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 12. 제주도지정무형문화재 '창민요'

▲ 산천단 집에서 제자들과 함게 소리를 하고 있는 김주산씨(가운데).
전문가로부터의 전승 특징…성읍마을 중심으로 전파
'오돌또기' 외 전승 미흡…관광 프로그램 등 활용 필요

제주는 '민요의 노다지'라 했다. 제주 민요에는 제주민의 삶과 생활, 생각 등이 속속 담겨있어 가멸고 구슬프다. 척박한 지역 환경과 외부인들의 침범, 피지배자로써의 삶이 제주인들을 억척스럽게 만들었다. 민요는 이러한 삶을 이겨내기 위한 제주인들의 지혜였다. 모진 환경과 역사에 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꿋꿋하게 삶을 연명했다. 때문에 노동요 등을 기반으로 한 민요가 크게 성행했다. 반면 창민요는 달랐다. 주로 관청에 소속돼 종사하던 기녀들에 의해 전승되던 제주창민요는 삶의 고됨 보다는 꽃구경, 사랑타령 등의 놀이요(유희요)가 많았다.

일반 민요와 다른 창민요

제주민요 중 창민요는 일반 민요와 모든 부분에서 크게 다르다.

일반 민요는 일반인에 의해 전승됐지만 창민요는 훈련을 쌓은 전문가에 의해 전해졌다.
창민요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을 중심으로 전파됐다.

성읍은 제주군수가 있던 정의현이 있던 곳으로 1914년부터 무려 5세기 동안 제주 남부의 문물 중심지를 누려왔다.

특히 성읍은 물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산간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다른 부락에 비해 폐쇄적인 생활양식을 지녀왔다. 때문에 현감의 수발을 드는 서울 기생들이 가지고온 육지의 옛 노래가 보존되는 저장고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러한 환경요인 덕분에 창민요를 분류하는데도 성읍이 중심이 된다. △제주도 전역에서 부르는 오돌또기와 이야흥, 서우젯소리, 너냥나냥 △성읍에서만 부르는 관덕정앞, 계화타령, 길군악, 사랑가, 용천검, 중타령 등 △성읍에서 주로 부르나 다른 지역에서도 불리는 동풍가, 봉지가, 산천초목, 오광산 타령 등이 있다.

▲ 제주민요를 부르고 있는 김주산(가운데).
창민요 전승·활용 어려워

오돌또기 저기 춘향 논다/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거나/둥그대 당실 둥그대 당실 여도 당실 연자버리고/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거나'

창민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오돌또기'라 할 수 있다. 은은한 가락과 제주 자연의 정취를 담은 아름다운 가사말은 제주도의 향취를 듬뿍 담고 있다.

제주 대표 민요로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제주도민이면 누구나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오돌또기 외에는 알려진 창민요는 드물다. 이는 전승과 활용 등 두 가지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창민요는 오돌또기 외에도 13종의 음악이 있는데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지 않다. 오로지 보유자에게 의지하는 모습이다.

이는 다른 무형문화재의 문제점과 같은 맥락인데, 창민요의 경우 전수 장학생이 없다. 2009년 7월29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주산(74?제주시 아라동?여)씨가 보유자로서 유일하게 창민요를 계승 중이다.

더구나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 '개인'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유지되다보니 전도민적인 문화유산으로 확대 할 수 있는 계기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 2007년 7월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제주소리 한마당.
공동의 유산으로 활용돼야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적인 부분도 '오돌또기'로 설명할 수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창민요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제주 로컬밴드 사우스카니발은 최근 새앨범 '좀녀'를 발표하면서 '오돌또기'를 차용한 신곡을 공개했다.

'전통'을 이어가는 차원을 넘어 창민요 자체를 '공동의 문화유산'이라는 큰 범위 내에서 전승하려는 노력이 빚은 좋은 예다.

전승을 위한 문화재는 유리 속 전시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사회 속에 녹아든 문화재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제공된다.

과거 성읍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중심으로 행해지던 소리판을 복원하거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체험 프로그램, 청소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활용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창민요는 다른 민요와 다르게 전문 창인들이 불러왔던 배경과 더불어 고급문화로 활용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이처럼 언제 줄이 끊길지 모르는 '개인 전승' 보다는 문화유산으로써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동의 유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이소진 기자

예술인 영감을 주는 '오돌또기'

레게 등 현대적 해석 화제
문화 유산 계승 대안 평가

명곡은 세대를 뛰어넘어 유전이 된다. 제주 창민요 중에 하나인 '오돌또기'를 보면 그 사실이 입증된다.
제주를 대표하는 많은 민요 중에 예술인들에게 가장 많이 활용되고 영감을 주는 곡이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어 로컬밴드 사우스카니발이 새앨범 '좀녀'에서 오돌또기의 음률을 차용한 레게곡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올해 초에는 제주대 예술디자인대학 음악학부 정주희 교수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오돌또기 변주곡'이 발표됐다.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는 지난 3월 미국을 대표하는 관악작곡가 프랭크 티켈리가 오돌또기를 활용한 신포니·환상곡 등을 담은 앨범을 선보였다.
심지어 제주 뿐 아니라 도외에서도 오돌또기는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광주가야금연주단은 지난 6월 정기연주회에서 오돌또기와 동요를 엮어 편곡한 '제주의 봄'(작곡 김보현) 등이 연주된 바 있다.
이러한 활동은 문화유산 계승을 위한 현대적 대안으로 손꼽힌다.
좌혜경 제주발전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오돌또기는 삶의 고통이 담겨 있는 노동요와 달리 밝고 아름다운 느낌의 곡"이라며 "이처럼 아름다운 정서의 곡을 콘텐츠화 하는 작업들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매우 긍정적인 문화유산 계승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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