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16> 천지연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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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연과 폭포. | ||
엿날 조선 중기쯤이옝 람수다. 서귀포시 서귀동에 강 보문 콸콸 리는 폭포 아래에 큰 물이 잇지예. 그 물이 천지연인디, 호근내로 려왕 폭포로 털어진 물이 모아진 디라마씀. 경여 놓으난 물이 지프곡 앙, 용이 살암젠 소문이 자자여십주. 그땐 동짝 우터레 서귀진(西歸鎭)이 셧고, 을엔 양지광 음세가 곱닥여둠서 행실도 얌전 순천이옌 처녀가 살앗수다. 경난 동네 총각덜은 누게옝 거 읏이 순천일 음에 두엇고, 그 중 명문이옝 총각이 유독 더여십주.
경엿주마는 순천이가 열아홉 이 뒈멍사라, 부모님은 이웃을 법환리 강씨 댁으로 시집 보내부러서마씀. 경난 동네 총각덜은 딱 맥이 풀려신디, 그 중에 명문인 하늘이 려앚고 땅이 멜라질 정도로 가심이 아파십주. 시집 가분 뒷녁날부터 아무런 생각도 읏이 그자 멍게 셔둠서로, 일도 안고 한숨만 푹푹 쉬단 버치난, 술광 노름광 싸움으로 날을 보낸 거라마씀. 을 사름덜이 뭣이옝 든 말든 계속 경만 여가난, 그냥 베린 사름 취급 엿수다. 술 퍼 먹엉 집안에 들어왕 돈 내여놓으렝 멍 내장돌입여가난 집의서도 수 읏이 버쳔 내부러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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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연 하류 조개화석과 바다. | ||
시집간 순천이는 요조숙녀가 뒈연 여의 도리를 다는 가운디, 화락 가정생활을 멍 동네 사름덜의 칭송을 몸에 받아서마씀. 시부모에 대 효도광 일가방상에 대 예의범절은 물론 서방 공경도 잘 난, 온 을 사름덜신디 본이 뒈여십주. 경단 보난 동기간에 화목고 일가방상은 물론 동네 사름덜신디도 인정을 받은 겁주게. 기영 멧 해 흘런 용싯일이 끗나난, 문득 친정이 궁금연 메칠 뎅겨올 말미를 얻어서마씀.
정성 들연 술과 떡을 빚어신디, 서방은 갑자기 일가에 봐줄 일이 생견 혼자 친정으로 출발여서마씀. 이때 마침 집안에서 패륜아로 낙인찍힌 명문이가 폭포 주변을 으상거리단 순천이가 친정으로 오는 걸 봐십주. 리에 잘 뒈엿젱 연, 만이 지드렷단 천지연 이 오난 탁 순천이 앞을 로막으멍 나타나서마씀. 광 벌겅케 취 소나이가 앞을 가로막으난 순천인 기가 막혀십주.
“누게우깡? 저레 고찝서!”
순천인 웨진 디서 불쑥 나온 사름을 보난, 이 돋으멍 불불 털어서마씀.
“순천아. 나 몰르커냐? 나 명문이여.”
순천인 동네 총각 으기도 고 어디서 본 듯기도 연,
“난 이미 시집 간, 놈의 집 사름이 뒌 몸이우다. 제발 저레 고찝서.”
멍 조용게 말 엿주마는 명문이가 그냥 놔줄 리가 이서시카마씀?
“난 이녁 따문에 베린 몸이난, 이녁 엇인 살 수 읏어. 경 살 바읜 죽어불주.”
경멍 꼼짝 못영 산 이신 순천의 홀목을 꽉 심으난, 순천이
“이 손 놉서. 안 놓으문 소리치쿠다양.”
연 눈을 치뜨멍 뿌리치젱 난, 명문이가 더 꽉 심엉 흥글멍
“아명 여도 소용 읏어. 난 이왕 베린 몸이난. 누게가 셩 날 어떵 거라. 만일 아무라도 나왕 날 방해문, 느 안앙 저 폭포레 뛰어들엉 죽어불 거난.”
명문이 눈이 확 뒈싸젼게 순천일 확 안으난, 순천인 죽을힘을 다연 비명을 질러서마씀.
“여기, 사, 사름 살려줍서!”
순간, ‘우르릉’ 는 소리가 난게, 천지연 소곱에서 무신것이 꿈틀멍 올라완 눈 짝 이에 명문이 품에 이신 순천일 떼여둰, 명문일 안안 하늘로 올라가는 거라마씀. 너미나 순식간의 일이라 잠시 정신을 일럿단 깨연, 하늘러레 레여보난 멀리 공중더레 교룡(蛟龍)이 꿈틀거리멍 올라감서마씀.
“아, 하느님. 감사네다.”
멍 정신을 수습연 졍 오단 짐을 단, 발아래서 영롱 구실을 발견 거라마씀. 그 구실은 바로 용이 물엇단 여의주라십주. 하늘이 이녁안티 린 것이라 생각 순천은 그걸 고만이 품언 조용히 친정으로 돌아완 그 실을 아무안티도 안 안 몰르게 간직여십주.
그 후제론 는 일마다 순조로완 집안이 넉넉여지고, 아도 팡팡 낳아십주. 경고 그 아덜은 다 똑똑고, 모든 일이 형통여가난 그 집안이나 을에선 모든 것이 메누리 잘 둔 덕이렌 칭송이 끊이질 아니여서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베리다 : 쓰지 못하게 되다
내장돌입다 : 집안 살림살이를 온통 팽개쳐 뒤집거나 헝클어뜨리다
으상거리다 : 어정거리다
리에 : 제때에, 기회에
: 닭살. 털을 뽑고 난 닭의 살가죽처럼 오톨도톨하게 돋은 사람의 살갗
홀목 : 손목
뒈싸지다 : 뒤집어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