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전설] <13> 토산봉과 두 세미

엿날엿적의 제주섬에 개 돋은 장수가 태여낫젱 는 소문이 돌앗수다. 개 돋은 장수는 심이 장사난 못는 게 읏엉 세상을 뒤엎어 분뎅 여마씀. ‘발 읏인 말이 천 리를 간다’고, 그 소문은 바당을 넘언 중국에지 퍼져서마씀. 그런 말덜이 눈덩이 이 불어나단 보난 황실에서도 걱정이 뒈연 들단 버치난 풍수에 능 호종단(胡宗旦)을 섬더레 보내멍, 산혈(山穴)이든 물혈(水穴)이든 명혈(名穴)이옝 걸랑 딱 그차뒁 오렌 여서마씀.
구좌읍 종달리 두문포로 들어온 호종단은 츰츰 명혈덜을 그치멍 토산리 을 껏듸지 오라신디, ‘너븐밧’듸서 농바니가 한창 밧을 가노렌 난, 번도 안 봐난 어떤 곱닥 처녀가 정신 읏이 려오란, 급 정을 말는디,
“저디 세미예 이신 물을 헹기에 떠당 쉐질메 알러레 꼼만 곱져줍서.”
는 거라마씀.
그 농바닌 꼼 이상 생각이 들어도 하도 간곡게 부탁여부난, 처녀가 리쳐 준 거슨세미광 단세미로 려간, 잘 닦은 헹기에 물을 곱게 떠단 쉐질메 알러레 놓아신디, 처녀가 무신 주문 은 걸 웨왕게마는, 그 물 소곱으로 짜기 녹아들어 가부러서마씀. 그 처년 다름 아닌 거슨세미광 단세미 수신(水神)이라 난 겁주.
그 농바닌 초지종을 몰라부난 벨 일도 다 싯는 거렌 생각은 멍도, 무신 일이 셔도 정신 바짝 려사 로구나 생각영 다시 밧을 가는디, 호종단이 거만게 웬착 손에 책 권 들르고 큰칼 차고 연 농바니신더레 와서마씀. 그 책은 중국 황실에서 멩근 제주섬 명혈덜을 다 기려놓은 산록(山錄)이라십주.
호종단이 농봐니신더레
“거, 말 꼼 들어봅주.”
난, 농바니가 밧 갈단 잠대를 심은 차로 쉐를 꼼 세우멍
“무신거마씀. 라봅서.”
“이디 고부랑낭 아래 헹기물이 싯젱 연게, 어디쯤이우까?”
“이 방에 그런 물은 엇인디양.”
“게문 그런 세미 일름을 들어보지도 못엿젠 말이우까?”
“예. 이 동네에서 난 이제지 살아도 그런 세미 일름은 안 들어봣수다.”

그런 말을 는디 농바니가 질루는 개가 난디 읏이 나타난 쉐질메 알러레 꿍꿍 내우살 맡으멍 막 기어들젱 여서마씀. 농바닌 ‘이 놈의 강셍이 어디 갓단 완, 나 정심더레 추접게 춤 흘렴시냐.’ 멍 려부러십주.
호종단은 멧 번 고개를 자웃거리멍 ‘것도 이상다. 이제장은 틀린 디가 읏어신디….’ 멍 눈을 부변 다시 봐도 밧 가운디 세미가 읏이난, 부엣절에 ‘에에, 이 산록도 멩이 다 뒌 생이여.’ 멍 칮어둰 서쪽더레 가부러서마씀.

‘거슨세미’옝 는 건 물이 한락산 쪽으로 거실련 흘르난 그런 일름이 붙엇고, 영천사 절 이 이신 ‘단세미’는 단 쪽으로 흘른 뎅 연 붙은 일름이옝 여마씀. 요즘도 올레 4코스를 걷당 보문 토산봉에서 아래로 려가는 디, ‘거슨새미’옝 는 표지석이 세와지고 그디다 이 연이 새겨져서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들다 : 걱정하다. 근심하다
농바니 : 농부. 농사꾼
헹기 : 제사 때 쓰는 놋그릇
잠대 : 밭가는 도구인 쟁기
내우살 : 냄새
리다 : 동물을 쫓아내다
부엣절에 : 홧김에
칮다 : 종이 따위를 ‘’ 는 소리가 날 정도로 마구 찢다
단 : 오른, 오른쪽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