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 11. 덕수리 불미공예

▲ 덕수리 불미공예 축제는 매년 10월마다 서귀포시 조각공원에서 열린다. 사진은 덕수리민속보존회 회원들이 불미공예 시범을 보이고 있는 모습.
적극적인 보존 활동에도 재료 부족 어려움 호소
상품화·공급 시스템 구축 등 자구 노력 등 필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덕분에 제주는 자급자족에 능했다. 특히 무쇠 솥과 쟁기, 보습등의 농기구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이를 '불미(풀무)공예'라 불렸다. 불미공예는 제주도 안덕면 덕수리 위주로 행해졌으며 1986년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7호호 지정됐다. 그러나 오늘날 불미공예는 재료고갈 등의 한계에 부딪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상품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불미공예는 생계 위한 수단
 
불미공예는 제주농경과 매우 밀접하다. 제주는 물이 고이지 않는 지리특성 탓에 논농사 보다 밭농사 위주였다. 특히 땅에 돌이 많아 쟁기, 보습 등의 농기구가 필수였다. 때문에 농기수를 제작하는 주물공예는 도민들의 생계와 직결될 만큼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불미공예는 오랫동안 제주인들의 손과 발이 돼 왔다. 당서(唐書) 동이전(東夷傳)의 '담라'(탐라)조에 따르면 서기 661년께 "(제주는) 땅에서 오곡은 자라나 땅을 일구는데 소를 사용하지 못하고 철치파(쇠스랑)로 땅을 일구더라"고 쓰여있다. 당시 육지에서는 쟁기갈이가 시작됐지만 제주는 여전히 호미나 괭이로 밭을 일구고 있던 것이다.
 
이에 불미공예는 제주사람들의 생활용구 제작 수간으로 이어져 온 기층문화로써 농경문화의 한 단면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보존·전승 체계 갖춰져
 
덕수리 불미공예는 대체로 전승체계가 잘 이뤄져 있는 편이다.
 
전수자가 전통적인 불미공예를 계승하고 있으며 보존회가 마을축제 등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전통과 보존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덕수리 불미공예의 전수자는 윤문수 선생이다. 덕수리 부근에 거주하면서 전수교육조교 송해진 선생과 전수장학생 송영수·이창욱 선생과 함께 전통적인 불미공예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덕수리 마을 주민들로 이뤄진 덕수리민속보존회(회장 강명현)는 지난 2005년 전수자로부터 불미공예축제를 이어받아 매년 10월 마다 불미공예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제23회를 맞이한 올해 축제 역시 보존회에서 준비 중이며 오는 10월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제주조각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보존회는 이 외에도 여러 제주 축제에 참가해 불미공예 시연 등을 선보이며 문화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 덕수리 불미공예 전수자인 윤문수 선생은 "탄, 점흙등의 재료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탄을 쇳물을 끓여내는 통에 담는 모습.
지원비·재료 부족으로 어려움
 
반면 덕수리 불미공예는 행정의 지원 부족과 재료 고갈로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덕수리 불미공예의 특징은 덕수리에서만 나는 점흙과 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재료 고갈로 타지에서 공수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전수자 윤문수 선생은 "전승에 가장 어려운 점은 재료 구하기"라며 "타 지역에서 재료를 조달해야 하는데 도에서는 협조를 안해준다. 올해 재현행사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단순한 우려 이상이다. 보존회 강명현 회장은 "1990년대 예산 300만원이 올해까지 그대로다. 또한 연습할 수 있는 전수관 조차 없다"며 "마을주민들은 '왜 우리가 전승보전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이에 덕수리 불미공예의 한계를 깰 수 있는 관광상품화와 체계적인 재료 공급시스템 구축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덕수리는 산방산 지질공원과 올레와 가까운 위치로 '관광상품화'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공연행사 뿐 아니라 상품화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지질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불미공예를 활용한 제품, 체험프로그램 등의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덕수리 불미공예에 알맞은 재료를 하루빨리 찾아 작품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한다. 관광상품화를 위해서는 작품 활동에 어려움이 없는 환경이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과 도민의 적극적인 대응 태도가 문화 전승의 지름길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소진 기자

불미공예란? "공동체 협력 필요한 노동"

불미공예는 규모에 따라 '손풀무'와 '골풀무' 등으로 구분됐다.

손풀무는 손으로 일으키는 바람으로 쇠를 녹이거나 달구는 방법이다. 골풀무는 골에 맞는 널빤지를 걸치고 한쪽에 세 사람씩 서서 널뛰기하며 바람을일으킨다.

이 바람은 용광로로 흘러들어가 불길을 타오르게 해 쇳물을 끓여낸다. 이쇳물을 오시장태 라는 용기에 덜어서 틀에 부어 식히면 완성품이 만들어진다.

특히 덕수리의 불미공예는 원대장 1명, 알대장 1명, 젯대장 3명, 둑대장 1명, 질먹대장 1명, 불미대상 6명, 일꾼 4명, 솥메는 대장 6명 등 24명으로 구성됐다.이렇듯 불미공예는 각자 가지고 있는 기능을 대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공동체 협력이 필요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