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24> 열녀 김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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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녀 김천덕비. | ||
그 당시 바당엔 왜놈덜 노략질이 심단 시절이라서, 웬만한 베짱이 읏이문 베 탕 멀리 나가지 못 때라십주. 경주마는 우틔서 시기는 일이난
“여부 잇수가? 렝 문 여삽주.”
관청에선 그 직시 곽연근신디 중국에 보낼 진상물을 시껑 떠나렝 여서마씀.
바당을 갈르멍 진상물을 시끈 베가 바당 가운디 화탈도(化脫島) 시에 가신디, 갑제기 절이 하늘 우터레 올란게 베가 확 라앚안 다덜 죽어부러서마씀. 김천덕은 그 소식을 들언 사흘낮 사흘밤을 눈물로 새와십주. 아무것도 먹지 아니 채 이시나저시나 죽은 서방이 살아오카부덴 지드려서마씀. 멩질이 돌아오난 밥상을 련 화탈도 앞더레 돌아앚앙 밥을 먹엄시난, 그걸 본 을 사름덜은 가심이 는착영 이녁일처록 눈물베기나 흘려십주. 그후제론 죄짓엉 곽지레 귀양오는 선비덜은 김천덕만 보문 반영 춤흘렷주마는 김천덕이 그말을 들을 리가 십니까게. 오로지 죽은 서방만 생각멍 살아십주.
펜 멩월진에 여수(旅帥)옝 는 사름이 김천덕을 누게보단 더 탐내여십주. 여수는 재물을 앞세완 천덕이 아방 김청(金淸)을 설득멍 첩으로 삼젱 여서마씀.
“어이, 이녁 번 팔자를 고쪄봐. 죽어분 사윈 이 싀상 사름이 아니라게. 경난 이녁 을 나신디 보내여. 경문 호강멍 펭생 펜안게 여주커메. 이녁도 이.”
여수는 코롬 말로 김청을 쉑연 허락을 받아십주. 그 실을 안 김천덕은 아명 아방의 멩령이주마는 거절여둰, 머리 가깐 중 뒈여부러십주. 경엿주마는 안직도 죽은 서방이 살앙 돌아 올 거렝 는 믿음은 벤함이 읏어서마씀. 매날 정한수 떠놩 바당을 베려보멍 빌어십주.
경단 어느날, 김천덕은 펭소에 단 대로 정한수를 떠놘 화탈도를 향연 독무릅 꿀언 비는디,
“지나가는 나그넨디, 목이 란 물이나 사발 얻어먹읍주.”
어떤 선비가 지나 가단 물을 청멍, 김천덕을 봔
‘허 , 이게 귀신이라, 사름이라?’
선비는 혼이 빠져서마씀. 생전 경 고운 여자는 못 봐시난,
“예, 이디 잇수다.”
김천덕은 물 떤 선비신디 주젱 단 얼른 거두완, 질 이 버드낭 입상구리 나 단 물우터레 띠완 고개를 돌리멍 내밀아서마씀.
“허허, 양진 보난 곱닥디 음세는 고약고마는….”
선비는 김천덕을 나무레멍 버드낭 입상굴릴 후후 불어둰 놀멍놀멍 물을 먹어십주.
“입상구릴 용서십서. 물을 히 드르씨게 젱 거난.”
김천덕은 목 른 선비가 물을 급히 드르씨당 체문 손도 못 쎠방 죽으카부덴 버드낭 입상구릴띠운 거라마씀.
“경 짚은 뜻도 몰르고, 과연 그 양지에 그 음세로다.”
선비는 김천덕의 고운 음세를 알안 더욱 욕심이 생겨십주.
“자. 나영 이 사는 것이 어떵고?”
선비는 김천덕의 손을 심으멍 하간 말로 꼬셧주마는 들은 체도 지 아니연, 손을 뿌리데기멍 집이 완 목 아젼 죽어부러서마씀. 세상 남자덜이 하나이 질 탐내여부난 더 이상 목심을 부지는 건 죽은 서방을 욕뒈게 는 것이옝 네겨십주.
그로후제 임제(林悌)옝 는 문인이 씬 김천덕전(金天德傳)엔 다음광 은 말로 그의 정조를 높으게 기려서마씀.
“천덕은 남쪽 거친 땅의 하녀일 뿐, 밧디서 걸짐 매멍 규문지범(閨門之範)을 배운 적도 읏고, 베짜는 걸 업으로 난 어떵 여훈지규(女訓之規)를 배와시랴마는, 남편을 섬기곡 정조를 직에 비상 바가 시난, 어떵 경 천성이 순수멍 배우지 아니여도 경 착여지는고. 오호라. 세상에서 는 말을 들으문, 남자덜은 꼼만 이해관계로 성제나 벗덜광 서로 투곡, 국정이 문란여진 때나 나라가 위태로운 때 나라를 는 놈광 어멍아방을 이져부는 놈이 한한디, 천덕과 은 열부효녀가 두무난 슬프도다.”
김천덕은 그로후제 선조 10년(1577)에 제주 목사신디 열녀옝 는 칭호를 받아신디, 이를 기리는 비는 지금 사름덜이 물질레 뎅기단 과물해변더레 웽겨 세와젼 이서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워년 : 워낙
는착다 : 어떤 충격에 크게 놀라거나 실망하여 가슴이 덜컹 내려앉다
눈물베기 : ‘눈물방울’을 시각화시켜 이르는 말
입상구리 : 잎사귀
놀멍놀멍 : 쉬엄쉬엄. 천천히
웽기다 : 옮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