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최초의 상설 시장
제주최초의 상설시장이 바로 동문시장이다. 1만2000여평 부지에 950여명의 상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동문시장은 크게 동문공설시장과 남수각 일대 노점에서 출발한 동문재래시장, 시네하우스 극장이 있는 동문시장 주식회사, 수산물만을 취급하는 동문재래어시장으로 나뉜다.
동문시장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해방이후부터다. 제주읍의 중심부일 뿐만 아니라 제주항과 접해 있는 이 일대에 상인들이 몰려들어 가마니, 거적 등을 깔고 군복과 담요, 채소와 식료품 등을 닥치는 대로 팔면서 상권이 형성돼 갔다. 당시 지게꾼과 마차는 물건 운송수단이었다.
1954년 3월 이곳 동문시장에 대형화재가 발생, 현재 동문공설시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동문공설시장은 대지 1608㎡, 건물 917.7㎡에 70명의 상인이 입주해 있다.
지금의 시장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지난 60년대로 산지천 복개지가 장터로 이용되면서부터다. 물론 조선시대 보부상들의 상거래 장소가 뿌리를 이루지만, 남수각 주변과 농협 중앙지점 인근 골목에서 삼삼오오 장사를 하면서 재래시장이 자리잡았다. 이곳에 상인들이 언제부터 몰려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않지만 60년대 중반 제주시 인구가 불어나면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근대화 되기 시작한 때는 62년 8명의 상인들이 ‘동문시장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로 추정할 수 있다. 63년 당시 일도리 1150번지 590평 대지에 건물 331평에 대한 신축시공을 한 게 시발이었다.
△아직도 생생한 삶의 현장
우리네 삶이 묻어나는 재래장터는 마음의 고향이다.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달랠 수 있어 좋고 아이들은 신기한 볼거리에 즐겁기만 하다. 정 넘치는 재래시장서 ‘추억쇼핑’을 하는 재미도 크다. 투박하면서 구수한 사투리를 힘차고 구성지게 뽑아대는 장사꾼들의 목소리, 활기에 넘치며 흥성스러운 시장의 옛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한진건어물마트 양원석씨(45·제주시 연동)는 “동문시장은 주택가와 상가가 밀집된 시장이기 때문에 친근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손맛을 직접 보며 소비자가 상품의 질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재래시장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성일청과도매상회 현윤희씨(49·제주시 화북2동)도 “재래시장의 최대 무기인 저렴한 가격과 손님들과 흥정을 하며 값을 깎아주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그것이 상인들과 손님들간에 오고가는 정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동문시장은 인근 중앙지하상가와 각종 소매업소와 어우러져 제주시 상권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표고버섯과 과일류 등의 특산물 판매점과 제주의 대표적인 생선으로 꼽히는 옥돔을 비롯, 전복, 소라, 갈치, 농어 등을 팔고 있는 가게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이곳 어시장에서 적은 돈으로 푸짐하고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는 것도 별미다.
△재래시장도 ‘변해야 산다’
대형유통업체들이 도내에 진출하면서 동문재래시장에 덮친 불황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만 가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상인들과 쇼핑객들이 한창 붐벼야할 시장에 사람의 흔적은 눈에 띄게 줄었고 상인들도 이미 하나 둘 생계의 터전을 떠나고 있다.
동문시장 상인들은 요즘 “하늘만 쳐다보고 산다”고 입을 모은다. 고춧가루 판매상 김모씨(51)는 “아직 재래시장 경기가 괜찮다고 하지만 바닥경기는 완전히 얼어붙은 것 같다”고 푸념했다. 청과점을 하는 김모씨(46)도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시장을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엉덩이가 부딪힐 정도였다”며 “요즘엔 서민경제가 엉망인데다 대형할인점에 손님을 다 빼앗겨 살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상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금융기관들의 수신고도 크게 떨어졌다. 동문시장 새마을금고 강성신상무(41·여)는 “재래시장 경기가 죽으면서 상인들의 예금이 예전보다 30% 정도 줄었다”며 “예금은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대출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세상인들이 장사를 ‘포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낡고 불편한 시장을 헐고 그 자리에 현대식건물을 신축, 지역중심상권의 명맥을 유지하려 한다. 가뜩이나 대형할인점이 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손님을 끌어가는데다 경기침체로 최근 장사가 신통치 않아진 데 대한 자구책이다. 제주은행과 한 자매결연도 재래시장 활성화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제주시는 재래시장의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시장내 재개발 등을 촉진하는 현대화계획을 추진해 왔다. 시는 우선 동문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99년부터 18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남수각 일대 정비 사업을 마무리했다. 동문시장 일대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도시계획 도로 600m를 개설하고, 연결도로 140m도 정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는 기존 동문공설시장내 낡은 993.17㎡의 건축물을 헐고, 지상 1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을 새로 지어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농협 중앙지점 앞에 1억2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공중화장실을 신축키로 했다.
동문재래시장 현대화가 가속화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대개 30∼40여년전에 형성된 재래시장으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나 구매형태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기존 재래시장과 같은 품목을 파는 유통업체들이 속속 주택가에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지역경제과 김성남 계장은 “동문시장 현대화 사업의 주목적은 지역주민들의 소비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도시미관과 기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로가 좁고 편의시설이 부족해 평소 동문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느껴왔으며, 이 때문에 상권이 위축돼 지역발전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돼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