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 <12> 정물오름 명당자리

애월읍 지경은 한라산지 잇어졋고, 이 붙은 한림읍에선 질로 높은 듸가 정물오름인디, 정물오름은 금악 을에 이신 이시돌목장 ‘젊음의 집’ 우티다 안덕면 당오름광 우알로 도롱이 앚앙 이신 오름이우다. 안경세미옌 영 굼부리 북쪽에 산물 나는 쌍둥이 세미가 신디, 그거 따문에 일제말기예 일본군이 주둔연 진지도 구축엿단 흔적이 남아 이서마씀. 경디 정물오름 서알녁펜더레 보문 족은 동산 닮은 오름이 잇어졍, 사름덜은 그걸 정물알오름이옌 는디, 이번 이왁은 그 오름에 자리잡은 강씨 묘(墓) 전설입주.

엿날 정물오름 아랫동네 금악을에 강씨옝 는 사름이 살아신디, 그 집의선 영역 개  리를 질루와서마씀. 그 개는 주연을 하도 잘 랑 강씨가 가는 듸는 멀고 가차운 듸 엇이 이 댕기멍 부름씨를 잘 난, 동네 사름덜신디 칭찬이 자자여십주. 가당오당 꿩도 물엉 오곡 노리새끼도 물엉 왕 식구덜 궤기 맛을 보게 곡, 주연네 아의덜도 잘 르난 식구나  가지로 생각게 뒈여서마씀.

경단 어느 날, 그 집 주연 강씨 아접씨가 그만 벵이 들언 세상을 하직게 뒈여십주. 집안의선 잘 아는 정시를 모셔단 살리멍 산터 이레 이래저래 뎅겨 봐도 맞인 듸가 읏어서마씀. 그 신 널른널른 목장광 껏듸 금오름, 눈오름, 이달봉, 새벨오름, 당오름, 삼뫼소오름, 도너리오름 등 오름이 꽤 이신디도, 지 나 앙 보문 작이 안 맞곡, 다시 앙 보문 상제신디 안 맞곡 멍 이상게 지 못는 거라마씀. 경여 가난 그 정신 이녁은 도저히 구지 못켄 멍 가부난, 다른 정시를 아와 봐도 마찬가지라십주.

그치록 멍 산터를 못 구여 놓으난 3일장도 안 뒈고, 5일장도 시기를 놓쳐십주. 경여 가난, 관이 이신 주연 방 앞의 울럿이 앚안 메칠 동안 눈만 꿈빡꿈빡 단 개가 확게 일어산게 이레 악 저레 악 멍 화륵치는 거라마씀. 경난 이 개가 무시거 려완 영는 거 아니겐 멍, 손지상제신디 앙 강 눅졍 오렌 여신디, 란 나사난 개가 막 꼴렝일 흥글멍 산으로 올르는 거라마씀.

것도  이상 일이옝 멍 돌아완 이신디, 다시 개가 아오란 베꼇디 산 이신 손지상제 시미옷을 물언 아댕기당 주끄는 거 아니우깡. 동네 사름덜은 눈물 흘리단 개가 또랑또랑게 눈을 튼 걸 보멍, 아명여도 개 는 짓이 무신 뜻이 싯젠, 끝지 라가보렝 여서마씀. 라 가난 개가 을 우터레 올란게 소낭밧으로 연 정물알오름더레 구짝게 간, 양지 발른 풀밧더레 간 톡게 엎어젼게 손지상젤 보멍 꼴렝일 랑랑 흥글어서마씀.

라간 손지상제가 고만이 보난 모르는 간에도 산터로 그럴 듯 연, 얼른 집의 완 야카야카엿젱 르난, 이거 보통일 아니옝 멍 정시고 큰상제가 손지상제신디 개가 르친 디 글렝 연 간 쒜를 놔보난 멩당이라마씀. 정시가 말는디, 애월읍 봉성리 산골동네에 이신 알천이 벨동산에도 개가 르친 멩당이 싯젱 멍, 서둘런 장사를 지내여십주. 벨동산은 월로동산이옝도 는디,  아래 른 벨이라 여 붙여진 일름으로, 벨동산 주벤엔 족은 낭으로 게 얽어지고 묘자리만 펜펜 듸라마씀.

정시가 말기를 그듸 지형은 옥녀금채형(玉女金釵形)이옝 멍, 옥은 처녀가 비단을 차는 형체옝 여서마씀. 요즘 풍수지리사(안선진 교수)가 봐도 정물오름 앞은 멩당이옝 멍 ‘정물오름은 산의 기운이 산 우터레 올르는 목형(木型)광 기운이 안쪽으로 감아도는 금형(金型)이 디 이신 형치로, 체로 재물을 담는 형상이난, 옥녀금채형보단 금빈네가 땅에 털어진 척지금채형(擲地金釵形)으로 봐사 뎅.’ 여마씀.

그듸다 산을 씬 후제론 강씨 집안이 펜안엿젱 는 소문이고, 안적도 그 산은 정물알오름에 남아 잇젱 디다. 지금은 널른널른 정물오름 터진굼부리 한복판 알러레만 묘자리가 라 개 봐져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도롱이 : 나란하게

영역다 : 영리하다

아접씨 : 아저씨

정시 : 지관. 풍수사

지 : 겨우. 애써. 모처럼

화륵치다 : 당황하여 이리저리 헤매다. 부리나케 돌아다니다

눅지다 : 싸게 하다. 눕게 하다

시미옷 : 남자 손자 상주의 복옷

주끄다 : (개 따위가) 짓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하다’를 나쁘게 이르는 말

야카야카다 : 사정이 이리저리 되다

쒜 : 쇠붙이. 여기서는 나침반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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