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움직씨에 ‘-네’의 쓰임을 보겠습니다.
ㄱ. 철순 밧디 강 밧을 갑니까?/예 - 으, 철순 밧디 강 밧을 갑니다 - 가네 - 간다.
ㄴ. 철순 밧디 간 밧을 갈암수가?/예 - 으, 철순 밧디 간 밧을 갈암수다 - 갈암네 - 갈암ㅅ저.
ㄷ. 철순 밧디 간 밧을 갈암수가?/으, 철순 밧디 간 밧을 *가네.(‘갈고 있네’의 뜻으로)
위는 움직씨에 마침법씨끝들의 쓰임인데, 때소 ‘-ㅇ’과 호응하는 마침법씨끝들은 움직씨나 그림씨, 잡음씨에서도 줄기에 바로 붙어 쓰이는데, 때소 ‘-ㄴ’과 호응하는 마침법씨끝 ‘-수가, -수다, -네, -저’들은 움직씨에 쓰일 때만큼은 물음법이든 서술법이든 줄기에 바로 붙어 쓰이지 못합니다.
‘-읍니까, -느냐’들은 때소 ‘-ㅇ’과 호응하는 것들이어서 이들은 ‘갑니까, 가느냐’ 따위로 움직씨에도 바로 쓰이나, ‘-수가, -으냐’들은 움직씨 줄기에는 바로 붙어 쓰이지 못하고, 반드시 사이에 다른 안맺음씨끝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때소 ‘-ㄴ’과 호응하는 짝이 없는 씨끝 ‘-네’와 같은 ‘-주, -아’들도 줄기에 바로 붙어 쓰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ㄷ이 어긋난 것입니다.
그래서 ‘갈암수가’에, 대답도 ‘갈암수다, 감암ㅅ저’가 된 것인데, ‘가네’로 쓰인다면 이것은 제주말로는 어긋난 쓰임입니다. 마치 ‘갈암ㅅ네’와 ‘가네’가 같은 뜻이라면, ‘감ㅅ저’와 ‘간다’가 같은 뜻으로 쓰인 것으로 보는 것과 같은 것이 됩니다. 그래서 때소 ‘-ㄴ’과 호응하는 자리에 쓰인 ‘-네’는 ‘갈암ㅅ네’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송상조 문학박사·㈔제주어보전회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