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무형문화재 귀리겉보리 농사일 소리

마소 몰고 농사일 할때 부르던 '노동의 결실' 노래
하귀2리서 원형 보존…잇단 수상으로 실력 입증
보유자·공연 장소 부족 '난항'…"행정 관심 절실"
 
   
 
  ▲ 귀리겉보리 농사일 소리는 우리나라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농업노동요요 농사일 소리는 마소(馬牛)를 몰고 다닐 때 내는 소리인 '마쉬 모는 소리' 등 농사일과 밀접한 모든 행위와 소리를 일컫는다. 사진은 제1회 귀리겉보리 농촌문화축제에서 어린이 참가자들이 보리타작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희귀한 농업노동요로 가치 높아

귀리겉보리 농사일 소리는 우리나라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농업노동요다.

귀리겉보리 농사일 소리는 마소(馬牛)를 몰고 다닐 때 내는 소리인 '마쉬 모는 소리', 씨앗을 뿌리기 위해 덧거름을 내어 씨와 섞는 작업 '돗거름 밟는 소리', 씨앗이 섞인 덧거름을 망태에 담아 말에 실어 밭으로 나르는 '마쉬 짐 싣고 가는 소리', 밭에 도착해 밭을 갈 때 부르는 '밭 가는 소리', 보리가 자라면 김을 맬 때 부르는 '김 매기 소리', 보리가 익으면 베어내 탈곡을 할 때 부르는 '타작질 소리' 등의 모든 행위와 소리를 일컫는다.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2007년 2월 당시 귀리겉보리 농사일 소리에 대해 도는 "마소와 인간이 함께 노동의 결실을 추구하는 협동과 화합의 노래로 육지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유독 제주도에서만 전승되는 노래라는 점에서 무형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겉보리 농사일은 전통적으로 제주도 전역에서 이뤄져 왔다. 이와 함께 제주도 전역에서 겉보리 농사일 노래도 불려 왔다.

'마쉬 모는 소리'나 '마쉬 짐 싣고 가는 소리'는 제주시(옛 북제주군) 지역에서 많이 불려 왔으며 '덧거름 밟는 소리'나 '밭 가는 소리'는 서귀포시(옛 남제주군)에서 이어져 왔다.

농사일에서 마소를 모는 일이 드물어 가면서 농사일 소리를 부르는 일도 점차 희미해져 갔다. 이 와중에 제주시 애월읍 하귀2리 민속보존회에서 원형을 가장 잘 보존했으며 무형문화재 단체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잇따른 수상으로 가치 재평가

귀리겉보리 농사일 소리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귀리겉보리 농사일 소리를 전승하고 있는 하귀2리 민속보존회는 그동안 많은 상을 수상하며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입증했다.

하귀2리 민속보존회가 귀리겉보리 농사일 소리 공연으로 2005년 제46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다.

   
 
  ▲ 지난 6월 제주시 애월읍 하귀2리 일대에서 열린 귀리 겉보리 농촌문화축제.  
 
당시 무형문화재의 지원 없이 보존회의 활동과 연습만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것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보리농사 과정을 하나의 민속예술로 작품화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시도였다. 이 결과는 2007년 귀리겉보리 농사일 소리가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되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잠시 주춤했던 하귀2리의 활동은 2012년부터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탐라문화제 민속경연대회에서 2012년과 올해 2차례 연이어 대상을 받으며 제주 대표 전통문화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실력을 다시 입증 받은 셈이다.

최근에는 농림식품부가 선정하는 2014년 농촌축제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지난 6월14~15일 양일간 하귀2리 리사무소 앞 특성광장에서 제1회 '귀리 겉보리 농촌문화축제'를 열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단순한 공연 볼거리뿐만 아니라 '보리'를 활용한 보리로 만든 음식 등을 선보이며 문화관광마을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관람객 이끌 '장소' 부족 고민

무형문화재 보존 활동의 배후에는 민속보존회의 적극적인 활동이 바탕이 됐다.

지난 6월 열린 귀리 겉보리 농촌문화축제에서 가장 빛났던 것은 민속보존회였다. 

축제가 열릴 당시 외부요인으로 인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는 실패했으나 마을 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마을로의 도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민속보존회가 지난해부터 농악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강진면 필봉리와 보리를 활용한 상품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군산 등을 방문하며 벤치마킹해 온 성공적인 결과였다.

민속보존회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강순민 하귀2리 이장은 "필봉리 주민들을 모셔오기도 하고 마을주민 40여명을 데리고 군산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지금껏 봐오지 못한 모습에 마을주민들이 크게 자극은 받은 것 같았다. 벤치마킹의 결과가 이번 축제에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현재 하귀2리 민속보존회의 가장 큰 고민은 '소리'와 '장소'다.

다른 무형문화재처럼 보유자와 전수장학생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소리' 전승이 어렵다. 더구나 보존회 활동을 하는 회원들은 1차산업 종사자로 오전에는 본업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적극적인 연습이 쉽지 않은 이유다.

또 국비 지원으로 축제할 수 있게 됐지만 대형 공연을 펼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보존회의 고민이 깊다.
강 이장은 "축제하고 관객을 맞이할 만한 공간이 없다"며 "전통 전승과 문화유산 가치 확대를 위해 무형문화재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현실은 힘든 점이 많다. 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소진 기자

▲ 강순민
"적극적인 홍보·연습으로 발전할 것"

제주시 애월읍 하귀2리 민속보존회(회장 강순민·사진)는 지난 6월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마을 일원에서 제1회 귀리 겉보리 농촌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이번 축제는 농림식품부의 지원을 통해 추진됐으며 오는 2016년까지 모두 3회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속보존회는 이번 축제를 통해 민속문화관광마을로서의 자립을 꿈꾸고 있다.

다행히 첫 축제에서 다양한 발전 가능성이 발견됐다. '보리'란 테마를 축제 아이템으로 활용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는데 성공했다.

'귀리 겉보리 농사일 소리'를 중심으로 한 보리 베기, 보리 타작 등으로 보리농사를 재연했으며 보리빵, 보리쉰다리, 보리보말칼국수 등을 제공,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강 이장은 "올해 축제는 도민체전등과 겹쳐 비교적 큰 관심을 못 받았으나 발전 가능성은 확인했다"며 "적극적인 홍보와 연습으로 매년 개최할 수 있는 문화관광축제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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