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전설]<21> 평대 부대각

   
 
  평대리 해안가 부대각비.  
 
엿날 구좌읍 평대리에 부(夫)씨 성을 진 사름이 살아서마씀. 를은 부인이 꿈을 꿔신디, 하늘에서 큰큰 용이 려완 몸 소곱으로 옴싹 들어오난, 두갓은 그게 귀 식을 얻을 꿈이옝 멍 지꺼져십주. 그로후제 부인이 아기를 베여신디, 여도 입맛이 좋아놓으난 쉐를 잡안 젓 담안 멕엿젱 여마씀.

날이 가고 이 찬, 아길 난 보난 쌍둥인디 어떵사 큰지 보는 사름마다 놀래여 자빠져십주. 쌍둥인 벵 읏이 물락물락 컨, 열 이 뒈난 벌써라 등치가 열일고 난 청년만이 여실 뿐만 아니라 힘이 장사고 머리가 역역연 나를 들으문 열을 알아들어서마씀. 경디 두갓은 꼼 걱정이 뒈여십주. 어른덜이 는 말을 들으난, 힘 씨고 머리 좋앙 영웅이 뒈문 꼼만 잘못여도 역적으로 몰앙 삼족이 멜뎅 는 거라마씀.

를은 두갓이 아이덜이 무신 행동을 염신지 보젠, 좋은 옷으로 아입언 ‘실 강 오크메 집 잘 봠시라.’ 여둰 울담 튀연 들어완 곱아둠서 아이덜 거동을 펴십주. 아이덜은 어멍아방 어디 가부난 음 놘 재주 부리멍 놀아서마씀. 옷을 활활 벗어둰 가심에 멩지 푼 걸 보난 껭이에 개가 돋아서마씀. 아이덜은 개를 페완  번 파닥파닥 여 봔게, 참 동안을 아뎅기멍 재주를 부리단 바탕 놀아지난, 갤 다시 가심더레 안 멩지로 묶언 옷 입언, 아명치도 아니게 앚안 글 읽는 거라마씀.

곱아둠서 그걸 두 눈으로 똑똑이 본 두갓은 걱정이 태산이라십주. 엿날부터 개가 돋은 아이덜이 신 중 알문, 관가에서 그냥 놔두지 아니영 후환을 미릿에 읏이젱 다 죽여부는 걸 잘 알기 따문입주. 두갓은 메칠 동안 의논 끗데 아이덜 개를 라불기로 여서마씀.

경연 쌍둥이 생일이 뒈는 날은 맛 좋은 걸 하영 련 술장 준비여십주. 뭣 모른 아이덜은 이거 무신 일인곤 연 배 두드리멍 먹어서마씀. 얼매 엇이난 둘은 술에 취연 짚이 들어십주. 아방이 실게  칼을 져단 족은아 옷을 베껸 개를 탁 찍어서마씀. 족은아이 아판 ‘아이고!’ 소리를 질르멍 파드득게 난, 큰아이 그 소리예 깨여난 봔 개 르젱 염시난 뿌리쳔 아가불고, 족은아은 아판 하영 지 못연 마당에 탁 털어졋뎅 여마씀.

그런 일이 신 후제 큰아은 영영 돌아오지 아니고, 족은아은 점점 심이 씨여져서 주벤에 당 사름이 아무도 엇어십주. 경 다음부턴 힘씬 사름을 보문 ‘부대각 손’이옝 아서마씀. 실지로 평대예 살앗던 부대각이옝 는 사름은 을에서  3㎞ 떨어진디 묘가 싯고, ‘도깨동산’에 비석이 세와져신디, 그디 보문 본멩이 부시흥(夫時興)으로 나와서마씀.

조선 인조 4년(1626년)에 어모장군(禦侮將軍) 베실 지낸 아버지 부경필(夫景弼)광 어머니 김해김씨 슬하에 장남으로 태어난, 그 혈통을 받안 힘이 장사난 벨멩으로 부대각이옝  겁주. 일찍이 무과에 급제연 숙종 4년(1678년)엔 베슬이 겸사복장에 올랏고, 훗날 조정에서 통정대부로 추증뒈엿젱 여마씀. 경디 당시 제주목산 그의 6대조인 어모장군 부유겸(夫有兼)의 묘가 성산읍 오조리 식산봉 정상에 신 장군석이 정면으로 비추난 후세 보기 드문 대장군이 태어난뎅 는 설을 믿언, 군사를 보내연 그 장군석을 깨여불고 사름덜이 웃주는 부대각을 제거여불젠 기회를 노려십주.

결국 부대각이 서울서 관직을 그만둬둰 ‘명월만호’직을 제수 받안 려왐젱 는 정보를 입수 제주목사는 부대각이 베 탄 제주로 올 때 사름시켠 몰르게 라앚게 연 죽여부럿젱 여마씀. 경여부난 칙서를 인 종자(從者)의 베가 몬저 완 부대각이 오기를 지드렷주마는 끗내 행방이 묘연여부난, 훗날 그 집안에선 애석 연광 그 위적을 기련 평대리 해벤 ‘베드린개’옝 디 비를 세완 추모엿젠 여마씀.

지끔은 중동 해안가 ‘도깨동산’에 웬견 새로 세와신디, 그런 연이 새겨젼 이서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물락물락 : ‘좀 지나치거나, 힘이 많이 들어가거나,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의 상태가 되풀이됨을 이르는 말

삼족(三族) : 부계, 모계, 처계의 세 족속을 아울러 이르는 말

껭이 : 겨드랑이

실다 : 칼이나 낫 또는 연장의 날이 잘 들게 날이 서다

웃주다 : 높이다, 높여 대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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