 국법을 어기는 일이 뒈주마는, 경 고생 염젱 난 이젠 정다슬아실 거여. 안적 기한이 꼼 남아시매 다시 제주섬의 강, 아덜이 귀양 사는 동안 꼼이라도 신세 진 사름이 신가 조사여 보라. 그런 사름안틴 은혜를 잘 가프는 것이 남해 용왕국의 도리 아니가.”
거북 사자가 다시 제주 섬의 오란 돌아댕기멍 아명 조사여봐도, 박씨 성을 진 사름안티 제우 먹당 남은 마[薯] 뿔리 얻어먹은 거배끼 읏어마씀. 그때만 여도 섬 사름덜 사는 게 말이 아니라난 생이우다. 거북 사자가 용궁에 간 용왕신디 경 으난, 용왕은 아명여도 섬 사름덜이 궤씸연,
“경여도 그렇주. 용왕 아덜신더레 여댕기는 지수와리가 아명여도 너미 매정다. 인정머리라고는 베록똥만이도 엇인 싀상, 그냥 놔뒁은 안 뒈켜. 치 오동올려 부러사주. 강 아덜 아오멍 섬을 아예 메칠 동안 바당물에 가 불라.”
“게문, 마 뿔리 준 박씨안틴 어떵코마씀.”
“아, 그 사름이랑 섬을 바당물에 그는 동안, 어디 높은더레 피영 시렌 곡….”
다시 섬의 온 거북 사잔 박씰 불러놘, 입을 귀에다 대연 째기 매오름을 리치멍 저 꼭대기에 강 사흘 동안 꼼짝 말앙 시렌 여서마씀. 다른 사름덜 귀에 들어가문 뭇 난리가 날 거난, 늴 아척이랑 꼭 혼차만 가렌 단들여십주.
경여 둰 거북 사자가 아 싯을 안 바당물더레 퐁당 들어간 용궁더레 감시렝 여둰, 물로 섬을 건줌 가질 정도로 불루완 보난, 경 단들여신디도 매로 벤 박씨가 야게길 주왁주왁 내밀멍 궤길 잡쟁 염서. 그걸 고만이 내부럿당은 용궁에 강 꼭 벌을 멘치 못 것 닮안, 에에 안뒈켄 멍 매를 아예 돌로 굳혀부러서마씀.경디 박씨옌 사름은 귀찮이연 시키는 대로 질 안여서마씀. 동새벡이 일어나는 것도 그렇고, 오름 꼭대기에 강 울럿이 혼차 앚앙 사흘 동안 이시는 것도 그렇고 연 미적미적 염시난, 거북이가 봔 아명여도 안 뒈켄 요술 부련 박씰 매로 벤게 멍, 사흘 동안만 오름 꼭대기에 강 앚아둠서 궤기 봐져도 절대로 좃젱 말앙 시문 좋은 싀상 만날 거렝 여서마씀. 경문 사흘 후제 사름으로 환싕시킬 여산이라십주. 박씨도 매가 뒈여부난 수 읏이 경켄 고갤 닥여서마씀.
엿날 경 일이 이서부난, 이제 강 보문 오름 꼭데기에 꼭 매가 바당더레 고갤 주왁이 내민 것 닮은 디가 싯고, 용궁의서 제주섬을 사흘 동안 가난 후제론 제주섬은 가싀자왈광 빌레만 한한 땅으로 벤여부럿젱 여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제엽 : 아이들이 저지르는 장난
도시리다 : 남의 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되풀이하여 말하다
정다슬다 : 어떤 일에 크게 혼이 나서 다시는 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을 차리게 되다
오동올르다 : 재물이 탕진되어 다 없어지거나 사라져버리다
그다 : 꺼낼 것을 전제로 물 따위에 잠기게 하다
단들이다 : 어긋나지 않도록 단단히 타일러 두다
울럿이 : 우두커니
좃다 : 부리나 뾰족한 것으로 쪼다
여산 : 계획. 생각
불루다 : 수량으로 불어나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