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기로에 선 제주] 2부-블루오션으로 만들자 6.열대질병 차단 핵심지역

▲ 제주도의 기후가 점차 아열대로 변하면서 진드기와 모기 등으로 전염되는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의 열대풍토병이 토착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제주공항에서 질병검역을 하는 모습. 김용현 기자
아열대 기후변화…뎅기열·말라리아 등 도내 유입
신종질병 막는 최적지 인정…대응 감시체계 필요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도는 열대성 질병이 한반도로 유입되는 '관문'이 되고 있다. 특히 예전에 발생하지 않았던 열대성풍토병과 신규질병이 발병될 위험이 높아지는 등 기후변화로 인해 도민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주도에 국가차원에서의 전문기관이 설립, 열대질병 연구 및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열대질환 토착화 우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질병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도의 기후가 점차 아열대로 변하면서 진드기와 모기 등으로 전염되는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의 열대풍토병이 토착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이근화 교수 연구팀은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제주도 7개 지역에서 전염병 매개 모기를 채집한 결과,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채집된 뎅기열 매개체인 흰줄숲모기 베트남에 서식하는 것과 유전자서열이 일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베트남의 흰줄숲모기가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제주에 유입된 후 따뜻해진 기후로 인해 토착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스트나일열을 옮기는 빨간집모기와 말라리아 매개체인 중국얼룩날개모기도 제주공항 주변을 중심으로 분포, 도내 전역으로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예전에는 없었던 비브리오폐혈균에 의한 폐혈증 환자가 3~4년전부터 제주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병원균 증식조건이 좋아지면서 전염시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41년 동안(1970~2012년) 제주도 기온은 평균 1.7도 높아졌고, 서귀포시의 기온 상승 폭은 2.0도에 달했다.

질병관리본부 등의 연구에서는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쯔쯔가무시병이 5.98%, 렙토스피라 4.07%, 말라리아 3.40%, 장염비브리오 3.29%, 세균성이질 1.81% 등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도내 전역에 자생하고 있는 삼나무꽃가루도 기온상승 및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해 비산시기를 앞당겨지고 발생량 또한 매해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삼나무가 식재되지 않음에도 불구 꽃가루 피부감작율(발생률)이 1998년 9.7%에서 10년후 2008년 18.2%, 2013년 4.4%로 높아지는 등 아토피와 천식 그리고 피부 및 호흡성알레르기 등의 질병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는 한반도 유입 관문

이처럼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기후변화가 가장 먼저 일어나는 지역으로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의 열대질병과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 꽃가루 등에 의한 각종 질환 등이 발병위험 신호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우리나라에 유입될 수 있는 열대질병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적지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선 제주도에서 열대질병에 대해 감시·조사·연구·치료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염병 대책에 있어 선진화된 일본 조차도 올해 미온적 대응으로 뎅기열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을 교훈삼아 강력한 대책이 시급하다.

더구나 사스(SARS)와 신종플루에 이어 최근 에볼라까지 신종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국 제주도에 국가차원의 기후변화질병대응센터가 설립돼 열대질병 유입시 조기탐지 및 대응을 통해 전국단위의 경보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한파와 폭염에 의한 건강취약성이 심해지고 있고, 수인성 전염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7개 종합병원의 응급의료기관을 비롯해 기존의 의료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후변화질병 대응 감시체계 또한 구축돼야 한다.

열대질병 환자 발생 특성 등의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도내 의료기관에 제공 및 공유함으로써 열대질병의 대유행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중증열성 혈소판 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를 옮기는 참진드기를 비롯해 삼나무 등의 알레르기성 화분종의 분포 변이, 각종 모기류, 어폐류 등 기후변화에 따른 감염성 매개체 연구 및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폭염과 폭한으로 인한 질병감시 및 치료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피신처 등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김용현 기자
 

이근화 제주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교수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질병이 유입될 위험이 가장 높다. 하지만 이 위기를 적극 대응한다면 제주도는 열대질병대응 및 치료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다"

이근화 제주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주도는 기온상승으로 인해 뎅기열과 말라리아, 콜레라, 꽃가루에 의한 각종 질병 등이 발병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주가 신종질병의 관문이 아닌 방패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치밀한 대응전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열대질병의 북방한계선이 대만을 넘어 일본 오키나와 이상으로 북상했고, 현재 제주도 인근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북방한계선이 제주도까지 북상하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특히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열대질병 위험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열대질병대응거점연구센터가 필요하다"며 "이 거점센터를 주도로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에 대한 감시 및 조기탐지를 통해 전국단위의 경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또한 거점센터는 열대질병에 대한 사전탐지 및 차단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제주·한반도에 유입됐을 경우 확산방지를 위한 예방백신 개발과 환자의 치료연구까지 총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며 "제주도가 열대질병 대응 거점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질병 뿐만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예상되는 악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연구가 필요하다"며 "결국 제주도는 기후변화에 따한 국민건강 대응센터 역할도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열대질병대응 및 국민건강영향연구 등의 거점센터가 가동되고 재해방재분야까지 연계된다면 제주도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가안전시스템 구축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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