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제주지역의 기온·강수량·풍속 등의 기후극값이 커지고, 이상기온현상이 돌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재해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2007년 9월 태풍 '나리'로 인해 물에 잠긴 평화로 입구를 복구하는 모습.
폭우·홍수·폭염·태풍 등 강도 세져 기상재해 취약점 드러나
뎅기열·말라리아 등 위험 노출…아열대 병해충 농작물 피해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제주지역은 온대에서 아열대기후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자연재해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이상기후 현상이 점점 빈번해지고, 아열대와 열대지역 풍토병이 제주에서도 발병되는가 하면 신규 병해충까지 창궐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상기상 돌발적 발생
지난해 제주지역 여름철(6~8월) 강수량은 297.9㎜로 평년 781.1㎜에 38%에 그치는 등 91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폭염도 극성을 부리면서 6~8월 평균기온·평균최고기온·평균최저기온은 26.4도·29.4도·24.1도로 평년대비 각각 1.6~1.8도 상승하는 등 192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열대야일수도 제주시 51일, 서귀포시 54일 등 52.5일로 1973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2년 8월7~8일 사이 초대형 태풍인 '볼라벤'이 제주를 강타, 제주시 지역 기준으로 37.5㎧의 강풍과 함께 305.9㎜의 폭우가 내렸다. 2011년 8월에는 태풍 '무이파'는 순간최대풍속 40.7㎧를 기록했고, 2007년 9월에는 '나리'가 상륙하면서 반나절에 강수량 500㎜이상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온·강수량·풍속 등의 기후극값이 커지고, 이상기온현상이 돌발적으로 발생, 재해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안가 지역의 해일과 침수피해 위험이 높은 것을 비롯해 홍수·폭염·태풍 등에 취약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애월읍 연화못에서 급수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열대풍토병 토착화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남부지역 기후가 점차 아열대로 변하면서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의 열대풍토병이 토착적으로 유행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제주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이근화 교수 연구팀은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제주도 7개 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를 채집한 결과,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채집된 뎅기열 매개체인 흰줄숲모기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베트남에 서식하는 것과 일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베트남의 흰줄숲모기가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제주에 유입된 후 생존하면서 토착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웨스트나일열을 옮기는 빨간집모기와 말라리아 매개체인 중국얼룩날개모기도 제주공항 주변을 중심으로 분포했다.
더구나 말라리아는 현재까지 해외여행객을 통해 국내유입된 사례만 보고되고 있지만 매개모기가 제주지역에서 발견되면서 지역내 발병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1년 동안(1970~2012년) 제주도 기온은 평균 1.7도 높아졌고, 서귀포시의 기온 상승 폭은 2.0도에 달했다. 연구결과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전염병 5종의 평균발생 증가율은 4.27%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별 발생증가율은 쯔쯔가무시병이 5.98%, 렙토스피라 4.07%, 말라리아 3.40%, 장염비브리오 3.29%, 세균성이질 1.81% 등이다.
도내전역에 자생하고 있는 삼나무꽃가루의 피부감착율(발생률)이 1998년 9.7%에서 10년후 2008년 18.2%로 높아지는 등 아토피와 천식 그리고 호흡성알레르기 등의 질병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 독나방·불록총채벌레·흰줄숲모기(사진 왼쪽부터).
새로운 병해충 농업·산림 위협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지역은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병해충이 등장하고, 기존에 있던 병해충이 돌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실시한 '감귤에 발생하는 해충종류 및 분포조사'에 따르면 머리귀뚜라미 등 모두 10종의 해충이 새롭게 확인됐다.
특히 작은뾰족민달팽이와 귤노랑깍지벌레·줄고운가지나방 등 새로운 해충들이 감귤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들 해충은 과거에는 기록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밀도가 낮았지만 서식환경이 접합해지면서 최근 들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도 발병했던 귤녹응애와 화살깍지벌레·선녀벌레·볼록총채벌레·애넓적밑빠진벌레·차잎말이나방 등 13종의 해충은 기온상승으로 더욱 확산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담배가루이가 1998년 처음 발병해 토마토와 수박 등의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당근 세균잎마름병(2012년 처음 확인)와 질경이모자이크포텍스바이러스(2012년), 미국선녀벌레(2009년) 등이 최근에 제주에서 발병해 피해를 주고 있다.
그 외 도둑나방, 마늘세균성점무늬병, 브로콜리 노균병 등이 기온이 상승하면서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소나무재선충병 역시 주요 발생원인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으며, 독나방, 자나방, 밤나방 등의 아열대 병해충이 제주의 산림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아열대성 질병과 병해충이 예전부터 계속 제주로 유입되다가 점차 서식환경이 적합해지면서 토착화되고 있다. 새로운 질병과 병해충 그리고 돌발적인 기상재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강진영 제주발전연구원 박사는 "뎅기열이나 말라리아 등의 열대풍토병과 각종 아열대병해충은 공항과 항만을 통해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제주에 유입됐지만 그동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곧바로 죽었다"며 "하지만 기온상승 등으로 토착가능한 환경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확산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 박사는 "기후변화가 제주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폭염과 폭한, 가뭄과 홍수 등이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발생하면서 대처할 틈도 없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 열대풍토병이 주로 해외에 다녀온 사람들에 의해 전염됐지만 앞으로 도내에서 발생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며 "수백년동안 접해보지 못한 병해충이 등장하면서 제주농업에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그동안 홍수나 태풍 등의 재해예방 등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과거자료에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까지 연결시켜야 한다"며 "신규 질병과 병해충도 여러 경로로 유입되면서 차단이 어려워 새로운 치료와 관리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새로운 재해와 질병 등에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충실한 기초자료를 구축해야 한다"며 "보건, 환경, 기상연구 기관간 협업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박사는 "현재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지역의 취약점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자연재해와 도민건강 등 6~7개 분야에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제주도가 대응컨트롤타워를 맡고, 각 기관들이 세부적인 연구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