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항로표지관리소장(일명 등대장) 김춘우씨(46). 김춘우 소장은 79년 제주항만청(현 제주지방해양수산청) 근무를 시작으로 우도·마라도·추자등대를 거치는 등 22년째 등대를 지켜온 평생 등대지기다.

김 소장은 “요즘 해양장비가 무척 좋아져 등대의 역할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등대를 필요로 하는 어선들은 많다”면서 “산지등대는 육지초임표지로서 그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산지등대를 지키는 세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김 소장 외에도 9년째 등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고성봉씨(34)와 등대원 막내인 김순일씨(31)가 있다. 3명은 8시간 교대근무하며, 시설관리운영 말고도 야간에는 제주항 부근에 있는 무인등대를 하루 3차례 점검, 안전운항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등 이 등대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얘기해 준다.

김씨는 등대생활의 어려움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그가 등대생활을 한지도 22년째. 그때마다 그를 괴롭힌 것은 외로움이라고 말한다. 3명이 생활한다고는 해도 가족과 떨어진 삶은 고독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라는 것.

또 짙게 드리워지는 먹구름은 김씨의 짜증과 원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바람과 폭풍, 파도가 일어 안전항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때야말로 항해하는 선박에게는 등대불이 구원의 불빛이 되는 셈이다. 일년 365일 해가 지면 돌아가는 등대불빛이지만 이면에는 등대원들의 숨은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항해기술이 발달해도 등대는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김씨. 그는 “널리 알려진 ‘등대지기’라는 노래처럼 등대원들의 삶이 서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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