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화유산 제주잠녀] 6부 제주해녀 문화 목록 16. 칠머리당영등굿 2

생업공동체 주축·문화아이콘 복합 '종합예술'
변형·축소 등 속도…의례 중심 보존작업 필요
'무속'이란 거리감을 내려놓고 보면 제주에서 굿은 축제다. 그중 영등굿은 '바람의 축제'란 수식어와 꼭 맞는다. 일정한 시기에 치러지는 의례이자 다양한 문화 아이콘이 복합됐으니 '축제'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특히 영등굿은 바다를 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체감을 심어주고 돈독한 관계를 맺도록 도와준다. '섬에서의 삶을 좌우하는 바다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란 해석도 여기서 출발한다.
섬 문화 반영한 의식
'영등신(영등할망)'은 음력 2월 영등달 제주를 찾은 '해신(海神)이자 '풍농신'이다. 이 신은 음력 2월 초하루 제주섬에 들어와 보름뒤 세경 너브드르(땅)에 열두시만곡(12穀) 곡식을 뿌리고, 바다에 해초를 뿌리고 우도를 통해 떠난다. 바다 생업과 관련한 의례는 영등굿 외에도 잠수굿, 풍어굿 등을 들 수 있다.
영등굿 중에서도 제주시 건입동에서 열리는 칠머리당 영등굿의 규모가 가장 크다. 건입동 신당을 칠머리당이라 하는 까닭은 예전에 이곳에 용 머리처럼 생긴 일곱 개의 바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칠머리당은 1980년대 중반에 사라지고 지금의 신당은 사라봉 쪽에 있다. 신석 3기가 옮겨졌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이곳을 지나는 산책객이나 관광객의 벤치(?) 역할까지 했었다. 지금은 이들 무속문화를 집대성한 '전수회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시대가 변하기는 많이 변했다.
옛 당은 사라졌지만 칠머리당 영등굿은 제주도 전역에서 이루어지는 유사한 굿 가운데 대표적인 의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바람을 다스린다는 '영등신'은 숭배를 받기도 하지만 바다를 휘저어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섬이란 녹록치 않은 환경 탓에 바다를 특히 중요하게 여겼던 제주사람들이 '영등굿'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등 때가 되면 잔잔한 바다와 풍어를 기원하는 여러 굿이 섬 전역에 걸쳐 벌어진다. 기본적으로 바람을 다루는 '영등신'을 위한 굿이기는 하지만 마을의 여러 수호신과 바다의 용왕에게 바치는 굿의 의미도 담고 있다.
시대 따라 변화…특성 남아
마을이나 조직을 중심으로 했던 영등굿은 세월이 흐르며 그 모양이 조금씩 바뀌었다. 의례의 주체에 따라 수산업협동조합(이하 수협)이 벌이는 풍어굿과 마을 생업공동체가 벌이는 영등굿, 잠수굿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수협은 정기적으로 풍어제를 치른다. 제주시수협 풍어제는 칠머리당 영등굿과 맞물려 진행된다. 매년 음력 2월 초하루 수협 위판장에서 칠머리당 영등손맞이 초감제를 치르고 별도의 유교식 풍어제를 행한다. 성산포수협은 매년 음력 2월이 지난 후 날을 결정하고 먼저 유교식 풍어제를 지낸 뒤 굿의 주요 제차를 밟는다. 한림수협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
서귀포수협 풍어제는 매년 음력 2월 중 날을 받아 3~5일 정도 진행된다. 수협 창고나 서귀포항 방파제에서 여러 날에 걸쳐 규모있게 벌이던 전통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점 줄이는 추세다. 수협 풍어제는 해당 조합에 속한 여러 마을 어촌계와 잠수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지역내 생업 공동체의 의례를 통합한 성격으로 해석된다.
마을별로 치러지는 것들은 영등신을 맞이하여 한해 바다 생업의 풍등과 해상의 안녕을 기원하는 '영등굿'과 영등철이 아닌 시기에 잠녀들을 중심으로 마을굿의 성격을 공유하는 '잠수굿', 어촌계를 중심으로 치르는 '풍어굿'이 있다. 시기가 조금씩 다를 뿐 내용이 대동소이한데다 바다와 관련된 굿은 어촌계가 주관이 되는 사례가 많아 지역별 특성을 인정하는 선에서 치러지고 있다. 특히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부 지역에서는 바다 생업 관련 굿의 형태가 유지되고 있는데 반해 서부 지역은 그 예를 찾기 어려운 것이 차이가 있다.
서귀포 지역에서는 서귀 고성 마을굿과 성산 신양 영등·잠수굿이 비교적 온전하게 전승되고 있다.
성산 고성 마을굿은 해녀탈의장에서 벌어지며 몇 년에 한 번은 일월맞이를 포함한 이틀굿의 형태를 취한다. 심방이 용 모양을 하고 점을 보는 '용올림'을 하는 특징이 확인된다.
전통방식·규모 등 순 목록화
정리를 하면 다양하지만 정작 현실은 생업공동체가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무속문화' 또는 '신앙문화'에 불과하다.
굿판이 벌어질 때면 치성을 올리듯 걸렸던 열명(列名)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굿을 유지할 생명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열명은 축원을 올리는 대상자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법이다. 심방이 그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것으로 대상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신에게 기원한다. 그것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바다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얘기인 셈이다.
대부분의 관련 의례가 축소되고 잠녀들까지 줄어들면서 영등굿 자체도 전승 위기에 처했다. 정기적인 의례가 비정기적으로 전환되고 의례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는 흔해졌다. 지역 심방을 구하는 일조차 여의치 않게 됐다. 마을 토박이를 메인 심방으로 두고 바다생업관련 의례를 맡기는 사례(동김녕 잠수굿, 신양리 영등·잠수굿)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규모를 갖추어 의례를 치르고 보존회까지 두고 있는 칠머리당 영등굿의 전승·보존 가치는 높다고 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제주해녀문화목록에 포함할 수 있는 의식으로 심방과 단골판의 관계가 긴밀한 사례를 우선 추스를 수 있는데 동김녕 잠수굿과 신양 영등·잠수곳, 함덕영등굿, 북촌영등굿, 고성 마을굿 등이 우선으로 꼽힌다. 고미 기자
차별화한 문화상품 가능성 |
| 문화재청 문화재생생사업 "굿은 '굿(Good)'이다" 유명 행위예술가는 제주의 굿을 이렇게 정리했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배경에는 지역이 품고 이어온 정신 외에 복합 예술로의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평가는 늘 뒷전이었다. 지난 2009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포함 이후 ㈔제주전통문화연구소가 2010년 말 완료한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보존 활용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수회관 개축을 통한 이용 활성화와 적극적인 문화 마케팅을 주문됐었다. 이중 안내판 정비와 외국어 간이 안내서만 갖춰졌을 뿐 전수회관 신축 등의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칠머리당영등굿을 테마로 한 문화재청의 '문화재생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은 무속문화의 대중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 일환으로 지난 3월 '영등축제'도 열렸다. 지금껏 축제라 해석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비로소 축제의 의미를 살리는 자리였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었지만 '문화유산'적 가치에 대한 공론과 더불어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은 굿이 지닌 대중성을 문화상품으로 활용하는 시도로 읽힌다. 전통적인 굿의 제차를 유지하면서 전통문화공연을 접목했는가 하면 기메 전시와 기메 만들기 등 굿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들은 일반은 물론 섬 밖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홍보와 콘텐츠 개발이 숙제로 던져 졌지만 이 역시 지속적인 행·재정적 지원과 지역적 관심을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 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