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명숲 곶자왈 연대기] 5. 용암류 특이지형 - 돌, 생명을 얻다

▲ 알밤오름에서 바라본 선흘꽃. 왼쪽으로 연두빛 새잎으로 단장한 동백동산이 보인다.
용암 분출 시 불규칙 균열 발생…수분·습도조절 기능
동굴 등 무너져 함몰지 형성…동·식물 서식환경 조성
 
화산용암서 태어난 곶자왈
 
늘 곶자왈속으로 들어가 만나던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을 한 눈에 보기위해 알밤오름에 올랐다.
 
곶자왈이 발원한 거문오름부터 북오름과 웃밤오름 사이를 흐른 숲은 동백동산을 지나 드넓고 장엄한 모습으로 펼쳐지며 북쪽 바다와 맞닿아 있다. 이미 5월로 들어선 곶자왈은 여린 잎을 투영한 봄 햇살을 따라 짙푸르던 묵은 빛을 벗고 연두 빛으로 갈아입고 있다. 앳되고 평온해 보이지만 곶자왈은 온갖 생명들이 치열하게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곶자왈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화산용암이다. 붉게 타오르며 대지를 뒤덮은 뒤 거칠고 단단한 돌덩이로 굳은 화산용암은 불용지용(不用之用)이야기처럼 곶자왈을 만들어내고 생명을 키워냈다. 함몰지와 압력돔(Tumulus), 용암돔(lava dome), 용암구(lava ball)나 부가용암구(Accretionary lava ball), 용암궤 등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보물들이 있기에 곶자왈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곶자왈을 제대로 아는 일은 동·식물에서 잠시 눈을 돌려 곶자왈을 이루는 용암지질과 지형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돼야한다. 곶자왈은 일반적으로 암괴상 용암류가 만들어낸 자연환경이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언뜻 볼 때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지만 곶자왈은 파호이호이용암류나 아아용암류로 구분할 수 있으며 지역마다 서로 다른 용암류 특징을 볼 수 있다.
 
파호이호이용암으로 이뤄진 선흘곶은 압력돔이 만들어낸 곶자왈이라 할 만큼 압력돔이 발달해 있다.
 
▲ 용암돔에서 자라는 구실잣밤나무.
용암은 분출해 흐르는 과정에서 표면이 굳게 되지만 속으로는 뜨거운 용암이 계속 밀려들어와 내부 압력이 높아진다. 이때 용암이 표면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불규칙한 형태로 균열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압력돔이라 한다. 균열이 많기 때문에 식물생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분과 습도조절 기능을 한다.
 
동백동산을 찾거들랑 마음을 두고 살펴보자. 부풀어 오른 크고 작은 바위동산에 균열을 따라 뿌리 내린 구실잣밤나무와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조록나무처럼 교목들이 만들어낸 작은 숲이 이 곳 저 곳 눈에 들어올 것이다.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본다면 파호이호이용암이 만들어낸 평평한 용암대지도 함께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교래곶자왈은 용암돔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곶자왈을 아기자기 채우는 곳이다. 용암돔은 점성이 큰 마그마가 땅위로 솟아나 둥근 종 모양으로 굳어 만들어진 화산체다.  겨울에도 항거하듯 푸른빛을 지키는 곳을 가보면 대부분 용암돔을 만날 수 있다.
 
교래리에서 것구리오름으로 가는 길가에 자리한 용암돔을 찾았다. 높이가 10m는 됨직한 게  보기만 해도 멋과 웅장함이 있는데 언제부터 바위에 기대어 살았는지 한 아름도 훨씬 넘는 구실잣밤나무가 위용을 더한다. 교래곶자왈에서 만나는 용암돔은 화산분출과정에서 균열이 있는 약한 지반을 뚫고 흘러나온 용암류가 만들어낸 것들이다.
 
물론 용암류는 용암돔이나 압력돔외에도 다양한 화산지형과 지질을 만들어낸다.
 
▲ 동백동산 압력돔 위에 자라는 나무들.
요철지형과 함몰지
 
곶자왈을 말할 때 요철지형과 함몰지를 빼놓을 수 없다. 점성이 높은 아아용암류가 지형을 따라 흐르며 높고 낮은 모습으로 굳어진 요철지형은 물결치듯 아름다운 경관 뿐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을 위한 생활공간도 만들어낸다.
 
산양리나 무릉리 곶자왈처럼 파호이호이용암류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함몰지나 용암도랑은 동굴이나 공극이 무게나 외부 충격 등에 의해 무너지면서 형성되는데 미기후 영향으로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면서 곶자왈을 풍부하게 한다.
 
궤는 작은 규모 바위굴을 뜻하는 제주어로 습도가 높은데다 온도 또한 식물이 자라는데 알맞은 조건을 유지해 여러 희귀식물을 키워내는 생태계 보물창고와 같다.
 
용암구나 부가용암구도 곶자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질자원이다. 둘은 모습은 비슷하지만 형성과정은 차이가 있다.
 
용암이 흐를 때 채 식지 않은 내부 용암이 클링커를 비롯해 바깥에 있는 용암조각을 감싼 채 마치 공모양으로 굳은 것을 용암구라 한다.
 
이와 달리 부가용암구는 채 굳지 않은 아아용암이 구르며 흐를 때 용암주위에 점성이 있는 용암류가 달라붙으면서 마치 눈사람처럼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한경면 어느 골프장입구에는 골프장 개발과정에서 나온 대형 부가용암구가 전시돼 있다. 용암구든 부가용암구든 개발과정에서 파괴되거나 조경용 등으로 캐가는 일들이 오랫동안 이뤄지면서 갈수록 보기 힘든 자원이 되고 있다.
 
자연에 기대어 사는 법 배워
 
▲ 새우란
뿌리내려 살아갈 토양이 턱없이 부족한 곳이 곶자왈이다. 곶자왈에서 살아가려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자연에 기대여 사는 법을 먼저 배워야했다.
 
영양분도 부족하고 뿌리를 뻗기조차 힘든 바위투성이지만 식물들은 공극률이 높은 용암특성과 크고 작은 틈 사이 수분과 기온을 이용하며 살아갔다. 용암돔이나 압력돔처럼 곶자왈 바위에서 자라는 식물은 초식동물에 밟히거나 뜯길 위험도 줄어든다.
 
식물이 자라기에는 변변한 흙조차 없는 돌 무더기에 불과한 곶자왈에서 돌과 나무가 기대고 어울려 자라는 것을 보며 제주사람들이 느끼고 배운 것은 공존이다.
 
"돌은 낭 으지허곡 낭은 돌 으지헌다"라는 속담을 만들어낸 제주사람들이다. 그러나 알밤오름에서 바라본 선흘곶을 비롯해 곶자왈 마다엔 어느새 골프장과 채석장, 건물들이 사이사이 들어차고 있으니 우리는 이제 무엇에 의지해서 살아갈 것인가. ▲특별취재팀=김영헌 정치부 차장, 고경호 사회부 기자 ▲외부전문가=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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